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김민의 파트너 서필 역의 배우 오달수가 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김민의 파트너 서필 역의 배우 오달수가 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순도 100%인 오달수다. 무슨 소리냐고? 그가 출연해온 영화는 '모두' 지나칠 수 없었던 작품이란 말이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절대 손이 안 떨어지는 작품이 있다. 지금까지 그런 작품에만 출연해왔다"는 게 오달수의 설명이다.

그게 비법이었을까. 그가 출연한 작품의 총 관객 수가 어느새 1억 명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오달수를 두고 '대체 불가능한 흥행배우'라는 수식어도 등장했다. 이 표현에 그는 허허 웃고 만다. 그는 "왜 대체 불가능해요. 대체 가능하지"라며 "대학로에 얼마나 보물들이 많은데, 대체 불가라는 얘긴 있을 수가 없죠"라고, 짐짓 진지하게 말했다.

현장에 '스타'는 없어..."스타라는 선입견 갖지 않아야"

어느새 출연한 작품이 50편을 훌쩍 넘겼으나 속편 출연은 처음이다. 재치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의 웃음을 책임졌던 오달수라지만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 꽃의 비밀>에 이어 <조선 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로 관객을 만나는 건 또 다른 부담일 법했다.

"분량 자체가 1편 보다 늘어났어요. 뭐 거의 김명민씨와 떨어져 나오는 장면이 없잖아요. 주연 배우가 이래서 참 힘들겠구나 생각했죠. 이 영화는 둘이서 한 거지만 단독으로 주연 맡으면 참 고생스러울 거예요. 저도 1편에서 이미 보였던 캐릭터기에 부담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명민씨도 분명 힘들었을 거예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관객을 즐겁게 해드리자! 이 생각으로 갔어요. 말이 안 되게 보여도 그냥 쭉 간 거죠. 그래도 되는 작품이니. (웃음)"

유독 여배우보다 남자 배우들과 인연이 깊었다는 사실을 반 농담처럼 언급하니 "남자들이 좋다"며 호탕하게 응수한다. "여배우 만나기엔 내가 나이들었잖나"라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동성인 경우가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실 이 말의 속뜻은 '스타' 대접 받기 쉬운 이들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편하다는 것이었다.

"함께 출연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인기가 많다 해도 전 스타로 안 봐요. 그냥 같이 작업하는 사람으로 보는 거죠. 이번에 함께 출연한 이연희도 마찬가지였고. 솔직히 연희가 그간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지 잘은 몰라요. 그저 현장에서 같이 아침밥 먹고 준비하며 뛰어드는 작업자로 생각했습니다. 최근 영화 <암살>로 전지현씨와도 작업했지만 역시 스타로 생각 안 했어요.

이건 당연한 겁니다. 배우로서 관객에게 무엇을 줄 건지를 고민해야지. '어이고, 스타가 오셨네' 이렇게 생각하면 (작품이) 뭐가 되겠어요. 스타란 말이 스텔라(stellar)에서 왔다던가요? 누가 지은 건지 모르지만 참 잘 만든 단어 같은데 이게 자칫 잘못하면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합니다."

"내 고향은 연극!" 당당히 말할 줄 아는 '진정한 배우'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김민의 파트너 서필 역의 배우 오달수가 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대중에겐 친근한 이미지로 주로 코믹 역할을 맡아 왔지만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그럴 자격이 있는 게 20년 넘게 연극과 영화 연기에 투신했다. 고향 부산에서 평범하게 대입 재수를 준비하던 때 우연히 극단 연극에 빠진 이후, 오롯이 자신의 삶을 한 길에 바쳤다.

어느 시점부터 연극보다 영화 출연을 자주하는 모습에 그는 "부끄러워서 대학로에 다닐 때 뒷골목으로 다녔다"고 한 인터뷰에서 회고하기도 했지만, 사실 극단 신기루 만화경을 지난 2000년부터 설립해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무대 연기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내 고향은 연극입니다. 영화는 나온 지 이제 100년 남짓 됐지만 연극은 나온 지 5000년이 넘었어요. 여기에 전 뼈를 묻고 있습니다. 대학로에 가면 좋은 배우도 있고, 안 좋은 배우도 있어요. 전 안 좋은 배우 축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좋은 연극인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뒷골목으로 다닌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연을 제작하고 무대에 올릴 때는 활보를 해요. 술 먹고 거리에 누워 자기도 하고. (웃음)

제가 연기는 잘 못하지만 볼 줄 아는 눈은 있어요. 보고 느끼는 것은 되는데 아직 실천이 부족한 거죠. <조선명탐정2>를 보면서도 내 부족함을 잡아낼 수 있는 건 천만 다행입니다. 일단 그런 눈을 가지고 있으니 잘 고쳐나가는 게 숙제입니다. 작품도 잘 만나야 하고요. 코미디 연기 말고 다른 작품도 분명 있을 겁니다. 얼마든지 해야죠. 할 자세도 돼 있고요. 배우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주어지면 나름대로 소화해야죠. 인간 오달수의 성격대로. (웃음)"

다시 말하지만 '외길인생'이다. 분명 20대의 배고픈 시절과 30대의 고달팠던 시기가 있었음에도 그는 꾸준히 걸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관객에게 나를 바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명료하게 오달수는 말했다. 이게 그의 동력이었다.

"그 작품에, 상대 배우에게, 관객에게 나를 바치면 아까울 게 하나도 없어요. 20, 30대를 고스란히 연극에 바쳤습니다. 그게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거죠. 이걸 희생이라고 생각했다면 어찌 됐을까요. 사실 자신을 바치는 게 희생은 아니거든요. 20년이 지나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열정 넘치는 20대에 연기 말고 다른 게 하고 싶다면 그걸 하면 됩니다. 다만 전 '날 잡아 잡수시오'하고 바친 거죠. 

연극 하는 애들에게 하는 소리가 '좀 버텨라, 버텨'예요. 제가 서른일곱에 영화를 처음 시작했는데 20대 초반, 30대 초반인 친구들이 못 버텨요. 물론 안타깝죠. 현 세태가, 세상이 그걸 조장하는 면도 있고요. 천만 영화 어쩌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면 또 흔들리게 되죠. 근데 안 흔들려야 해요. 연극이 글쎄 시간이 지나면 은혜를 갚는다니까요. 깜짝 놀랄 겁니다."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김민의 파트너 서필 역의 배우 오달수가 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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