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관련 사진 ⓒ JTBC
지난 7일부터 새롭게 선보인 JTBC 예능프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한참 인기몰이 중인 <비정상 회담>의 스핀오프(일종의 파생 프로그램) 격이다. <비정상회담>에 출연중인 유세윤을 비롯해 장위안, 기욤 패트리, 알베르토 몬디, 줄리안 퀸타르트, 타일러 라쉬 등 다섯 외국인이 친구가 돼, 각 나라로 그 친구들의 집을 찾아 떠나는 설정이다.
첫 방송은 중국 안산에 위치한 장위안의 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다. 한국인이라도 자신이 사는 지역을 벗어나면 말이 통한다는 것 빼고 이방인처럼 되듯 장위안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장위안 보다 오히려 이탈리아인이지만 중국에서 생활하고, 중국 여행을 많이 한 알베르토가 중국에 대해 더 잘 아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의외의 복선이었다.
이렇게 최근 JTBC 예능은 이미 자사 프로를 통해 일정 정도의 성공을 담보한 인물들과 내용들을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예능이 담보할 불투명함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출연자들 개성 잘 살리는 활용법...이 안에 있다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게 강용석이다. <썰전>을 통해 '고소'로만 각인된 이미지를 가져와 강용석의 아들들을 함께 내세워 <유자식 상팔자>에 출연시켰다. 야욕에 불탄 정치인을 그저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 상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역시나 <썰전>에서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공신력을 얻은 평론가 허지웅을 19금 연애 코칭 프로그램인 <마녀 사냥>에 등장시켜 젊은 여성들이 환호하는 스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허지웅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속사정 쌀롱>에 출연하며 각 프로가 안착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속사정 쌀롱>에서 진중권과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해당 프로의 색을 강화시키고 있다.
성시경 역시 예의 지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비정상 회담>의 진행을 맡고 있다. 여기에 연애 능력자의 콘셉트로 <나홀로 연애>까지 섭렵했다. 다양한 연배의 남성 연예인 들 중 독보적인 연애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성시경은 어설퍼 보일 수 있는 <나홀로 연애>의 바로미터로 안정감을 부여하고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진솔한 예능감을 선보인 강남이 <속사정 쌀롱>에 합류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녀사냥>에 뒤늦게 합류한 유세윤 역시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하며 음주운전 사건 후 새 전성기를 맞이했다.
단순한 모방작 아닌 신뢰 얻는 프로그램 늘고 있어
출연자뿐만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설정 역시 앞서 성공한 프로그램의 그것들을 재활용하고 있다. 지상파에서 케이블 채널 tvN의 일부 프로그램의 설정을 차용하면서 모방작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JTBC는 좀 다르다.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는 자사 프로를 변용해 새 프로로 등장시키고 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그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지난 1월 31일 선보인 <나홀로 연애중> 역시 <마녀사냥>의 연애 코칭을 발전시킨 프로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마녀 사냥>에서 남의 연애를 상담하던 연예인들이 이제 직접 연애의 현장에 뛰어들어 가상 연인을 상대로 자신의 연애 담론을 펼쳐간다.
프로그램의 전체 내용이 아닌 부분 재활용도 등장했다. 심리 토크쇼라는 콘셉트로 점차 안정화 돼 가는 <속사정 쌀롱>의 경우, <썰전>에서 화제 사건과 인물을 평론했던 코너를 인용했다. 화제의 말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심리를 분석하는 식이다. 또한 <마녀 사냥>의 사연을 본 딴 '속사정 쌀롱 사연'을 통해 우리 곁으로 심리학을 끌어오는데 성공하고 있다.
19금과 관련된 분위기나 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어느 프로그램이던지 <마녀사냥>의 그린라이트가 켜지듯 JTBC 고유의 분위기를 연결하면서 그 정서를 유지하고, 친밀감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공중파의 새 예능이 번번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확장이 지금까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담보해 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덧붙이자면 우려의 점도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예계 트렌드에서 한 인물에 대한 혹은 한 콘셉트에 대한 대중의 변덕도 죽 끓듯 하고 있다. 즉 한 인물에 대한 대중의 싫증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넘어서 JTBC의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권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JTBC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신선한 충격파가 무뎌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