영화 <옆 구르기>의 한 장면

영화 <옆 구르기>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정은(최정은 분)은 하고 싶은 게 많은 중학생입니다. 낡은 MP3 플레이어 대신 새로운 MP3 플레이어를 사고 싶습니다. 관심이 가는 같은 반 남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체육 수행평가 때 옆 구르기도 시원스럽게 해내고 싶습니다. 정은은 새로운 MP3 플레이어를 사기 위해 차비를 쓰는 대신 걸어서 학교에 가고, 밤낮없이 옆 구르기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지각하기 일쑤이고 몸은 좀처럼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안주영 감독의 단편 영화 <옆 구르기>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정은은 사춘기를 겪는 대다수 여학생들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몸은 하루가 다르게 성숙해 가는 데 비해 마음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 있습니다. 이 불균형에서 오는 혼란과 불만 그리고 답답한 마음이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그 시절의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이를 끌어낸 감독의 연출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미디 감각도 탁월한 작품입니다. 엄마가 사 준 촌스러운 꽃무늬 브래지어부터 시작해 지하철에서 만난 바바리맨, 체육 시간의 옆 구르기 도전까지, 여중생 정은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이 하나둘 모여 영화의 과장되지 않은 코미디를 만들어 갑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 정은이 체육 시간에 옆 구르기에 도전하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안주영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옆 구르기는 일상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은의 옆 구르기의 성공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영화는 정은이 있는 힘껏 용기를 내어 도전하기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따뜻하게 지켜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울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웃을 수 있는 긍정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안주영 감독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반짝반짝 빛나는 시절을 포착하는 데 성공합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신인 감독을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aprilmono.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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