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반도체소녀> 한 장면

연극 <반도체소녀> 한 장면 ⓒ 극단 '문화창작집단 날'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라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연극 <반도체 소녀>가 서울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2010년 초연된 이 작품은 올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관객들의 힘을 모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꾸준하게 <반도체 소녀>를 무대에 올리며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대중들에게 잊혀져가는 사안을 꾸준히 환기시키며 관객과 호흡하고 있는 극단 문화창작집단 날의 최현 대표를 만났다.

"예술가로서 침묵하지 않고자...세상의 이야기를 무대로"

- 연극 <반도체 소녀>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신다면.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였던 고 황유미님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연극이다. 모티브만 가져온 것이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호스피스인 정민이 환자로 입원해 있는 '반도체 소녀'의 죽음을 보면서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게 주된 축이다. 정민의 남편은 삼성서비스센터 직원, 동생은 일류대학교 대학원생으로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취업을 준비 한다. 동생의 여자친구는 해고 노동자로 복직 운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인물들이 주축이 된 이야기이다."

- 연극을 보면서 극 중 산업재해로 백혈병과 싸우다가 사망한 소녀,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아등바등하는 취업준비생, 해고 노동자 등 가슴 아픈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당사자, 비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의 이웃, 나의 가족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연극을 보고 가져가셨으면 좋겠다. 서비스센터 직원 동영이 지금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고. LG 유플러스 노동자분들도 연극을 보러 오셨었다. 지금 한창 길거리 투쟁 중인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이다.

또 세월호 단원고 어머니 세 분도 연극을 보러 오셨다. 저희 작품에 상징적으로 세월호 이야기들이 나온다.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미비한 시스템 등등... 어머니들도 가슴 아파하시면서 연극을 보셨다."

 최현 대표

최현 대표 ⓒ 조경이


- 문화창작집단 '날'은 언제 창단이 됐는지.
"2004년에 창단을 했고 2005년 1월에 창단 작품을 올렸다. 연출가인 친형이 지은 이름인데 칼날의 날, 날 것의 날, 여명의 날의 뜻이 포함돼 있다. 극단이 만들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연극인, 예술가로서 세상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침묵하지 말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 <반도체 소녀>만 4번째 공연을 올렸고 총 15개의 작품을 올렸다.

사회적인 관심을 갖고 연극을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의 소재들을 가지고 연극을 올렸다. <반도체 소녀>를 두고 주변에서는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지금 하냐는 분들도 있는데 이 시점에 이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하는 거다. 문화예술 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책무가 있겠지만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여전히 대학로로 발걸음이 왕성하게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다. 그래서 그 필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또 연극은 가장 역사가 오래된 종합예술이다. 기초과학, 기초학문이 무너지면 응용학문들이 꽃피울 수 없는 것처럼 가장 역사적으로 오래된 모든 공연의 기초예술인 연극이 가장 기본이고 그 기본이 잘 만들어져야 다른 예술도 더 풍성하게 꽃피울 수 있다. 꼭 존재해야 하는 연극인데, 현실적인 여건들로 직접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꼭 발걸음을 해주시면 좋겠다.

두 번째는 <반도체 소녀>와 같이 계속 사회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내놓고 싶다. 예술가로서 침묵하지 않고 시대적인 화두를 던지고 싶다. 이번 공연이 잘 되어야 또 다음 공연의 씨앗이 되고 계속 이어지니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

반도체 소녀 최현 삼성 백혈병 연극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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