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로빈훗>의 배우 이건명

뮤지컬 <로빈훗>의 배우 이건명 ⓒ 엠뮤지컬


뮤지컬 <로빈훗> 속 로빈훗은 한때는 리처드 왕의 충직한 신하였지만 반역자로 몰려 셔우드 숲으로 은신한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탓에 로빈훗의 가족은 반역자의 가족이라는 죄를 뒤집어쓰고 몰살당한다. 사랑하는 여자도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난 로빈훗에게 셔우드 숲은 제 2의 고향이 되고, 삼촌을 피해 숲으로 피신한 필립 왕자를 도와주게 된다.

이 로빈훗을 연기하는 배우 이건명은 최근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연락이 끊긴 친구와 다시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녹화된 <라디오스타>를 보고 있을 때 때 옛 친구로부터 SNS 쪽지를 받았다고.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여서 반갑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놀란 건 SNS를 통해 다시 알게 된 친구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 살고 있었다고 하니, 방송이 우정의 메신저가 된 셈이다.
 
"설렁설렁 연기하면 관객 긴장감 떨어져...진짜로 칼싸움 한다"

- <삼총사>에서는 칼을, <그날들>에서는 총을 쓰다가 이번 <로빈훗>에서 다시 칼을 다룬다. 이러다가 액션 전문 뮤지컬 배우가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액션 뮤지컬이 내게 밀려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웃음) <삼총사>에서는 펜싱 칼을 다뤘다. <그날들>에서는 죽도와 총 쓰는 방법, 무술을 배웠다. 그것도 모자라 <로빈훗>에 와서는 칼과 활을 다루고 있다. 창과 도끼만 다룰 줄 알면 어지간한 무기를 섭렵하는 거다.

<로빈훗>의 칼은 알루미늄처럼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가벼운 재질의 칼을 소품으로 활용하면 칼끼리 부딪힐 때 휘거나 부러진다.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강철 재질이다. 또 칼싸움 하는 장면을 설렁설렁 하면 안 된다. 배우가 진짜로 칼싸움을 하지 않으면 관객도 진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칼싸움을 뮤지컬 속 키스 장면에 비유해 보자. 고개를 돌려 턱에다가 입술만 대고 있으면 관객은 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키스하는 척만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입술끼리 닿으면 관객은 '배우들이 정말 키스 장면을 연기하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칼싸움도 키스처럼 하는 척만 하면 관객은 '칼싸움을 하는 척만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공연에 대한 긴장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배우들끼리 칼싸움 연습을 많이 해야만 한다. 그래서 칼싸움을 할 때는 배우들끼리 긴장한 상태에서 휘두른다.

활을 쏘는 것도 연습해야만 했다. 맨 마지막에 로빈훗이 활을 쏘는 장면이 있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활을 잡으면 객석에는 내 등밖에 보이지 않는다. 관객이 내 얼굴을 볼 수 있게 왼팔로 활을 쏘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활을 쏴야만 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도 공연하기 전에 6발 이상은 꼭 연습삼아 쏘아 본다."

 "왕궁에서 로빈훗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비록 로빈훗이 왕궁에서 녹을 먹던 신하였지만, 왕궁이라는 공간 자체를 마음속으로 비우고 싶었을 것이다."

"왕궁에서 로빈훗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비록 로빈훗이 왕궁에서 녹을 먹던 신하였지만, 왕궁이라는 공간 자체를 마음속으로 비우고 싶었을 것이다." ⓒ 엠뮤지컬


- 연습하다가 많이 다칠 텐데.
"<삼총사>를 하다가 눈 바깥과 안쪽, 두 번을 꿰맨 적이 있다. 정말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꼭 칼싸움을 연습하다가 다치는 건 아니고, 크고 작은 부상은 배우가 달고 다닌다. 배우라면 어느 부분이든 간에 고질병을 달고 다닐 것이다."

- 셔우드 숲에서 로빈훗은 필립을 도와준다.
"로빈훗이 반역자로 몰리는 바람에 부모와 어린 동생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로빈훗은 '존이 지배하는 지금의 왕조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구나' 하는 걸 깨닫는다. 로빈훗이 필립을 돕는 건, 작게 보면 부모의 원수를 갚고 싶은 것이고 크게 보면 존이 지배하는 왕조를 바꾸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필립이 셔우드 숲으로 들어온 건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극적인 상황이다. 존이 필립을 몰아내고 왕이 되려고 하기 때문에, 필립이 괜찮은 왕자라는 걸 안 로빈훗은 필립을 도와주려고 한다. 필립이 왕이 되면 괜찮은 왕조가 들어설 수 있고, 부모에 대한 원한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 하지만 마지막에 다시 왕궁으로 들어오라는 필립의 제안을 거절한다.
"왕궁이 싫지 않았을까. 2막을 보면 왕궁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한다. 로빈훗이 동료 터그의 눈을 감겨 주고, 길버트가 '난 원래 그런 놈이야'라고 이야기한 장소가 다름 아닌 왕궁이다. 왕궁에서 로빈훗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비록 로빈훗이 왕궁에서 녹을 먹던 신하였지만, 왕궁이라는 공간 자체를 마음속으로 비우고 싶었을 것이다."

'로빈훗', '연말정산극' 별명 얻은 이유

 "뮤지컬이 개막할 당시에 연말정산 문제가 터졌다. 배우들도 '하필이면 그 문제가 지금 나오나. 우리 뮤지컬과 비슷하다'고 깜짝 놀랐다."

"뮤지컬이 개막할 당시에 연말정산 문제가 터졌다. 배우들도 '하필이면 그 문제가 지금 나오나. 우리 뮤지컬과 비슷하다'고 깜짝 놀랐다." ⓒ 엠뮤지컬


-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로빈훗>은 '연말정산극'이라는 별명이 있다.
"별명이라는 건 배우들이 붙여달라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붙이는 거다. 뮤지컬 팬들이 연말정산극이라고 느낀 거라면 틀리지 않은 것일 테다. 운명적인 타이밍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연말정산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뮤지컬 연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뮤지컬이 개막할 당시에 연말정산 문제가 터졌다. 배우들도 '하필이면 그 문제가 지금 나오나. 우리 뮤지컬과 비슷하다'고 깜짝 놀랐다."

- <라디오스타>에서 "저는 한약을 다릴 줄 압니다"라는 멘트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한 배우가 연습실에서 '저는 화약을 다룰 줄 알아요'로 읽어야 하는데 '저는 한약을 다릴 줄 알아요'로 읽는 바람에 연습실이 빵 터진 적이 있다"는 에피소드를 방송에서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공연 때 그 대사를 하는 배우가 연습실에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다. 연습실에선 다른 배우의 대사라고 해도 모두 돌아가며 읽는다. 다른 배우가 처음 읽는 대사라 '한약을 다릴 줄 안다'고 잘못 읽은 거다.

지금은 (무대에서) '화약을 다룰 줄 안다'는 대사를 하는 배우가 니에게 '형 때문에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바람에) 관객이 내가 대사를 틀리게 친 줄 안다'며 억울해 한다. 이에 '언젠가는 네 결백을 밝혀주마'라고 이야기했다. 방송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을 인터뷰하면서 밝히게 되었다."

이건명 라디오스타 로빈훗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