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관련 사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관련 사진 ⓒ JTBC


지난 7일부터 새롭게 선보인 JTBC 예능프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한참 인기몰이 중인 <비정상 회담>의 스핀오프(일종의 파생 프로그램) 격이다. <비정상회담>에 출연중인 유세윤을 비롯해 장위안, 기욤 패트리, 알베르토 몬디, 줄리안 퀸타르트, 타일러 라쉬 등 다섯 외국인이 친구가 돼, 각 나라로 그 친구들의 집을 찾아 떠나는 설정이다.

첫 방송은 중국 안산에 위치한 장위안의 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다. 한국인이라도 자신이 사는 지역을 벗어나면 말이 통한다는 것 빼고 이방인처럼 되듯 장위안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장위안 보다 오히려 이탈리아인이지만 중국에서 생활하고, 중국 여행을 많이 한 알베르토가 중국에 대해 더 잘 아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의외의 복선이었다. 

이렇게 최근 JTBC 예능은 이미 자사 프로를 통해 일정 정도의 성공을 담보한 인물들과 내용들을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예능이 담보할 불투명함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출연자들 개성 잘 살리는 활용법...이 안에 있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게 강용석이다. <썰전>을 통해 '고소'로만 각인된 이미지를 가져와 강용석의 아들들을 함께 내세워 <유자식 상팔자>에 출연시켰다. 야욕에 불탄 정치인을 그저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 상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역시나 <썰전>에서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공신력을 얻은 평론가 허지웅을 19금 연애 코칭 프로그램인 <마녀 사냥>에 등장시켜 젊은 여성들이 환호하는 스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허지웅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속사정 쌀롱>에 출연하며 각 프로가 안착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속사정 쌀롱>에서 진중권과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해당 프로의 색을 강화시키고 있다.

성시경 역시 예의 지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비정상 회담>의 진행을 맡고 있다. 여기에 연애 능력자의 콘셉트로 <나홀로 연애>까지 섭렵했다. 다양한 연배의 남성 연예인 들 중 독보적인 연애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성시경은 어설퍼 보일 수 있는 <나홀로 연애>의 바로미터로 안정감을 부여하고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진솔한 예능감을 선보인 강남이 <속사정 쌀롱>에 합류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녀사냥>에 뒤늦게 합류한 유세윤 역시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하며 음주운전 사건 후 새 전성기를 맞이했다.

단순한 모방작 아닌 신뢰 얻는 프로그램 늘고 있어

 <속사정 쌀롱> 관련 사진

<속사정 쌀롱> 관련 사진 ⓒ JTBC


출연자뿐만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설정 역시 앞서 성공한 프로그램의 그것들을 재활용하고 있다. 지상파에서 케이블 채널 tvN의 일부 프로그램의 설정을 차용하면서 모방작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JTBC는 좀 다르다.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는 자사 프로를 변용해 새 프로로 등장시키고 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그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지난 1월 31일 선보인 <나홀로 연애중> 역시 <마녀사냥>의 연애 코칭을 발전시킨 프로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마녀 사냥>에서 남의 연애를 상담하던 연예인들이 이제 직접 연애의 현장에 뛰어들어 가상 연인을 상대로 자신의 연애 담론을 펼쳐간다.

프로그램의 전체 내용이 아닌 부분 재활용도 등장했다. 심리 토크쇼라는 콘셉트로 점차 안정화 돼 가는 <속사정 쌀롱>의 경우, <썰전>에서 화제 사건과 인물을 평론했던 코너를 인용했다. 화제의 말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심리를 분석하는 식이다. 또한 <마녀 사냥>의 사연을 본 딴 '속사정 쌀롱 사연'을 통해 우리 곁으로 심리학을 끌어오는데 성공하고 있다.

19금과 관련된 분위기나 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어느 프로그램이던지 <마녀사냥>의 그린라이트가 켜지듯 JTBC 고유의 분위기를 연결하면서 그 정서를 유지하고, 친밀감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공중파의 새 예능이 번번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확장이 지금까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담보해 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덧붙이자면 우려의 점도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예계 트렌드에서 한 인물에 대한 혹은 한 콘셉트에 대한 대중의 변덕도 죽 끓듯 하고 있다. 즉 한 인물에 대한 대중의 싫증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넘어서 JTBC의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권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JTBC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신선한 충격파가 무뎌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l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속사정 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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