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사라진시대>의 포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시대>의 포스터. ⓒ CJ E&M


거물, 아니 괴물의 귀환이다. 변신 로봇들이 전국 스크린을 집어 삼킬 기세다. '지금까지는 모두 잊어라'란 카피가 무색하게 앞선 세 편으로 충분히 학습효과를 거친 관객들은 개봉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예상대로,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 얘기다. 개봉 첫날인 25일 46만 명 동원. 26만 명으로 2014년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던 <역린>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3편 모두 700만을 넘겼던 시리즈이니만큼 수요일 개봉을 감행한 4편의 1위 질주 역시 이미 예견돼 왔다.

눈여겨 볼 것은 46만이란 숫자보다 스크린 수다. <트랜스포머4>는 무려 1512개 스크린을 싹쓸이 했다. 이미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영화계의 해묵은 화두지만, 개봉일 스크린 수는 실로 놀랍다. 3편까지 쌓아온 엄청난 인지도를 바탕으로 배급사 CJ E&M 계열의 CJ CGV는 물론, 여타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앞다퉈 <트랜스포머4>를 상영한 걸로 풀이된다. 90%에 육박하는 예매율이 이를 입증한다.

1500여개 스크린 싹쓸이 한 <트랜스포머>의 인지도, 무섭다 

 영화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영화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 CJ E&M


헌데, 스크린 수로 대비하자 46만이란 관객 수에 틈새가 보이기 시작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차례대로, 개봉 첫날 1편(2007)이 30만 6678명, 2편 <패자의 역습>(2009)이 47만 8269명, 3편(2011)이 54만 4995명을 동원했다. 스크린 수는 각각 676개, 965개, 1245개로 출발했다.

즉, <트랜스포머4>는 스크린 수에서 많게는 500여개, 적게는 250여개 차이가 나는 2·3편과 비교해 오히려 다소 떨어지는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완성도면에서 혹평에 가까웠던 3편은 54만이란 '역대급'의 스코어를 작성한 바 있다. 87.7%라는 놀랄만한 예매율로 4편의 개봉을 기다려왔던 관객들이 3편에 이어 어떤 입소문을 내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게 됐다.

여타 화제작과의 경쟁도 주목할 만 하다. 역시나 블록버스터 3편으로 비등하게 비교할만한 <아이언맨3>(2013)은 작년 4월 1229개 스크린에서 42만이란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스크린 수 대비 <트랜스포머4>을 넘어서는 수치다. 최종적으로 전국 900만을 동원했던 <아이언맨3>와의 경쟁에서 <트랜스포머4>가 어떤 결과를 낼지, 800만 문턱에서 매번 주저앉았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한을 풀어 줄지도 주목된다.

다음 주 개봉하는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수> 외에 여타 경쟁작이 없다는 점, 400만을 돌파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끝까지 간다>의 흥행이 이미 끝물로 접어들었다는 점, 영화계가 가장 기피하는 월드컵의 여파가 올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트랜스포머4>의 흥행 전선에 눈여겨볼 요인들이다.

4편까지 이어진 마이클 베이의 전략, 논리는 잊어라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 CJ E&M


여기서 관객들의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터다. 하나는 과연 '리부트'에 가깝게 재탄생을 선언한 <트랜스포머4>가 전작들과 얼마나 차별화 되는가, 둘은 그래서 얼마나 더 '재미'가 있느냐.     

결론적으로, 3년 만에 돌아온 이 신작은 역시나 새로움보다는 친숙함에 기대는 속편이다. 얄궂게도 <님포매니악 불륨1>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3편까지의 히어로 샤이아 라보프를 떠나보내고 마크 월버그를 맞아들인 마이클 베이 감독.

그는 자신의 히트작 <아마게돈>을 연상시키는 부녀 화해 스토리를 전편에 까는 한편, 지구인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오토봇 군단의 활약(인지 민폐인지 모를 로봇간의 전쟁)을 어김없이 스크린에 가득 채웠다.

논리는 잊어라. 옵티머스 프라임은 왜 또 지구를 구하려고 하는지, 시리즈 사상 가장 위협적인 적으로 포장된 락다운은 또 왜 지구를 노리는지, 4편의 사이즈를 확장하려는 듯한 공룡시대가 꼭 등장했어야 했는지.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어디 이야기와 구성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영화던가.

미드 4편을 이어놓은 듯한 이 블록버스터, 무시할 것인가 동참할 것인가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트랜스포머4>의 한 장면. ⓒ CJ E&M


'미드' 4편을 이어놓은 듯한 164분간의 전개는 철저하게 중국 땅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전투를 위해 봉사한다. 실제로, 기자시사 이후 3편보다 단순하면서도 짜임새 있다는 이야기도 속속 들려온다. 일단 시카고를 무대로 했던 3편에 이어 마지막 전투의 배경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중국시장에서의 흥행을 염두에 뒀다고 하더라도) 차별화에 있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작의 인기 캐릭터라는 다이노봇을 비롯한 거대 공룡 로봇의 등장이 생뚱맞긴 하지만 로봇 마니아들에게는 별미와 같은 볼거리를 제공할 여지도 크다. 범블비를 비롯한 오토봇들의 매력도 여전하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레이싱 시퀀스들도 여전히 다채롭고 박진감 넘친다. 마이클 베이 특유의 고속촬영을 이용한 허장성세 가득한 숏들도 팬들에겐 친숙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백치미에 가까운 순백의 이야기와 친숙함으로 무장한 액션들을 보기 위해 160분이 넘는 시간을 극장에서 견딜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만약 3D 안경까지 쓴다면 기다림의 미학은 배가될지 모른다. 무시할 것이냐, 동참할 것이냐. 전국 극장의 3분의 2를 점령한 채 시작된 <트랜스포머4>가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중이다.

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 마이클 베이 오토봇 마크 월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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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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