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2월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영화인들이 2월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진위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예술영화관 지원 축소 시도' 등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최근 영화계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와 검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영화제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화계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사안마다 영화계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인들로부터 "영화를 진흥시키기는커녕 영화침체위원회나 영화방해위원회가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최근 등급분류를 담당할 소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으나 전임 위원장 시절처럼 검열기관으로 역할을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화계가 현재의 탄압을 정권 차원의 시나리오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상태에서, 혼란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더욱 악화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화인들의 우려와 불만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데, 이명박 정권이 영화계와 대립했던 2010년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마찰음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계속되는 흔들기? 감사원 실지감사 진행 중

 2월 25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정기총회

2월 25일 오후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정기총회 ⓒ 표현의 자유 수호 범영화인대책위원히


"정기총회 다음날부터 부산영화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계속 흔들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부산영화제를 바라보는 국내 다른 영화제 관계자의 시선이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압박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대부분에 대한 압력으로 이해된다. 부산영화제의 감사는 지난 25일 총회가 끝난 다음 날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영화제 측은 "자료 요청이 있어 제출했다"면서 "계속 감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큰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없기에 성실히 감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계는 "본격적인 준비에 정신없을 시기인데 이런 식이면 부산이 올해 영화제를 제대로 치러낼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감사원의 예비조사. 부산시의 지도점검(감사), 1월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압박, 2월 감사원의 감사가 연달아 이어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실지감사로 지난 11월 예비조사를 했던 기관 중에서 따로 추려낸 곳들을 대상으로 한다. 부산에서는 부산국제광고제가 함께 감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영화제 중에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감사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27일 통화에서 "예비조사를 통해 감사관들이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할지 보게 되고 이후 실지감사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비조사를 받았던 기관이 모두 실지감사를 받는 것은 아니며, 감사 기간은 3주가 기본이나 2~3일 정도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번에 부산영화제에 대한 표적감사라는 보도가 있던데, 그런 것은 아니고 국고보조금을 받는 행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쇄신안을 제출하고 25일 정기총회를 개최하면서 그간의 갈등이 겉으로 매듭지어지는 모양새를 보였던 상황에서 감사원의 감사가 이어지는 것에 영화계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부산시와 정부 차원에서 부산영화제를 계속 흔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독립영화진영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동원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영화제를 없애는 게 빠를 것 같다. 저렇게 할수록 영화인들의 저항 의지만 더욱 강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시급한 현안은 결정 안 하고 논란만 양산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등급분류면제 폐지 논란과 예술영화관 지원사업개선 등으로 영화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영진위가 정작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안은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관인 인디플러스를 위탁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2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 위탁 운영에 대한 연장 여부를 알려오지 않아 매월 진행해 온 정기상영회인 "인디애니씨앗터, SIDOF 발견과 주목, 독립영화의 재발견, 인디포럼 월례비행은 3월부터 일단 중단된다"고 밝혔다.

시민모임 측은 "영진위와 협약한 인디플러스의 업무 위탁 기간이 2015년 2월 28일로 만료됨에 따라 더 이상 인디플러스의 프로그램 및 홍보를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영진위가 연장 여부 및 업무위탁 규모를 협약 기간 만료일 30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보하게 되어 있는데도 '2015년 독립영화전용관 운영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인디플러스의 업무위탁 여부도 연기되었다'는 공문만 보내왔을 뿐"이라고 공지했다.

영진위 측은 27일 오후 뒤늦게 공문을 보내 업무위탁연장을 요청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3개월간 위탁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이었다"면서 "연장 운영을 맡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이와 관련 영진위 관계자는 "위탁 만료를 비롯한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9인 위원회에서 결정돼야 하는데 논의가 미뤄지면서 위탁연장 요청도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영화제에 지원하는 예산의 확정과 집행 역시 9인 위원회의 의결이 늦어지면서 5월 개최예정인 전주영화제와 서울여성영화제 등에서는 행사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보통 2월 말에는 확정이 됐는데, 올해는 더 늦어질 것 같은 분위기"라며 "영진위가 예산 확정이 늦어질수록 행사가 가까워져 오는 영화제는 예산 집행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9인 위원회에서 의결돼야 하는 사안이라 언제 확정된다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3월 중순쯤 결정될 것으로 본다"면서 "2~3개월씩 늦어지는 것도 아닌데 영화제에 차질을 초래한다는 것은 과민한 반응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진위는 2일 발표한 공식입장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제도 등은 행정 원칙을 바로 잡고자 했을 뿐인데, 사실과 다른 오해가 있었다"면서 "영화진흥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영화진흥기구"라고 강조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에 현장 영화인 배제돼

 3월 2일부터 1년 간 활동하게 되는 영등위 영화등급분류소위원 및 영화전문위원

3월 2일부터 1년 간 활동하게 되는 영등위 영화등급분류소위원 및 영화전문위원 ⓒ 영상물등급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소위원회 구성이 전문성이 약한 사람들로 이뤄졌다. 한쪽 성향으로만 채운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소문대로 된 것 같다."

영등위가 27일 확정한 등급분류소위원회 인선에 대해 등급위원 참여 경력이 있는 영화관계자의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를 보면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전보다 더 협소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영화의 등급을 정하는 업무인데도 영화감독이나 제작자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은 배제돼 등급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부산의 독립영화 관계자도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가 많은 인선"이라며 부정적 시선을 나타냈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등위가 지역 기관이 아닌 데 다른 지역에 대한 배려가 사라졌다"면서 "서울과 부산 지역 사람들로만 한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등위가 확정한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에는 김병현 전 한국영화복지재단 사무총장과 김호정 전 서울YMCA 모니터, 박성우 영화시나리오작가 등 모두 6명이 선임됐다. 이들 중 서명희 파라미타청소년협회 거제지회 지회장, 배향미 전 부산 금성중학교 교사 등 두 명은 유임된 위원이다.

영등위 측은 "청소년 보호 등을 규정한 성격에 맞게 공개적인 신청 절차를 거쳐 전문성과 형평성을 바탕으로 연령별, 성별 균형을 고려해 공정하게 인선했다. 연속성을 고려해 일부 위원들은 유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등위 관계자는 현장 영화인들을 배제했다는 지적에 대해 "영화 전문위원에 평론가와 감독 등 세 명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등급분류에 소위원회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등급 논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지나치게 편협한 등급을 매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영등위가 제한상영가를 내려 일부 장면이 삭제됐던 <미조>는 무삭제 본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최근 열린 유바리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받기도 했다. 

영등위는 대법원 판결로 제한상영가 무효가 결정된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잘못된 심의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당시 등급심의에 참여해 책임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조금환 위원은 영등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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