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천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되는 영화 <인터스텔라>.

올해 천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되는 영화 <인터스텔라>.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2014년이 마무리되려면 열흘 남짓 남았고, 990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는 <변호인> <겨울왕국> <명량>에 이어 천만 고지를 달성하는 올해 네 번째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2위인 <겨울왕국>과 <인터스텔라>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 이외에는 기존의 순위가 달라질 일은 거의 없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014년 박스오피스 1~10위 영화를 보면 작년 박스오피스와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한국영화가 90%를 차지한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한국영화와 외화가 5편씩 사이좋게 양분했다는 점이다.

외화 흥행작 보니...할리우드의 중국 의식하기와 '가족애'

10위를 차지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7위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공통점은 할리우드의 '중국 시장 눈독 들이기'다. 그동안의 시리즈에서 동양인 캐릭터의 입지가 미미했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리빙빙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판빙빙이 출연했다는 것은 중국 시장을 의식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의존도를 보여주는 캐스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할라우드의 중화 시장 의존 현상은 캐스팅뿐만이 아니다. <인터스텔라> 기자회견 장소는 한국과 일본이 아닌 중국 상하이였다.

웜홀과 상대성 이론처럼 다소 난해한 과학 이론이 산재한 SF물인 <인터스텔라>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 이어 우리나라 전 세계 흥행 3위를 달리고 있다. 죽어가는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메시아 담론'이 SF 가운데서 관통하는 영화이면서 한국영화 관객이 사랑하는 가족애를 세삼하게 녹여냈다는 점이 어필하지 않았을까. JTBC <썰전>에서 이윤석이 평가한 것처럼 아이에게 영화를 통해 과학적인 지식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우리나라 학부모의 '과학 교육 열풍'도 한 몫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초 한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겨울왕국>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스텔라>와 마찬가지로 가족애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자가 아버지와 딸의 우주를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라면, <겨울왕국>은 그 흔한 동화의 공식인 왕자가 아름다운 여성 혹은 공주를 구원하는 남성 중심적인 판타지에서 벗어난다. 대신 동생이 언니를 구한다는 능동적이면서도 주체적인 가족애를 뜨겁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년 흥행 1위를 차지한 <7번방의 선물>처럼, 가족주의는 한국 흥행 영화에서 빼놓으면 안 될 주요한 흥행 공식을 차지한다.

'군도' '명량' 등 흥행...영웅을 바라는 시대

8위를 차지한 <군도: 민란의 시대>의 흥행이 가능했던 건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미남 악당 강동원의 장검 액션과 짐승남 하정우의 절묘한 조화도 있겠지만,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소수자의 항거를 액션으로 묘사했다는 점이 관객에게 어필했다고 본다. <장고>의 기관총 시퀀스를 패러디한 '김치 웨스턴' 스타일의 연출 방식으로 관객에게 신선함을 제공한 영화이기도 하다.

6위를 차지한 <변호인>은 부림사건을 소재로 다루었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별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별점 테러가 액땜이라도 된 듯 보란 듯이 천만 고지를 돌파한 <변호인>은, 전두환 정권 강화를 위해 독서모임을 주관한 대학생을 매카시즘의 희생양으로 몰고 간 진우(임시완 분)를 구하려 인권 변호사가 되어가는 송우석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운동하는 학생을 일컬어 "배가 불러 데모나 하는 청춘"이라고 경원시했던 송우석이 부림사건의 희생양이 될 뻔한 무고한 대학생을 위해 진실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렸다.

4위를 차지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5위 <수상한 그녀>는 코미디물임에도 상위권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한 한국 작품이다. 각각 조니 뎁의 <캐리비안의 해적>, 톰 행크스의 <빅>과 유사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름 특수, 혹은 설 연휴라는 타이밍과 관객의 기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들 코미디물의 개봉은 '신의 한 수'였다.

 영화 <명량>

영화 <명량> ⓒ (주)빅스톤 픽쳐스


1위에 랭크된 <명량>은 역대 흥행 1위 작품인 <아바타>의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세월호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해양 스펙터클을 다루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명량>은 개봉하기도 전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던 영화들.

하지만 전자는 허구로 가공된 허허실실 영웅이 관객에게 웃음을 제공하고, 후자는 실존했던 영웅의 역대기를 스크린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함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되었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한 반작용도 관객이 한 번 더 이순신을 찾게 만들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변호인>과 <명량> 이들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바로 '영웅'을 바란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다. 세월호 사고로 성정이 피폐해지고, 참다운 정치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관객의 정신적인 공백을 스크린으로 메워줄 수 있는 영웅이 두 작품 안에 녹아있다.

시대적인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영웅을 실제로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으니, 역사 속 실존인물이 스크린으로 부활된 영웅 앞에서 관객은 때로는 울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희열을 느꼈다고 평가 가능한 것. <변호인>과 <명량>이 2014년 한국영화의 흥행가를 좌우했다는 건, 그만큼 한국 사회의 모본이 될 리더십이 부재했음을 보여주는 역설이기도 하다.

박스오피스 명량 변호인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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