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은 성역과 금기 없는 입담을 가진 패널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각을 한 차원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으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김구라, 허지웅 등 직설화법과 독설로 유명한 패널들을 배치해 미디어에 대한 직설적인 비평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썰전>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한계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썰전>의 독설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패널들의 독설이 공감을 자아낸다거나 사회적인 함의를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 '예능 심판자'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은 이러이러해서 문제다'는 식이 주를 이루지만 전문적이고 분석적인 날카로운 시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술자리나 사석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이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썰전>에 출연하는 인물들 역시 마음을 놓고 적나라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는 것 또한 한계다. 그들도 방송을 하는 사람이다. 비판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 힘들게 만든다. 더군다나 김구라 등의 패널은 때때로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습득하지 않고 비평에 임하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국 <썰전>에 출연하는 예능인들이 다른 예능인들을 비판하는 모습은 신선하기보다는 점차적으로 묘한 거부감을 자아내는 그림이 되어가고 있다. 초창기 고정 패널이었던 김희철 또한 "내가 아이돌을 비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해도 문제, 하지 않아도 문제인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잃을 것 없는 아나키스트?...잃을 게 많아진 출연진

실제로 28일 방송된 <썰전>에서도 김구라는 자신이 출연하는 SBS <매직아이>에 대한 비판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결국 그가 꺼내는 말들은 <매직아이>에 대한 옹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매직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것 자체가 <썰전>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그런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이야기 하겠다'는 취지의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한 주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사안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연예인들의 탈세와 폭행 사건이었다. 송혜교와 김현중이 일으킨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아이스 버킷'이라는 이슈만이 대신 그 자리를 채웠다. 

연예계에서 가장 크게 터진 두 사건을 이야기 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은 <썰전>의 본질을 뒤흔드는 일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모든 부분을 짚어내겠다는 기획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이야기는 숨겨지고 어떤 이야기는 드러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일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소재에서부터 몸을 사린다면 누가 정말 적나라한 비판을 기대할 수 있을까. 패널들의 비판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아닐 수 없다.

적나라한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지만 '잃을 것이 없는 예능계의 아나키스트들'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그 곳에 앉아있는 패널들은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은 다른 동료들과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 예능인들이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지나칠 경우 그 관계를 해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만큼의 위치에 있다. 더군다나 프로그램 내에서도 어떤 이야기는 나오고 어떤 이야기는 금기가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썰전>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단순한 독설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 힘들어졌다. 독설이 아닌 그 이상을 보여야 다시 주목받는 프로그램으로 바로설 수 있다. 그러나 비판의 한계는 명확하다. 강도가 약해지면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없고 강해지면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힘들어진다. 그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하는 비판을 <썰전>에 그대로 적용시켜 본다면 답은 확실하다. <썰전>은 점차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줄어들고 있다. 고민이 깊어질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