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다큐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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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바뀌고 어르신네들이 잔뜩 모인 노래 교실이 나온다. 아이를 일곱, 여덟을 낳아 키웠다는 어머님들은 그 시절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이들은 그저 스스로 자랐다고 말한다. 그저 낳아놓기만 해도 다 잘 자랐다는데, 왜? 이 시대의 젊은 엄마들의 '육아'는 이다지도 고달플까?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세상은 '아노미'다. 육아에 대한 전통적 가치는 젊은 엄마를 혼란에 빠뜨린다. 자연분만과 모유 우선주의에선 제왕절개를 하거나, 젖이 모자란 엄마는 '루저'일 뿐이다. 서점에 잔뜩 쌓인 저마다의 육아 책들을 열심히 독파해 보지만 '백가쟁명'식이다.
게다가 이 시대의 육아 트렌드가 된 '애착 육아'는 엄마를 더 약자로 만든다. 아이와의 애착이 곧 아이의 바른 성장을 담보한다는 육아론이 아이들의 잦은 일탈의 그 해프닝마다 엄마를 자책하게 만든다. 아이가 말이 느린 것도, 아이의 버릇이 나쁜 것도 온통 다 엄마 탓인 거 같다.
다큐는 심리적 데이터를 통해 과도한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를 접근한다. 과도한 육아 스트레스를 받은 엄마는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줄긋기 하나 마무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의 저하를 보인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엄마가 오히려 아이에게 심리적 하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당 다큐는 이 시대를 짓누르고 있는 모성 신드롬과 육아 스트레스에 대한 현주소를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한다. 그리고 실제 육아 과정에서 엄마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하중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정신과 의사의 '힘드셨겠다'라는 한 마디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 젊은 엄마들의 하중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육아를 온전히 엄마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현실은 적나라하게 다가오지만, 심리적 분석만으론 어쩐지 아쉽다.
애초에 한 자녀 혹은 두 자녀 중 하나로 태어나 가정의 사랑을 받던 자녀에서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혼란은 심리적인 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원적으로 모성의 존재론에 대한 의문도 그저 물음표처럼 스쳐 지나간다. 모성만이 아닌 엄마의 삶에 대한 소리는 희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