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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들리는 매체인 라디오는 정이 있는 매체이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멀티태스킹이 되는 매체거든요. 라디오를 들으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이에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라디오하고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25년간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한 배철수는 지난 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라디오스타>에서 라디오라는 매체를 이렇게 말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없앤다고 한탄하는 시대를 지나, 뭐든지 보는 것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들리기만 하는 라디오는 조금 거리감 있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라디오는 꾸준히 들리고, 팟캐스트로 영역을 넓혀간 오디오 방송은 새로운 문화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하지만 보이는 매체가 안겨주는 시각적인 효과는 들리는 매체의 음성 효과를 압도할 수밖에 없다. 젊은 영상 세대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MBC <무한도전> 출연진이 일일 라디오 DJ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과연 그들이 어떻게 라디오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낼 것인지 사뭇 궁금했다. 이들 중에는 박명수, 하하처럼 DJ로 명성을 날리던 케이스도 있지만, DJ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라디오와 상극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홍철도 있다. 그리고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은 라디오 DJ가 처음이었다. 

라디오 DJ를 경험했던, 그렇지 않았던 각각 < 굿모닝FM >(박명수), <정오의 희망곡>(정준하), <2시의 데이트>(노홍철), <음악캠프>(정형돈), <꿈꾸는 라디오>(유재석), <푸른밤>(하하)를 맡은 일일 DJ는 각자 맡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처음으로, 오랜만에 라디오 진행을 맡았다는 것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 중에서도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음악캠프>를 맡은 정형돈의 부담감이 가장 커 보였다.

<음악캠프>는 방송 진행에 송출 장비까지 직접 만져야 했기에 적지 않은 방송사고가 정형돈 본인은 물론, 제작진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하지만 몇 번의 아쉬운 방송사고와 실수에도 배철수가 구축한 25년의 명성과 역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수없이 멘트를 연습하고 반복했던 정형돈의 노력은 기대 이상의 <정형돈의 음악캠프>를 만들었다.

 지난 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라디오스타>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라디오스타> 한 장면 ⓒ MBC


정형돈이 <음악캠프>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온 힘을 쏟았다면, 유재석이 진행한 <꿈꾸는 라디오>는 2시간 동안 자유롭게 입담을 발산하는 시간이었다. 여타 젊은 청취자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파격적인 선곡이 눈에 띄는데, 특히 방송 말미 '재석 노트' 코너에서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레이디스 코드 고 은비, 리세를 추모하며 레이디스 코드의 'I'm fine thank you(아임 파인 땡큐)'를 선곡했다.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같이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

라디오의 가장 큰 장점은 앞서 배철수가 언급한 것 외에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청취자가 손으로 써서 우편으로 보낸 사연을 DJ가 읽었다면,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는 문자나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청취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기술의 발달이 세상을 변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라디오의 진짜 본질은 어떤 매체보다도 진행자와 청취자의 진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라디오를 듣는 시간만큼은 DJ는 청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청취자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다시 다른 청취자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MBC FM4U 일일 디스크자키로 활약한 <무한도전> 출연진이 진행한 라디오 방송이 대체로 호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재치로 재미있게 라디오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보다 많은 청취자가 <무한도전> 라디오데이에 열렬한 호응을 보낸 것은 <무한도전> 출연진이 가진 막강한 팬덤, 시종일관 듣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입담뿐만 아니라 하루 동안 라디오를 통해 인연을 맺는 청취자에게 특별한 2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그들의 노력과 최선이 느껴졌기 때문 아니었을까. 비록 단 하루, 2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청취자와 하나 되어 라디오의 매력을 흠뻑 일깨워준 그들은 '라디오스타'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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