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철부지 남편 영민 역의 배우 조정석이 2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철부지 남편 영민 역의 배우 조정석이 2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순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연기에 있어서 조정석은 누구보다 끈질기게 노력해 온 성실파다.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리면서 관객들에게 인정받아 온 그는 어느새 영화, TV, 그리고 무대를 넘나들며 지평을 넓혀왔다.

개봉 중인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시인을 꿈꾸는 철부지 남편 영민 역을 소화한 조정석은 자신만의 코믹 연기를 마음 놓고 선보였다. 동명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에 주눅들 법 했지만 그 묘미를 살리면서 보다 발랄하게 표현했던 것이다. 과감성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간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신민아가 영민의 아내 미영 역으로 조정석의 짝이 되면서 한층 편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신민아씨도 그렇고, 서로 벽을 허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제가 남자니까 그나마 먼저 다가가려 했는데 민아씨가 마음을 처음부터 열고 있었어요. 대화를 진짜 많이 했는데 통하더라고요. 둘 다 220V(기자 주-코드가 잘 맞는다는 뜻)였어요."

영화를 함께 만들어 간 두 배우 "애드리브 상당 부분 있었다"


원작과 이번 영화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구조도 그렇고, 박중훈-고 최진실의 조합과 조정석-신민아 조합, 특유의 웃음 포인트 역시 비교 대상이다.

기본적인 이야기 골격은 감성적인 철부지 남편 영민이 아내와 신혼생활을 보내며 사랑에 대해 각성하고, 아내 미영 역시 남편의 진면목을 알아가면서 이해가 깊어진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집들이 장면에서 미영이 남편 친구들 앞에서 갑작스레 노래를 부르게 되는 설정, 중국집에서 영민이 미영의 얼굴을 짜장면에 파묻는 장면 등은 리메이크 과정에서 새롭게 변용됐다.  

"전 재밌었어요. 연애와 결혼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고나 할까요. 연애할 때 갈등은 오래 갈 때가 있지만 결혼에서의 갈등은 빨리 풀어야 하더라고요. 친정이든 시댁이든 싸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둘 다 고달파지거든요(웃음). 각자 돌아갈 집도 이젠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즉흥적 애드리브가 이 영화에 꽤 있어요. 제가 형형색색의 속옷을 드러내거나 민아씨가 춤추는 장면 등은 상황만 주어진 거고 대사가 없었어요. 즉흥적으로 우리가 한 거죠. 민아씨와 대화하면서 만든 장면도 많아요. 서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를테면 해변에서 영민과 미영이 서로 우스꽝스럽게 뛰는 장면은 민아씨가 갑자기 촬영 중에 뛰기에 저도 같이 뛴 거예요.

우리 둘 다 원작을 넘는 리메이크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기에 원작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지금 현실에 맞게 표현하는 게 부담이긴 했죠. 그래서였나?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재밌는 장면을 고민했어요. 짜장면 그릇에 파묻히는 장면도 여배우가 그 기름기를 다 얼굴에 뒤집어 써야하는데 그걸 흔쾌히 받아줘서 나올 수 있던 거였죠."

작품 얘기를 하면서 조정석은 "박중훈 선배의 역할을 할 수 맡아서 매우 영광이었다"며 원작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시대가 다른 만큼 새로운 작품이라 생각하고 임했기에 원작의 부담에서 일찌감치 벗어날 수 있었다"며 "오히려 부담 속에 갇히면 원작에 폐를 끼치는 거라 생각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연기는 스스로 깨치고 알아가는 것"..."결혼은 더욱 하고 싶어져"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철부지 남편 영민 역의 배우 조정석이 2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즉흥적 애드리브가 이 영화에 꽤 있어요. 제가 형형색색의 속옷을 드러내거나 민아씨가 춤추는 장면 등은 상황만 주어진 거고 대사가 없었어요. 즉흥적으로 우리가 한 거죠. 민아씨와 대화하면서 만든 장면도 많아요." ⓒ 이정민


이번 영화가 조정석에게 끼친 영향은 상당했다. 특히 결혼에 대한 생각에서 조정석은 "예전에도 하고 싶었지만 더욱 긍정적이 됐다"며 사랑과 결혼의 본질을 돌아본 사연을 전했다.

"철없을 땐 28살에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우리 형이 그때 결혼해서 잘 살고 있거든요. 그게 평탄하고 무난해보였나봐요(웃음). 요즘 들어 사랑은 곧 배려라고 생각해요. 결혼은 특히 그렇죠.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만큼 어느 정도 포기도 하면서 합치는 게 맞는다고 봐요. 자기 습관, 행동, 취미 등을 다 가져가려고 하면 분명 탈이 날 겁니다."

영화 속 영민처럼 시를 적극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적어도 아날로그 감성이 있는 조정석이었다. 문학이 주는 낭만을 좋아하고, 함께 호흡하고 살을 맞대는 동료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고민하는 걸 서슴지 않는다. 누군가는 무대 공연 때의 조정석이 인기를 얻으니 변했다는 비판을 던지기도 했지만, 조정석은 "그런 말씀을 하는 분이라면 절 잘 모르는 분"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배성우 형과는 예전에 2인 연극을 같이했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형입니다. 성우 형과 함께 영화에서 제 친구들로 나오는 이시언도 원래 알던 친구고, 고규필씨는 이번에 알게 됐는데 다들 좋은 장면을 위해 촬영 전날 미리 만나 술 먹으면서 아이디어를 짜곤 했어요. 그때 추억이 새삼 떠오르네요(웃음)."


"무대 공연을 하는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종종 제게 물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전 당신들이 더 멋진 배우가 될 거라고 말하곤 해요. 하지만 그 이상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은 잘 못해요. 본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에 그저 열심히 하는 거죠. 사실 제가 조언을 구하는 선배는 없어요. 물론 형들을 잘 따르긴 하지만 연기는 결국 스스로 습득하고 깨우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중에 연기에 대해 비난을 받더라도 제 것이 되는 연기를 하고 싶어서예요.

저도 연기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때가 있어요.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죠. 또 이게 정말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찬 직업인지 묻기도 하고요. 그때마다 전 그걸 넘어서겠다는 의지에 불탔어요.

사실 제가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기 위해 3수를 했었거든요. 결론적으로는 연극과에 갔지만 입학식을 위해 서울예술대학교 문턱을 넘기 전에 혼자 정문 앞에 서서 다짐한 게 있어요. '이 문을 넘는 순간 쭉!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라고요. 깡이라고 하죠. 그게 연기를 꾸준하게 하게 하는 원동력인 거 같아요."

조정석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시간 이탈자>의 주연으로 돌아온다. 뮤지컬에서 그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이 물음에 조정석이 답했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제가 낚아채려고 할 테니 걱정 마세요! 떠날 수 없어요! 전 공연을 매우 사랑합니다."

조정석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신민아 배성우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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