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연서.

배우 오연서. ⓒ 웰메이드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약 7개월간의 장정을 끝낸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연서는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광고 화보 촬영 차 베트남에 다녀왔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된 패션쇼 무대도 섰다.

오연서가 종영에 대한 소감과 함께 드라마를 하면서 담았던 속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았던 착한 장보리는 결국 재화(김지훈 분)와 비단이(김지영 분)와 함께 새 삶을 꾸리게 됐다. 보리를 힘들게 했던 연민정(이유리 분)이 교도소에 들어감으로써 죗값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결말은 드라마를 보면서 애가 탔던 시청자분들을 위한 김순옥 작가님의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결국 보리는 모두를 용서한 셈인데, 제 입장에선 진짜 이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저라도 아마 용서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나만 괴롭혔으면 끝까지 싸웠겠지만 가족의 문제가 달린 일이니까요. 보리를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하기가 더 어려워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했어요. 많은 분들이 보리가 고통을 준 사람들에게 복수하길 원했겠지만 그건 작가님이 처음부터 선을 그었던 부분이랍니다."

장보리는 아쉽다? "이만큼 사랑 주셔 감사할 따름"

 배우 오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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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로 갈수록 상대 악역이었던 연민정의 분량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드라마 초중반을 이끌었던 장보리보다 후반에 연민정이 부각된 느낌이었지만 오연서는 "연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계기였고, 그런 흐름이라도 제가 잃은 건 없는 것 같다"며 "보리를 착한 인물로 그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고 속생각을 말했다.

"많은 분들이 시청률 40%를 못 넘어 아쉽지 않은지 묻는데(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은 37.3%,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전 이 정도도 진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명동에서 카라 춤을 추겠다는 공약이요? 종방연 때 수줍게 추긴 했답니다(웃음). 그간 제가 부침이 있었기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거 같아요. <메디컬 탑팀> 땐 저조했잖아요. 이후엔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니까. 단단해지려는 거죠."

오연서는 "장편드라마를 할 때 좋은 점이 함께 출연한 사람들과 정이 붙는 것"이라며 아역배우 김지영, 극 중 모녀 관계였던 황영희를 언급했다.

"제가 감정에 몰입해서 연기하는 타입이라 비단이 엉덩이를 그렇게 세게 때렸거든요. 다음날 엉덩이에 멍이 들어 왔어요. 어찌나 마음 아프던지. 연기도 무척 잘했지만 전 지영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학교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많이 놀기도 하면서요. 사춘기도 예쁘게 잘 넘기길!

우리 엄마 황영희 선배는 저와 연기하는 게 비슷해요. 진심을 많이 주시는 타입이죠. 드라마 중간엔 서로 눈만 쳐다 봐도 눈물이 나는 거예요. 연민정보다 오히려 저와 붙는 신이 많으니 정이 들 수밖에요. 근데 황영희 선배가 이제 마흔다섯밖에 안됐어요. 그런데도 모성애 연기를 그렇게 잘 하시죠. 제가 많이 배웠던 분입니다."

"악녀 연민정의 설득력은 이유리 덕이었다"

 배우 오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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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리의 앙숙이었던 연민정에 대해 안 물을 수 없었다. 오연서는 단호하게 "연민정은 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이유리 언니가 워낙 잘 해서 그 인물의 설득력이 생긴 것"이라 말했다.

"유리언니가 워낙 열심히 했어요. 연기 욕심도 많고, 언니가 연민정을 맡았기에 그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서로 리허설도 많이 했는데 언니가 애드리브도 좀 했어요. 덕분에 장보리 캐릭터도 살았죠. 장보리와 비교하는 말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비교하긴 좀 그래요. 각자의 연기를 잘 해내는 게 임무였으니까요.

역할을 바꿔서 했다면요? 아마 지금과는 다른 장보리와 연민정이 나왔겠죠. 연기의 매력은 같은 캐릭터와 대본이라도 배우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해석이 서로 다르니까요. 만약 제가 연민정을 맡았다면 좀 더 차갑고 건조한 모습이었을 거 같아요. 유리언니는 저보다는 감정의 폭이 큰 거 같고요. 반대로 유리언니가 장보리를 했으면 좀 더 귀여워지지 않았을까 해요."

상대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깊고 함께 한 배우에 대한 배려가 있어 보였다. 오연서에게 연기는 "인생과도 같은 것"이었고, "만나는 인연이 소중하고 도움이 된다"는 지론에서 나온 깨달음으로 보였다.

"26살 때 고비가 한 번 있었죠. 엄마도 걱정하면서 안 될 거 같은데 계속 연기를 할 건지 물었어요. 저 때문에 아빠와 떨어져 서울에서 주말 부부를 하고, 고생도 많이 한 분이세요. 그때를 넘긴 이후 사실 나이는 두렵지 않아요. 어렸을 때는 유명해지고 싶고, 뭔가 해내고 싶었는데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마음도 편해지더라고요.

이렇게 작품을 계속 하는 게 좋아요. 아빠는 일일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지방에서 어른들이 자주 보시니까 자랑할 수 있거든요(웃음). 저 역시 어른들이 사랑해주시는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어요. <왔다 장보리>도 그런 작품이라 좋았고요. 물론 영화도 하고 싶죠. <여고괴담> <저스트 프렌드> 이후 작품이 없었잖아요. 우정 출연이더라도 조금씩 제 폭을 넓히고 싶은 바람이 있답니다! 대사 없이 따라다녀도 좋으니 좋은 분들과 함께 찍고 싶어요."

'지금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오연서는 조용히 웃어보였다. "행복할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인생에서 많긴 하다"며 "휩쓸릴 때도 있고, 가라앉을 때도 있지만 행복은 결국 밖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이라 답했다. 그렇게 그는 성장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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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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