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누가 봐도 만화 '독수리 5형제'를 패러디한 제목의 영화 <덕수리 5형제>. 포스터를 보니 전혀 무겁지 않은 '싼' 느낌까지 나는 코미디 영화로 보인다. '덕수리'는 뭘 뜻하는지 모르겠지만 5형제가 뭉쳐 무슨 일을 벌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를 보기 전의 느낌상으로는 <덤 앤 더머>의 형제들처럼 진저리가 나도록 바보 같은 짓을 일삼으며 수많은 문제들을 일으키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듯했다. 해피엔딩은 당연히 5형제의 우애에 관련될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예상은 완벽하게 배신당한다.

'덕수리'와 '5형제'의 정체는?

먼저 '덕수리'는 충남 태안군 이원면 덕수리의 덕수리다. 그러니까 덕수리라는 동네의 5형제를 그린 영화인 것이다. 여기까지는 하등 나쁠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좋다. 시골의 좁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은 이야기의 짜임새를 더 촘촘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형제'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이 5형제의 정체를 아주 친절하게 하나하나 보여준다. 이들 형제에겐 당연히 부모님이 있을 터. 이들에겐 재혼한 부모님이 계신다. 첫째(윤상현 분)와 넷째(황찬성 분)의 아버지, 둘째(송새벽 분)와 셋째(이아이 분)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재혼한 후 태어난 늦둥이 다섯째(김지민 분).

첫째부터 차례대로 읊자면 윤리 선생님, 조폭 전문 타투이스트, 폴 댄서, 경찰 지망생, 중학생이다. 이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 명절 때에도 부모님을 뵈러 가지 않는다. 그러던 재혼 15주년 때 다섯째가 꾀를 내어 모두를 모이게 한다. 부모님이 굉장히 편찮으시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모든 걸 내팽개치고 아픈 부모님을 뵐 요량으로 하나둘 모인다. 여지없이 만나자마자 으르렁대는 이들.

영화는 그렇게 한동안 첫째·넷째 vs 둘째·셋째 그리고 이들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다섯째의 구도로 진행된다. 문제는 그 한동안이 굉장히 길다는 것. 영화의 절반 가까이를 이들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간다. 영화는 이 부분을 코믹스럽게 연출하며 절반의 코미디를 완성한다. 하지만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 부분에서 과도하게 이들의 대립을 설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계속되는 것이다. 연기는 둘째 치고 시나리오상의 문제인 듯하다.

크레디트에 나오는 까메오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절반 가량이 남은 영화는 이제 5형제의 대립을 완화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함이었는지 설정을 추가 시킨다. 부모님의 실종이라는 설정. 부모님이 아픈 줄만 알았는데 실종이라니. 다섯째와 한 마지막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부모님은 돈 3000만 원을 갚으러 가는 중이었다. 5형제는 3000만 원에 중점을 두고 추적해나간다. 그렇게 해서 찾은 용팔이. 용팔이와 우여곡절 싸운 끝에 그의 창고에서 발견되는 여자의 시체. 그리고 곧이어 발견되는 부모님의 시체.

연달아 발견되는 시체들로 영화는 코미디에서 공포 스릴러 장르로 넘어간다. 아무래도 여자와 부모님을 죽인 범인이 동일인물인 듯. 일단 강력한 용의자로 용팔이를 잡아넣는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온 모야가 왠지 수상하다. 동네 유일 파출소의 박 순경(이광수 분)이 그를 쫓는다. 그러나 이 뒤에는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부모님을 무차별 살인한 범인은 누구인가? 5형제는 그를 잡을 수 있을까?

재혼한 부모님의 형제들이 처음엔 사이가 좋지 않다가 부모님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장르는 코미디와 스릴러의 융합. 영화는 다양한 사회 메시지를 던지고자 노력한다. 이혼, 이주 노동자, 무차별 살인, 현대인의 불신, 시골 동네 치안의 취약함 등. 그렇지만 이 모든 것에서 어느 것 하나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절반의 코미디와 절반의 스릴러가 너무 명확하게 갈려 이질감이 들었다. 그만큼 서두가 길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캐릭터도 부각시키고 장르도 융합시키며 메시지도 던지고자 했다. 이 중에 하나를 택해 제대로 부각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제목이 <덕수리 5형제>인 만큼 캐릭터를 확실히 살려 영화를 이끌어 나갔으면 어땠는지.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들의 힘이 현저히 떨어져 영화를 견인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영화 크레디트에 나오는 까메오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가족 영화인데, 가족끼리 볼 수 있을까?

 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극히 가족적인 가족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이 영화를 가족끼리 모여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코미디 부분인 초반부터 대립하는 5형제들 사이에서는 온갖 욕지거리가 난무하고, 스릴러 부분인 후반은 또 은근히 잔인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살인 당했다는 것 자체가 그러지 않는가.

소소한 재미와 볼거리, 그리고 은근한 반전까지 있지만 이것들을 알맞게 품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그나마 볼 만했다고 생각하는 건 몇몇 주연들의 연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둘째의 송새벽, 박 순경의 이광수가 눈에 띈다. 특히 이광수는 후반부로 갈수록 역이 커지며 5형제를 압도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처럼 소소한 재미를 그것도 직접 찾아가며 보고자 하는 이라면 추천한다.

 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영화 <덕수리 5형제>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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