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다> 로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

▲ <나는 너다> 로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 ⓒ 돌꽃컴퍼니


2010년의 연극 <나는 너다>는 송일국의 공연 데뷔작이자 1인 2역에 도전하는 작품이었다. 바로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생이라는 두 역할을 송일국이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점. 안준생은 아버지와는 너무 다른 인생의 궤적을 밟는다.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사죄하고 손자와 의형제를 맺었기 때문이다.

이런 안준생의 행적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송일국은 <나는 너다>가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인 면만 부각하는 작품이었다면 고사했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답변을 내놓았다. 도리어 안준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알게 되어 작품을 수락할 수 있었노라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준생은 아버지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단순한 변절자가 아니다.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10살 때부터 일제에게 고문을 받아온 아픔과 상처가 있는 안준생은 독립운동가 가족으로서의 아픔을 객석에 전달할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이 있었기에 송일국의 선택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송일국은 4년 만에 <나는 너다> 무대 위에 다시 오른다.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삼둥이 아빠로 출연하면서, 세 편의 영화(<현기증> <타투이스트> <플라이 하이>) 개봉까지 앞두고 있어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란 그를 만났다.

"안중근 의사 이면에 가족들의 아픔, 우리는 모르고 산다"

- 항일 역사체험을 매 해 다녀왔다고 들었다.
"매번 갈 때마다 새롭게 반성하게 된다.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자 하는 의식이 생기고, 바르게 살아야지 하다가도 몇 달 지나면 흐지부지 되기 쉽다. 잊을 만하면 다시 가서 반성하고...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가 주된 것이기는 했지만, 안중근 의사와 그의 아들인 안준생에 대해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을 이끌고 인솔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학생이 된 입장에서 강의를 들었다. 독립운동가가 해당 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했는가를 되새길 수 있었다. 명동학교(1908년 만주 북간도에 세웠던 민족교육기관) 같은 경우, 도면대로 제대로 복원된 항일 의거지 유적이었다. 전에는 중국이 일본 눈치를 보느라 안중근 의사의 유물이 제대로 조성되지 못했다. 이제는 중일관계가 많이 바뀌어서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송일국 "안준생은 태어나서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안중근 의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10살 때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나는 너다>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걸 시사하고,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나침반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송일국 "안준생은 태어나서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안중근 의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10살 때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나는 너다>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걸 시사하고,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나침반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돌꽃컴퍼니


- (안중근 의사의 항일 투쟁과 같은) 역사적인 문제와 송일국씨의 가족 관계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보인다.
"처음에는 <나는 너다>를 거절하려고 했다. 작품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안준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대본을 받고 나서야 안준생이라는 아들이 있었다는 걸 알았고 그분의 행적이 놀라웠다. 같은 후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을 해야 돼? 말아야 돼?' 하는 고민이 많았다. 안준생을 지키지 못한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다. 안준생은 영웅이 아니라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안준생은 태어나서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안중근 의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10살 때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나는 너다>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걸 시사하고,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나침반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의 업적에 대해서만 바라보지, 그 이면에 가족이 당한 고통, 그 주변의 사람들이 당한 고통에 대해서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작품에 안준생의 아픔이 묻어나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제가 이 시대에서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던 건 김좌진 장군 덕이다. 외손주인 제가 이 시대에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

- 송일국씨는 항일운동을 하신 분의 후손이다. 그럼에도 변절자로 보일 수 있는 안준생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반면에, <나는 너다>가 안중근 의사의 업적만 다루었다고 하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프레스콜 당시의 발언을 보면 안준생에 대한 양가감정이 있지 않나 싶다.
"안준생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안준생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에 대한 부담 때문에 늘 고민했다. 외할머니가 저를 중 2때까지 키우셨다. 그런데 거의 외할아버지(김두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김두한 외할아버지는 모든 집안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증조할아버지) 김좌진 장군은 집에 있는 모든 재산을 호명학교 세우는 식으로 독립운동을 위해 쓰신 분이다.

저희 어머니(김을동)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으셨다고 한다. 차라리 남인 게 낫지,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으니까.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집안은 어땠겠는가. 하지만 이분들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에 외가임에도 이렇게 자랑스럽게 살고 있다. 아까 (인터뷰어가)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었다면 이 연극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준생의 시선으로 우리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작품이 <나는 너다>다."

"초연 당시, 대본 들고 어머니 찾아가 혼나면서 연기 배워"

'나는 너다' 제작발표회 에서 수벽치기 시연을 선보이는 송일국

▲ '나는 너다' 제작발표회 에서 수벽치기 시연을 선보이는 송일국 ⓒ 박정환




- 연극은 드라마와 영화와는 다르다.

"방송이나 영화는 화면 앵글에 따라 연기의 폭이 달라진다. 바스트면 바스트 연기, 풀 샷이면 풀 샷 연기를 해야 하는데 연극은 늘 풀 샷 연기를 해야 한다. 이런 점에 적응하지 못해서 처음에는 왼발과 왼손이 같이 올라갔다. 그런 점을 극복하느라고 애를 먹었다.

<나는 너다>가 첫 연극이면서 1인 2역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용기를 내서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윤석화 연출가가 배우를 하셨기 때문에 배우를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판단이 옳았다. 윤석화 연출가는 공연예술계에 있어 천재라고 생각한다."

- 초연 때 안준생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그의 어떤 부분을 잘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나.
"작품에 나와 있는 안준생은 구천을 떠도는 모습이다. 안중근 장군이야 늘 기가 넘치고 우렁차다. 하지만 안준생은 아버지와는 상반되게 구천을 떠돌며 지쳤다. 초연 때에는 안준생의 아픔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안중근의) 힘이 넘치는 연기를 하다가 안준생을 연기할 때는 힘없는 척을 연기했던 것 같다. 늘 하면서도 찝찝하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국립극장과 예술의 전당 공연을 마치고 마지막 지방 공연에서야 안준생에 대한 느낌이 제대로 왔다. 마지막 공연에서 안중근 역을 연기할 때 너무 소리치다가 뇌에서 팍팍 터지는 걸 느꼈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겨우 참았다.

그렇게 참으면서 안준생이 아버지를 향해 '자식을 버리고 가족을 버렸느냐'고 절규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아픈 척 한 게 아니라 정말로 안준생에 빠져서 연기했다. 그 때 이런 느낌으로 안준생을 표현했어야 하는데 하는 감이 왔다. 한 번만 더 하면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컸는데 다시 공연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안준생이 구천을 헤매며 힘이 빠진 내면의 연기를 좀 더 잘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연할 때에는 삼둥이라는 자식이 없었다. 자식에 대한 아픔을 잘 몰랐다. 이번에는 대한·민국·만세가 생기고 나서 작품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국립극장 때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제가 공연한 모든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 연극이 첫 작품이라 따라가기 위해 매 회 할 때마다 작품을 돌려보고 반성했다.

이번에 재공연을 위해 다시 틀어보았다. 너무나도 에너지가 넘쳤다. 초연 당시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지금 다시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기는 하다. 반면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감이 든다."

- <나는 너다> 초연 당시 어머니에게 연기 지도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초연 무대에 오를 당시 공연에 대해서는 백지 상태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공연에 대해서는 백전노장이셨다. 2010년 초연 무대에 오르기 전에 드라마를 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저 자신도 모르게 보여지는 것에만 치중하고, 내면 연기는 온데 간데 없고, 어떡하면 멋있게 보일까만 생각하게 되면서 힘들었다.

그러다가 연극을 하면서 많이 깨달았다. 전에는 어머니에게 연기적인 면에 있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 그런데 제 자신이 연기에 대한 갈망이 생기다 보니 어머니를 찾게 되었다. 어머니가 연기를 지도하는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유동근 선배는 <용의 눈물> 할 때 대본을 들고 새벽 2~3시에 저희 집을 찾아오고, 박상원 선배는 어머니에게 배우고 <인간시장> 오디션을 보았다.

1980년대 당시 강북에 강부자 사단이 있다면, 강남에는 김을동 사단이 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당시 PD들이 부족한 신인이 있으면 어머니에게 보냈다. 그런 어머니가 자식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했는데, 대본이 하늘에서 춤을 췄다. 어머니가 후배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는데 아들에게는 연기를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이 나니까 화를 내신 거다.

제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나니까 대본을 들고 직접 어머니를 찾아갔다. 스스로가 연기한 것을 영상으로 보면서도 웃길 정도였다. 어디서 얼마만큼을 어떤 식으로 걸으라는 걸음 하나 하나까지 어머니에게 배웠다."

"삼둥이 가졌다는 사실 알았을 때, 10분간 아내와 '멘붕'"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송일국과 그의 세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의 모습.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송일국과 그의 세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의 모습. ⓒ kbs


- 대한·민국·만세가 생긴 타이밍이 2010년 국립극장 때인가, 아니면 2011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할 때인가.
"지방 공연까지 모두 마쳤을 때 아이가 생겼다. 연출가들이 연출을 하면 처음 할 때 몇 번만 보고 그 후에는 잘 안 본다고들 한다. 하지만 윤석화 연출가는 지방 공연까지 모두 따라와서 매 공연을 모두 본다.

매 회 공연하기 전에 스태프를 모두 불러서 동그랗게 모여서 기도를 드린다. 기도할 때 늘 빼놓지 않고 했던 기도가 '우리 안 장군(기자 주-송일국이 안중근 의사를 연기해서 붙여진 예명) 아이를 갖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였다. 기도가 얼마나 셌는지 거짓말처럼 공연을 마치자마자 아이가 셋이나 생겼다."

- 산부인과에서 쌍둥이도 아닌 삼둥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심정이 궁금하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 검사를 한다. 그런데 호르몬 수치가 아주 높게 나왔다. 쌍둥이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아내의 병원 수첩에 초음파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아내가 수첩을 넘겨보라고 해서 넘겨보니 동그라미 하나가 있었다. '우와 성공했어!' 하고 감격하고 있는데, 한 장을 더 넘기라고 한다. '우와? 쌍둥이야?' 하고 좋아하던 차에 아내가 또 한 장을 넘기라고 한다. 점, 점, 점... 동그라미가 세 개였다. 10분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아내와 눈을 마주쳤다가 수첩의 초음파 사진을 보았다.

지금도 삼둥이가 집에서 놀면 가끔씩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가 하나였다면 아이에게 마음껏 해주고 싶지만 셋을 키우면 어디를 나가지 못한다.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저희 가족에게는 큰 행사다. 안아달라고 셋이 동시에 조르는데 (몸은 하나라)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늘 미안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아이들과 너무 해보고 싶은 것을 소원성취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것도 많이 해소되었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송일국씨를 캐스팅한 것은 '신의 한 수'라는 반응이 많다.
"세쌍둥이가 아빠인 저도 신기한데 시청자는 얼마나 신기해 하겠는가. 네쌍둥이도 있지만 그건 다른 나라 이야기다. 주변을 보면 쌍둥이도 드물다. 호기심으로 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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