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다섯 군대 전투 메인 포스터

▲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메인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드디어 끝났다. 작가 톨킨이 써내려간 중간계 신화가 피터 잭슨 감독과 만나 빚어낸 <반지의 제왕>, <호빗> 연작이 2014년 12월에 이르러 그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 2001년 개봉한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를 시작으로 톨킨의 원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모두 6편 만들어졌고 그 마지막 작품인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이달 개봉함으로써 중간계 신화의 영화화 작업은 그 끝을 맞이했다. 특히 2012년부터 매년 한 편씩 개봉한 <호빗>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규모있는 판타지영화를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팬들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심어줬다.

한국 번역판 기준으로 여섯 권에 이르는 <반지의 제왕>과 달리 <호빗>은 한 권짜리 작품인지라 3편에 걸친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영화적 변주의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원작의 맛과 멋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적어도 톨킨과 피터 잭슨의 만남이 근래에 짝을 찾기 어려운 대작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1, 2편인 <호빗: 뜻 밖의 여정>,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는 각기 모험과 괴수에 대항하는 판타지영화의 서사를 가진 작품이다. 포악한 레드드래곤 스마우그에게 빼앗겨 폐허로 변한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으려는 드워프 원정대의 이야기가 곧 영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호빗족인 빌보 배긴스가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의 제안으로 원정대에 참여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3편으로 나눠진 영화에서 <호빗: 뜻밖의 여정>은 원정대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에레보르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려냈고,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는 에레보르에 당도한 원정대가 스마우그에 맞서 에레보르를 차지하기까지를 담아냈으며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스마우그의 죽음 이후 에레보르에 몰려든 여러 세력 간의 다툼을 다룬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호수마을을 향해 불을 뿜는 스마우그

▲ 호빗: 다섯 군대 전투 호수마을을 향해 불을 뿜는 스마우그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이 과정에서 한 편의 소설을 세 부분으로 나눠 러닝타임을 채우다보니 이야기가 늘어지고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2편의 경우에는 다채로운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가 늘어지는 경향이 강했고 무엇보다 스마우그와의 싸움에서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아 허탈하기까지 했다.

예고편도 아닌 것이 본격적인 클라이막스로 돌입하는 지점에서 갑작스레 끝나버린 꼴이니 한 편의 독립된 작품으로의 완결성보다는 시리즈의 일부로서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하겠다. 이렇다 할 만한 이야기도 없으면서 한 권짜리 책이었던 <호빗>을 세 편짜리 영화로 만든 건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었겠으나 피터 잭슨의 연출력과 흥미로운 소재 덕분에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17일 개봉한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스마우그의 죽음을 전해들은 여러 종족이 에레보르로 몰려들어 벌이는 전투를 그리고 있다. 사실상 <호빗>시리즈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데 오프닝시퀀스에서 스마우그가 죽은 후 인간과 드워프, 엘프, 오크 등이 저마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규모 전투를 펼친다.

1, 2편에서 등장한 바 있는 킬리와 타우리엘, 레골라스 등의 삼각관계는 물론 갈라드리엘과 간달프, 스란두일 등의 드라마도 암시적으로 펼쳐진다. 2편에서 황금의 저주에 정신이 흐려졌던 소린도 왕의 위엄을 되찾으며 오크와 드워프, 엘프의 군대가 벌이는 대규모 액션신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다섯 군대가 벌이는 전투, 판타지 액션의 정점을 찍다

영화는 사실상 판타지 액션의 끝을 향해 치닫는다. 다양한 종족이 뒤섞여 대규모 전쟁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만족감이 충족되며 괴수와 트롤, 스마우그의 존재는 할리우드가 도달한 기술적 역량이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산양과 늑대, 순록 등의 동물들이나 엘프와 드워프 군대의 존재감 역시 인상적이다.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가 특수효과 연출을 총지휘했고 그 노하우가 십분 버무려진 영상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더불어 지난 10여 년에 걸친 피터 잭슨의 블록버스터 연출 노하우는 백병전의 와중에 능청스레 웃음코드를 삽입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거대한 트롤이 충차처럼 성벽으로 돌격해 부딪히고 쓰러지는 장면이라거나 무너지는 계단을 밟고 도약하는 레골라스의 허공답보, 사랑의 좌절 앞에 화면을 정지시키는 연출 등이 대표적이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투석기를 등에 진 트롤부대

▲ 호빗: 다섯 군대 전투 투석기를 등에 진 트롤부대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알고리즘 등 이야기에 우의를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톨킨의 원작답게 영화엔 상징적 요소들이 상당부분 배격되어 있다. 때문에 영화는 한 평범한 호빗 청년이 위대한 모험에 참여하고 자기 안에 잠재된 능력을 십분 펼치며 성장하는 드라마에 가깝다. 동시에 거대한 규모의 액션과 최첨단 시각효과가 펼쳐지는 판타지물이기도 하다.

21세기 들어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호빗> 연작이 남긴 발자취는 결코 작지 않다. 매 겨울 찾아와 잊지 못할 스펙터클을 전하고 영상의 혁신을 실현한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마침내 이뤄졌다는 사실에 깊은 만족감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개봉 4일차인 20일 기준 94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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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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