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장그래 임시완과 <국제시장>의 덕수 황정민이 출연한 공익광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속칭 '장그래 법'이라고 이름붙여진 노동고용법에 대한 광고를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해 홍보하고 광고했다.

장그래는 비정규직의 서러움과 아픔을 그대로 대변해 내며 이 땅의 직장인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넸고, 드라마는 작년 하반기 최고 콘텐츠로 주저없이 뽑힐만큼의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자랑했다. 겉만 보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작년 하반기의 가장 큰 화제작인 <미생>과 <국제시장>의 두 주인공이 광고한다는 취지가 그럴듯하고 적절해 보인다.

'장그래 법', 알고 보면 '장그래 죽이기 법'?

임시완 공익광고 임시완이 황정민과 함께 출연한 공익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 임시완 공익광고 임시완이 황정민과 함께 출연한 공익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 고용노동부


그러나 이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여론도 있다. 임시완이 장그래로 현시 비정규직의 애환을 표현했다면, 황정민은 덕수를 통해 중장년층의 노력과 고생을 어루만졌다. 그 캐릭터들의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 땅위의 국민들에 대한 위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그래 법'은 오히려 '장그래 죽이기 법'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장그래 법을 살펴보면 35세 이상 비정규직의 근무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시킨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사실상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게 하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단지 비정규직으로 마음을 졸이며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질지 아닐지 불안해하는 기간이 2년 늘어난 것일 뿐이다.

또한 4년 후, 회사는 여전히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해고 할 수 있다. 고성과자에 대한 혜택과 저성과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는 했지만 그 가이드라인은 사측에서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사측에서 비정규직을 해고할 사유 하나쯤 찾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도 쉬운 일인 것이다.

비정규직이 처음 출현했을 때, 정부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표명했지만 사실상 2년 후 사측이 마음대로 '갑질'을 할 수 있는 영향력을 부과한 것에 불과했다. 2년 후, 계약직은 선택을 받을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기로에 서야 했고 정규직과 같은 혜택은 모두 누리지 못하면서도 업무량은 많고, 실질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갑'과 '을'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갑의 영향력과 파괴력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을이 가진 잠재력을 증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수박 겉핥기 식 제도 마련은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 계약직을 4년으로 늘린다 해서 계약직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리 만무하다.

계약직이 원하는 것은 계약직으로서의 생명연장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복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 그저 계약직 기간만 늘려주면 계약직에 대한 불만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이 제도에 오히려 수많은 계약직들이 반발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미생>의 작가 윤태호 인터뷰

<미생>의 작가 윤태호 인터뷰 ⓒ jtbc


그런 제도를 광고하는 일에 청년과 중년의 아픔을 표현했던 임시완과 황정민이 투입되었다는 것은 실망감을 준다. 그들의 이름값은 <미생>과 <국제시장> 이후 수직 상승곡선을 그렸고 그들의 이미지 역시 더욱 호감형이 되었다. 그런 그들이 그 이미지를 그대로 이용하여 장그래 법을 웃으면서 광고하는 것은 마치 드라마에서 서민을 위해 애쓰고 직원들의 복지에 힘쓴 캐릭터로 사랑받은 스타가 대출광고에 출연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미생>을 그렸던 윤태호 작가는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그 법에 왜 장그래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법을 만드시는 분들이)만화를 보셨는지도 의문이고 보셨다면 어떤 의미로 해석을 했는지도 의문이다"라며 장그래 법이라는 이름에 난색을 표했다

문제는 그들의 이미지 덕택에 이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박힐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비정규직들의 처우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는데도 장그래와 덕수가 그 제도를 비정규직을 구원해줄 한줄기 서광처럼 찬양하는 모습을 어떻게 지켜보아야 할까.

임시완은 <미생>으로 케이블 tv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으면서도 수상 소감으로 "이 상은 모든 장그래를 대신해 내가 받는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장그래가 <미생>을 만들었다"는 감동적인 말을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광고에 그 감동이 빈말이 되는 것 같아 아쉽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생 임시완 윤태호 공익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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