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의 정현민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상필 대사의 완성은 정재영씨의 애드리브다. 사실 애드리브라는 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1회 촬영을 마치고 편집본을 보니 (정재영의) 애드리브가 정말 좋은 거다. 그 뒤로 적극 권장했는데, 좋은 게 정말 많이 나왔다." ⓒ 이정민


"<어셈블리>는 10년, 20년이 지나도 계속 볼 것 같다. 네티즌들이 많이 쓰는 말처럼 '핵꿀잼', '쪼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내용에) 젖어들어 보다가 BGM이 쫙 깔릴 때 뭉클한 느낌을 받는 드라마를 꼭 해보고 싶었다. 앞으로도 진상필(정재영 분)과 최인경(송윤아 분)은 내 최애캐(최고로 아끼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이르는 신조어-기자 주)로 남을 것 같다."

정현민 작가는 과거 집필에 참여했던 <프레지던트>(2010)를 통해 '현대 정치물은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조금만 어려워도 이탈하는 시청층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작정 영웅을 그려내자니 '판타지스럽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어셈블리>를 시작하기 전, 나름 비장한(?) 마음으로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까지 샀을 정도였다.

그에게 커다란 용기를 준 것은 함께 해준 황인혁·최윤석 PD를 비롯해 정재영·송윤아·박영규·장현성·옥택연 등 출연진, 그리고 끝까지 <어셈블리>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이었다.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스타>에서 만난 정현민 작가는 인터뷰 내내 "이들과 함께해 정말 재밌고 즐거운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이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라마에 첫 출연하는 배우 정재영의 활약

- <정도전> 때 '대본에 인물의 감정을 세세하게 지문으로 표현하기보다 배우의 표현에 맡기는 편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셈블리>도 같은 방식이었나.
"이번에도 감정 지문은 거의 안 썼다. 나는 배우들과 연출자의 도움을 많이 받는 작가다(웃음). 많은 분들이 드라마에 명장면, 명대사가 많았다고 하시는데 그건 배우가 연기를 잘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 들어가도 연기를 못 하면 좋게 표현되지 않잖나. 그런 점에서 나는 <어셈블리>의 연출자들과 배우들을 믿었다."

-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나왔을 것 같다. 그 중 진상필이 반복적으로 "순식간이야~ 깜짝 놀래!"를 말하는 건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궁금하더라.
"진상필 대사의 완성은 정재영씨의 애드리브다. "순식간이야~ 깜짝 놀래!"도 애드리브였다. 사실 애드리브라는 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1회 촬영을 마치고 편집본을 보니 (정재영의) 애드리브가 정말 좋은 거다. 그 뒤로 적극 권장했는데, 좋은 게 정말 많이 나왔다.

특히 연설 장면에선 대사가 길다. 그러다 보니 (정재영이) 자기화해서 말할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정말 좋았다. 이런 것 하나를 위해 그 분이 얼마나 현장에서 고민하셨겠나. 정말 존경하는 게, <어셈블리>는 정재영씨의 첫 드라마였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도 '드라마는 힘들다면서요'라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도 매번 행간을 살펴 애드리브를 만들어내 주시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 남녀주인공이 모두 등장하는데도 멜로가 없다는 것도 신선했다.
"멜로는 처음부터 배제했다.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멜로로 기획된 게 아니라 국회에서 정치하는 드라마이지 않았나. 멜로 대신 함께 정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풀어내고 싶었다. 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서 정치적인 적과 동지를 만나 성장해 가는 이야기니까. 애초부터 (멜로는) 생각이 없었다."

작가가 뽑는 기억에 남는 장면들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의 정현민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위 '반청계의 아바타'라 불린 강상호(이원재 분)의 역할은 정말 그 분이 잘 살리신 거다. 처음엔 박춘섭(박영규 분)의 수하이자 저돌적인 인물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1회와 2회를 보니 저에게 영감을 주시더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나오시는데 묘한 사투리 억양 하며, 진짜 국회의원 같았다(웃음)." ⓒ 이정민


- '반청계의 아바타'라 불린 강상호(이원재 분)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 역할은 정말 그 분이 잘 살리신 거다. 처음엔 박춘섭(박영규 분)의 수하이자 저돌적인 인물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1회와 2회를 보니 저에게 영감을 주시더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나오시는데 묘한 사투리 억양 하며, 진짜 국회의원 같았다(웃음). 마지막 회에 진상필의 연설에 감명 받아 박수를 치려다 마는 모습도, 내가 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6회에 진상필과 강상호가 다투는 장면에서 '반청계의 아바타'라는 게 나오지 않았나. 사실 초고는 좀 점잖았다. 그런데 '좀 더 원색적으로, 막 싸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이 친청계의 허수아비 같은 놈', '그러면 당신은 반청계의 아바타냐?', '영화 <아바타>는 봤어요? 못 봤겠지, 접대 받고 쳐 노시느라고' 등 아주 유치한 말싸움을 넣기 시작했다(웃음). 그 대사만 두 개 써드렸을 뿐인데 그걸 배우 본인이 살려 주셨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꼽아 보자면?
"정말 배우들과 연출자가 채워준 장면들이 많았다. 필리버스터 장면 같은 경우엔 시간이 쫓기는데 연출하기에 만만치 않은 장면이었다. 기본적으로 100명은 등장하는 본회의장 장면도 자칫하면 썰렁해 보일 수 있는데... 정말 감사했다. 필리버스터 장면이나 마지막 회 연설 장면은 보내놓고 '이거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정말 잘 만들어주셨다. 특히 필리버스터 장면에서 진상필이 다리에 쥐가 나는 건 정재영씨의 설정이었다.

또 의원실 안에서 보좌진들 간의 소소한 모습들, 16회에서 뇌물수수혐의를 받은 진상필이 검찰청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을 돌아보는 장면 역시 울컥할 정도로 잘 살려주셨다. 내가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별로 없다. 대사 때문에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데,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이를 잘 표현해 준 연출자나 배우들의 덕분이다. 지면이 허락되는 한 이 감사함을 곳곳에 표현해 주셨으면 한다(웃음). 이 모든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국회 촬영을 허가해 주신 정의화 국회의장님과 박형준 사무총장님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인터뷰①] "뜨악하고 오글거리지만" <어셈블리> 작가는 왜?
[인터뷰②] "1등이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선생님 아니라 꼴찌"
[전체영상] <어셈블리> 정현민 작가를 만나다 (35분)
[카드뉴스] 명품 드라마 <어셈블리>가 남긴 명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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