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집밥 백선생> 포스터

tvN <집밥 백선생> 포스터 ⓒ CJ E&M


"사인을 해주기엔 오글거려 사진을 찍어 주다가 비행기를 놓칠 뻔"하고, 불만이 있어도 '거친 말'을 하려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식당에 가면 "모든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고 있어 음식의 맛과 상관없이 맛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비워야 할 것만 같단다. 이사장을 맡은 학교에선 좀 '점잖아' 보이려 해도 방송을 본 학생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해 대는 바람에 여의치 않다. 요즘 방송가의 '대세'로 떠오른 요리연구가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의 일상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부터 tvN <집밥 백선생>(이하 <백선생>)까지, 백종원은 요리에 친숙하지 않았던 이들도 한 번쯤은 귀가 솔깃할 만한 쉬운 레시피를 선보이며 각광받고 있다. 이미 <마리텔>에선 그의 대항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고, 2%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로 시작했던 <백선생>은 꾸준한 상승세 끝에 지난 7일 방송에선 시청률 7.4%를 기록했다.

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백선생> 세트장에서 만난 백종원은 대뜸 "가정주부께 사과드리고 싶다"는 말부터 꺼냈다. "'집밥'이라는 말 때문에 프로그램이 집에서 음식을 잘 하시는 주부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처럼 됐는데, 사실은 '음식을 하는 것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나 자취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전한 백종원은 "'자취생 백선생'이라 제목을 지을 수 없어 <집밥 백선생>을 제목으로 했는데, 잘못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선생'이 본 네 제자들..."열정은 윤상, 응용력은 김구라가 최고"

 tvN <집밥 백선생> 스틸컷

tvN <집밥 백선생> 스틸컷 ⓒ CJ E&M


<백선생>에서 실습할 메뉴를 고르는 것은 전적으로 백종원의 몫이다. "매주 제작진과 회의를 하는데, 아무래도 요리를 나밖에 못 하다 보니 내 의사를 (제작진이) 많이 받아준다"고 밝힌 그는 "일단 한 가지의 메뉴를 정해 놓고, 녹화하며 분위기를 타거나 응용할 만한 것이 나오면 바로바로 해 본다"며 "특히 메뉴나 식재료에 대한 설명이 길고 자세해야 하는 것들은 <백선생>으로, 완전 간편해 (레시피를) 바로 써먹을 수 있거나 젊은 분들이 좋아하는 응용 메뉴는 <마리텔>로 나눠 선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계란 프라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네 명의 제자, 윤상·김구라·박정철·손호준도 그의 비호 아래 쭉쭉 성장하고 있다. 오죽하면 손호준이 그를 두고 "종교 같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네 명 다 발전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도 많이 발전했다"고 말한 그는 "어제(7일) 방영된 통조림 편이 3주 전에 촬영한 것인데, 나도 방송을 보며 '저들이 저 정도 수준이 됐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웃어 보였다.

"윤상 씨가 가장 재밌죠. 늘 자기 음식에 뿅 가는데, 그런 사람들이 발전이 빨라요. 창피한 걸 몰라야 연기력이 좋아지잖아요, 그런 스타일이죠. 가장 의외였던 건 김구라 씨예요. 처음엔 계속 궁시렁 거리기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 사람이 왜 나왔나' 했어요. 그런데 음식이 나오면 다 알고 있더라고요. 많이 먹어본 거죠. 눈치도 빠르고요. (성장) 속도나 열의는 윤상 씨가 가장 좋은데, 응용력은 김구라 씨가 최고예요.

손호준 씨는 가장 예쁜 게, 복습을 잘 해요. 윤상 씨는 이 자리에서만 열심히 하고 복습을 안 하거든요. (웃음) 박정철 씨는 넷 중 가장 허당이에요. 또 지금은 요리에 집중하느라 방송에 신경을 안 쓰는데, 그건 진짜 (현장에서 요리를) 배우는 중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재미는 제일 없죠. 그런데 가장 가르쳐 주고 싶긴 해요. 받아들이는 게 있으니까요. 이제 (요리가) 몸에 익으면 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tvN <집밥 백선생> 스틸컷

tvN <집밥 백선생> 스틸컷 ⓒ CJ E&M


특히 김구라와 종종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두고 백종원은 "실제로 나에게 정말 잘 한다.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욕이라도 했을 것"이라는 말로 섣부른 추측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밥을 먹을 때도 나머지 세 사람은 음식에만 집중한 나머지 별다른 리액션 없이 먹기에만 바쁘다. 또 요리할 때도 칼질도 제대로 못하고,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니 정신이 없다"는 그는 "그 가운데 김구라는 유일하게 뭔가를 해 주고, 감초처럼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김구라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민구 PD "백종원식 소통의 비결은 '아는 것 나누려는 마음'"

<백선생> 속 백종원의 미덕은 쉬우면서도 맛있는 레시피를 가르쳐 주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시청자들은 제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난관에 봉착할 때면 슬쩍 힌트를 밀어 주기도 하는 백종원의 인간미에도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연출자인 고민구 PD 또한 "제자들이 뭘 할 때 '그렇지, 그렇지!' 할 때가 가장 귀엽더라.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 신경 쓰고 있다"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배설하고 싶은 사람'과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백종원은 소통을 넘어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나누려는 마음이 있다. 많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건 그 마음 덕분인 것 같다"고 평했다.

이 같은 모습은 일찍이 <마리텔>에서도 등장했다. 빠르게 올라가는 글들을 '매의 눈'으로 포착해 하나하나 화답하는 그에게 '소통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처음 현장에서 채팅창을 쭉 보는데 나는 그게 자연스러웠다. 과거에 1년 동안 게임을 폐인처럼 했기 때문이다"고 입을 연 그는 "그 게임을 해 보면 알겠지만 <마리텔>처럼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게임에서) 나 때문에 팀이 전멸하면 실제로 온갖 욕을 듣는데, 그게 비참하다. 그러다 보니 2~3개월 안에 컨트롤을 다 할 수 있게 되더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tvN <집밥 백선생> 스틸컷

tvN <집밥 백선생> 스틸컷 ⓒ CJ E&M


분명 의도한 흐름은 아니었다. 백종원 또한 "멋있게 나와야 하는데, 생방송이라 당황해 실수한 것들이 그대로 나가니 처음엔 <마리텔> 제작진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걸 시청자들이 재밌어하고 좋아하니 '이게 통하나 보다'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제 2, 제 3의 백종원이 나왔으면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마트에 가면 아저씨들이 장을 보러 온다고 하고, '남편이 갑자기 요리를 시작했다'는 메일을 받으면 뿌듯한 기분이다. 내가 생각한 순기능이 있을 때까진 (방송을) 해 보고 싶다"는 백종원은 마지막으로 "나처럼 족보도 없고 요리사도 아닌 사람이 요리에 대해 말하면 정통성이 없어 보이겠지만, 모든 걸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분들이 쉬운 레시피도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게 (지금의 인기에)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대부분의 시청자가 지금 제가 보여드리는 수준의 음식을 하게 되면 제가 아니더라도 좀 더 수준 높은 음식을 선보이는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은 오래 갈 것 같아요. 어떤 메뉴를 선보이느냐, 어떤 수준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꾸준히 시청자가 좋아해 주시겠죠. 그런 점에서 제가 나와서 욕을 먹는다 해도 음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때까지만 방송을 하려 해요. 욕심은 없어요. 많이 하려는 생각도 없고요."

○ 편집ㅣ이정환 기자


백종원 집밥 백선생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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