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 KBS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벌써 5년이다. 짝사랑과 실연의 감성을 절묘하게 건드린 가사로 심금을 울리던 1인 프로젝트 밴드 '토이'의 유희열이 음반 뒤에 숨겨 왔던 모습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 그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의 시작이었다. 이제 그는 tvN < SNL코리아 >에서 신동엽과 함께 19금 이야기를 나누고, SBS < K팝스타3 >에 출연해 '매의 눈'으로 옥석을 가려내며 대중 속으로 뛰어든 '방송인'이 됐다.

하지만 유희열은 말한다. 자신의 시작은 바로 <스케치북>이었노라고. 그래서 <스케치북>은 유희열에겐 "지키고 싶은 첫 모습"이자, "정체되어 있거나 노력을 덜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반성하게 되는" 거울이기도 하다. 여기에 자신의 본업인 '음악인'으로서도 <스케치북>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일종의 "사명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5주년 비결? 잦은 회식과 '약간의 무관심, 그리고 '버팀'"

23일 오후 KBS 본관 앞에서 만난 유희열은 "섭외나 선곡 같은 부분에서 (제작진에게) 굉장히 객관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생각해 계속해서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스케치북>은 나에게는 음악인으로서 객관성을 유지해줄 수 있는 고마운 장치이기도 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내 이름이 들어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 유희열은 "대중음악의 가장 큰 산인 조용필을 꼭 모시고 싶다. 또 서태지가 곧 음반이 나온다는데, 그의 둥글둥글해진 모습을 <스케치북>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과 '수질검사하러 왔어요' 코너의 개그맨 박지선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과 '수질검사하러 왔어요' 코너의 개그맨 박지선 ⓒ KBS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 KBS


그런가 하면 이날 유희열은 <스케치북>이 5주년을 맞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회식"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전임자들(이소라, 윤도현 등)과 달리 내가 회식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입을 연 그는 "<스케치북>의 독특한 특집은 대부분 KBS 근처 호프집에서 농담을 하다가 나온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회식'이 5주년의 비결이라는 유희열의 말은 <스케치북> 특유의 '특집'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우리에겐 좋지만 본인들에겐 평생 갈 수 있는 치명적인 것"이라고 유희열이 설명한 '크리스마스 특집'에서 가수들은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독특한 분장을 하고는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고, '200회 특집'에서는 각 가수들이 자신이 롤모델로 꼽는 선배 가수와 합동 무대를 선보였다. 유희열은 "매번 특집이 재미있을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시청자에겐 '약점'으로 꼽히는 심야 편성도 유희열이 꼽은 <스케치북>의 장수 비결이었다. 그는 "편성 상으로 '전쟁터'와 같은 11시대에 편성됐다면 <스케치북>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른 시간에 한다면 지금보다 더 대중적이고, 시청률에 더 민감해지는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늦은 밤 방송되는 '약간의 무관심'이 5년을 버텨주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버팀'의 미학이다. 유희열은 "<스케치북>이 매주 늘 재밌고 늘 터져야 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매주 버티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애에 비유하자면 여자친구 생일이나 만난 지 1주년, 2주년 때는 남자친구가 이벤트를 잘 해야 한다. 그게 <스케치북> 특집과 같은 느낌이다. 물론 특집에서도 정체성이 드러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스케치북>의 정체성은 매주 지루하게 해 오는 방송"이라고 강조했다.

"'스케치북' 시작할 때, 내가 19금 콩트 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 KBS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구심점이 옮겨간 지금의 대중음악계에서, 초특급 아이돌과 세션 연주자를 한 무대에서 소화해 내는 <스케치북>은 이 두 음악 사이를 훌륭히 오가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유희열은 "음원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의 가수들이 <스케치북>에 모두 어울리는 가수들일까 생각해보면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스케치북>밖엔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가요 TOP10>의 1위부터 10위까지의 가수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 어색하지 않았어요. (방송에 나오지 않고) 숨어 있는 얼굴들이라고 해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인디 가수' 아니면 '메이저 가수'로 이분법적이죠. 그래서 좀 어려워진 상황인 건 확실해요.

하지만 저는 지금 (대중에게) 사랑받는 가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 방법은 우리가 숙제로 계속 안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새 주춤하긴 했는데, 제작진과 최소한 한 꼭지 정도는 정말 숨어있는 실력자들이나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가수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늘 말하지만 버텨야 해요. '<스케치북>이 없어지면 정말 다 없어지는 것'이라는 말을 해요."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5주년을 맞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 ⓒ KBS


경계에 선 건 비단 <스케치북> 뿐만이 아니다. '유희열'이라는 방송인이자 음악인 또한 '주류'와 '비주류'의 양극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유희열은 "<스케치북> 첫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TV에서 많이 볼 수 있겠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게 내 한계'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땐 5년 뒤 내가 < SNL코리아 >에서 19금 콩트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저를 두고) '주류'라고 하는데, 저도 이런 상황이 올 줄 몰랐어요.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전략적으로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해야겠다'는 게 없었거든요. 지금도 '어떤 단계를 밟아 올라가 한국 최고의 방송인이 되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나에게 어울릴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걸 하면 행복할까' 등이 제 선택의 기준이에요.

음악도 그래요. 7년 단위로 음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음반 하날 내는 게 갈수록 어려워져요. 그렇다고 음악을 만들 때 '이 음악이 어떻게 비춰질까' 등 전략적으로 저의 행보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매번 '이 음악이 좋은가, 안 좋은가'를 고민할 뿐이죠. 음반은 제가 100% 만들어내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내놓지 못해요.

요즘도 음반 작업을 한참 하고 있는데 매번 생각이 바뀌거든요. 그래서 음반을 팍팍 내는 분들 보면 부러워요. (웃음) 음악…특히 제 이름이 걸린 건 타협한 적도 없고, 방송 활동과 결부해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이제 음악과 저의 정체성과 방송 활동은 조금씩 분리할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 토이 SNL코리아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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