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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배우 조재현에게 연기란 '공동 작업'이다. 자신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많은 동료 배우들이 있고, 작가와 감독을 위시한 수많은 스태프가 한 현장을 공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SBS 월화드라마 <펀치>는 "상승효과(시너지)가 있는 사람들이 만나"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특히 이태준이 성공을 향한 욕망을 갖게 된 커다란 계기인 형 이태섭을 연기한 배우 이기영, 그리고 극 종반까지 이태준과 남녀 간의 로맨스 이상의 '밀당'을 선보인 박정환 역의 배우 김래원은 <펀치>를 함께 한 이들 중에서도 조재현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먼저 SBS <눈사람>(2003)으로 만났던 김래원을 두고 조재현은 "그때에 비하면 정말 일취월장했다"며 "다른 배우가 박정환을 연기했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펀치>가 (김래원에게) 큰 역할이 될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런가 하면 두 살 차이인 이기영과는 <펀치> 속 세상 더없는 형제 이태섭과 이태준의 과거와 꼭 닮은 일화를 나눴다고. 조재현은 "다세대주택에서 함께 살았다"며 "형 이야기로는 형이 6살 때 내가 조그만 마루에 못 올라가니까 안아서 올려준 적도 있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배우들 간의 기싸움' 같은 건 <펀치> 촬영장선 의미 없는 말이 됐다. "'연기대결'이라는 말이 종종 쓰이긴 하지만, 나는 연기가 대결이라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한 조재현은 "같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가야지, '대결'을 해서 누군가를 이기려면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뺨 맞은 박혁권, 눈물 뚝뚝 흘리는 모습에 마음 아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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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준의 명장면이 여러 개 있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여러 개가 있긴 한데, 16회에서 조강재(박혁권 분)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기억에 난다. 때리기 전에 '한 번에 제대로 때리고 끝내자'고 말한 게 있어, 실제로 스튜디오가 울릴 정도로 뺨을 때렸다. 화면상에선 별로 세게 안 맞은 것 같았겠지만…. '컷' 소리가 나고 강재가 한참 만에 일어서서 오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그걸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미안한 마음에 '그렇다고 우냐~'고 했더니 '그동안 참았던 게 나오는 것 같다'고 하더라. (웃음)"
 
- '총장님은 한 번도 나를 위해 울어준 적이 없다'고 말했던 조강재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해지는 답변이다. (웃음) 대체 이태준은 20년 간 자신을 따른 그에게 왜 그렇게 매정했을까.
"형제들이 있으면 유난히 말 잘 듣고 영리한 애가 있는 반면, 성실하지만 영리하지 못한 애가 있다. 학교로 치면 아무것도 알려준 게 없는데도 어떨 땐 선생보다 나은 반 1등이 있는 반면 매일 선생을 쫓아다니는데 2~3등만 하는 애가 있고. 이태준에게 조강재가 그랬던 것 같다. 박정환과는 어느 순간 치고 받을 수 있는데 조강재는 늘 (이태준을) 쫓아오다가도 한 번씩 '삑사리'를 내지 않나."
 
- 반대로 박정환과의 관계는 아무리 악화됐어도 그에 대한 미련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제의 '귀마개 신'도 그런 의미였고.
"얘(박정환)가 나를 죽였다 살렸다 하니까 그러기도 했을 거다. 그리고 왜, 연인 관계에서도 늘 자신 옆에 붙어 있는 애보다 있다가 없다가 하는 애한테 '환장'하지 않나. (웃음) 박정환이 그랬던 거지. 조강재는 늘 옆에 붙어 있으니까 소중함을 모르는데, 박정환은 자신 옆에 있다가 없다가 하니까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또 이태준이 박정환에게 '내가 살면서 나보다 독한 놈 둘 봤는데 그게 김상민 회장(정동환 분)과 너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때도 묘한 매력을 느꼈을 거다. 이태준 또한 독한 사람이니까."
 
- 그렇다면 이 '독한 사람' 이태준에게 '의리'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 '가족'인 것 같다. 박정환이나 조강재나 모두 일로 만났지만…그들에게 '너는 잘못돼도 네 가족은 챙겨 주겠다'거나 '너는 잘못돼도 네 가족까지 잘못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이태준 자체도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딸과 예능 출연...꾸미지도 않고 애써서 하지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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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조재현이라면 이 '의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글쎄…. 정말 의리를 지키려면 상대방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리로,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항상 안고만 있는 것만이 그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뜻이다. 의리라는 개념이 포괄적인데 자식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항상 안고 갈 수만은 없잖나. 놔줄 줄도 알아야겠지."
 
- 그 '놔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자식과는 곧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웃음)
"지난해 여름부터 섭외를 받았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안 하겠다고 했던 게 나였을 거다. 딸 때문이었다. 딸이 '아빠와의 시간을 정말로 갖고 싶긴 하지만, 나는 배우 지망생이니 안 하겠다'고 하더라. 왜 '연예인도 세습이냐'는 반응이 많지 않나.
 
그런데 이건 배우라기 보단 인간 조재현과 딸과의 관계를 위해 하는 거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 갖는 기대가 있다. 딸과 인간 대 인간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기회가 될 것 같다. 사실 지금은 굉장히 어색하다. 그래도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방송하기로 했다. 이건 예능 프로그램 촬영 여부와 관계없이 인간 대 인간의 모습이니까. 제작진에게도 '꾸미고 싶지도 않고 애써서 하지도 않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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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드라마에, 예능 프로그램에, 연극까지 다 하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너무 바쁘다 보면 힘들기도 하지 않나.
"안 힘들다. (웃음) 예전에는 경기도 공연영상위원회 위원장까지 했는데 이제 안 하고 있잖나. 지금 생각하면 '그땐 어떻게 그걸 다 했지' 싶다. 그래도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일은 계속 할 거다."
 
-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정도전> 종영 인터뷰에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뭐, 학교(조재현은 경성대 연극영화과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기자 주)도 곧 개강하고, 연극 지방 공연도 다녀야 하고. 그 꿈 얘긴…3대 영화제에 진출하긴 다 했는데…아이고, 부끄럽다. (웃음)"
 
- 마지막으로 후배 배우들에게 '앞으로 꼭 이것만큼은 돌아보며 가라'고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배우는 촬영장에서 산다. 스태프도 그 현장에서 살고 있는 거고. 어찌 보면 다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인데 거기서 내가 연기자고, 주인공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인생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 촬영장인데 여기서 힘들게 살고 싶은 건 아니지 않나. 후배 배우들 모두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만, 배우가 조금만 낮춰주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더 우러러보게 될 거다. 내가 늘 '잘 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이런 의미다."
 
[인터뷰 ①] "'펀치' 이태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면 안 맡았다"

펀치 조재현 김래원 박혁권 아빠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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