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 제작발표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레이먼 킴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 제작발표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레이먼 킴 ⓒ SBS


취재진이 자리한 긴 테이블 위에 요리 한 접시씩이 놓였다. 모양새만 보면 영락없는 맛탕이다. 다만 재료가 조금 특별하다. 지난 2월 말 한국을 떠나 9박 10일 간의 생존을 마치고 돌아온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이하 <정글의 법칙>) 출연진이 공수해 온 '카사바'가 그 주인공이다. 카사바는 고구마과 작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주요 식량원. 앞서 <정글의 법칙>의 또 다른 시리즈에서도 병만족은 카사바를 삶거나 구워 먹으며 끼니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번 <정글의 법칙>에서 카사바는 달콤한 맛탕으로 변신했다. 신입 병만족으로 합류한 요리사 레이먼 킴 덕분이다. 레이먼 킴의 합류로 <정글의 법칙>도 최근 방송계의 트렌드인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레이먼 킴은 "(정글에선) 어떤 재료를 갖고 요리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며 "(재료를) 쉽게 구하지도 못하는 데다, 있는 것만 갖고 요리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글에 가서 (병만족의) 배만 불리면 될 줄 알았더니 입맛도 맞춰야 하더라고요. 같이 채집하고 요리도 해야 한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재료도 매번 써보지 않은 것들이었어요. 특이한 것들을 많이 구해오더고요. 요리하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요. (웃음) 이번에 요리한 카사바를 빼고 나머지 재료는 다시 요리하고 싶지 않습니다." (레이먼 킴)

정작 연출자 김진호 PD는 "최근 트렌드라 (요리를) 소재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년 전부터 요리사를 (정글에) 모시고 싶어 지난해 연말부터 레이먼 킴을 찾아갔다"는 김 PD는 "시청자가 <정글의 법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리만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정글에 오래 다니다 보니 소재가 한정되는 경향이 생겼는데, 요리사가 가서 같은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본다면 어떨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에 출연하는 박형식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에 출연하는 박형식 ⓒ SBS


다만 김 PD는 최근 <정글의 법칙>이 실제 친구를 정글로 데려오거나, 영화 <헝거 게임> 등을 차용한 미션 등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시청률을 떠나 항상 새로운 걸 하고 싶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서가고 싶은 마음은 PD의 본능인 것 같다"는 말로 정글과 요리의 만남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진호 PD는 "요리사인 레이먼 킴의 생존 도구는 아무래도 요리 도구가 될 것 같아 조미료 같은 것을 가져오는 것도 조금은 허용했는데, 이렇게 많이 가져올 줄은 몰랐다"는 말로 레이먼 킴의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성재, 내려놔도 너무 내려놔"..."딸 친구가 '네 아빠 맞느냐' 묻기도"

처음 <정글의 법칙>은 타사 개그 프로그램에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달인' 캐릭터로 사랑받은 김병만과 그를 따르는 '병만족'이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오지에서 생존해 가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비슷한 패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일각에서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불어 프로그램에서 정글에서의 험난함을 줄곧 강조해 왔지만, 그것이 사실은 시청자가 <정글에 법칙>에 갖고 있는 환상만큼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때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것이 지나간 현재 시청률 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화제성 면에선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친구를 불러 오고,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등 최근의 <정글의 법칙>의 흐름에는 이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제작진이 실험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또한 가능하다. 이를 두고 김진호 PD는 "(<정글의 법칙>의 새로운 방향성은) 우리에게도 숙제"라며 "제작진의 미션이나 새로운 장치 등으로 변화를 주다 보면 킬러 콘텐츠로서 방송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에 출연하는 장수원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에 출연하는 장수원 ⓒ SBS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의 출연진. 왼쪽부터 이성재, 박형식, 임지연, 장수원, 레이먼 킴, 김종민, 류담.

SBS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의 출연진. 왼쪽부터 이성재, 박형식, 임지연, 장수원, 레이먼 킴, 김종민, 류담. ⓒ SBS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창태 SBS 예능국장도 "<정글에 법칙>에 그동안 사람들이 환호했던 이유는 편리함이 넘쳐나는 곳을 떠나는 데서 오는 색다름에 있었던 것 같다"며 "(새로운 방향성은) 사실 <정글의 법칙>에겐 숙제"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이 국장은 "이제는 단순히 생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동시에 그간 <정글의 법칙>이 고수해 왔던 방식 또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김진호 PD의 생각이다. "항상 해오던 대로 새로운 장소, 새로운 공간을 찾아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과 함께 새로운 분들이 어떻게 생존하는지를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 김 PD는 이번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박형식(MBC <일밤-진짜 사나이>), 김종민(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외에 이성재·서인국·장수원·임지연 등을 새 출연진으로 내세웠다.

특히 데뷔 20년차 배우 이성재의 활약이 도드라진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베테랑 병만족이 된 개그맨 류담은 '누가 가장 솔직했느냐'는 질문에 "이성재는 내려놔도 너무 내려놨다"고 전했고, 김진호 PD 또한 "맏형(이성재)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며 "편집하면서도 고민이 많다. 어느 선까지 방송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에 "(정글에서의 생활이) 힘들고 불편하겠지만, 힐링을 하고 오자는 마음 하나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운을 뗀 이성재는 "다들 자고 있는 아침에 혼자 깨어 보니 카메라 앞에서 노는 것밖엔 할 것이 없더라"며 "대학교 시절 비디오카메라를 처음 선물 받고 친구와 놀 때의 내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성재는 "나도 예고편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딸 친구는 딸에게 '전에 봤던 네 아빠가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더라"며 "호불호도 갈릴 것 같다. 하지만 (방송에서의 모습이) 나에게 없는 모습이 아닌 만큼,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글의 법칙 in 인도차이나>는 오는 27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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