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가수 거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4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팬들 앞에 선 순간, 가수 거미(본명 박지연)는 "설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번째 미니앨범 <사랑했으니...됐어>에 담길 곡을 모으고,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녹음하던 과정에서 거미가 늘 잊지 않았던 존재는 언제나 자신의 편인 팬들이었다.

그렇다고 대중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한 번에 꽂히는 음악보다, 듣기 좋은 음악을 하자'는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노래를 고르고, 앨범을 완성했다. '거미의 노래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게 숙제였다. 고민 끝에 "표현법의 문제인 것 같다"는 안타까운(?)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자체가 거미라는 가수의 존재감이 된 듯하다.

거미는 왜 '친정' YG를 떠나 씨제스에 안착했을까 

거미는 이번 앨범을 내기 전, 오랜 시간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YG는 정말 좋은 회사고, 친정 같은 느낌"이라고 운을 뗀 거미는 "많은 가수가 들어오고, 음악을 더 많이 발표할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털어놨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앨범이 아니면 발표하지 않는다'는 양현석 회장의 소신에는 동의했지만,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싶었던 거미는 "YG와 비슷한" 씨제스로 자리를 옮겼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JYJ와 최민식, 설경구, 이정재, 강혜정 등이 몸담고 있다.

 거미

▲ 거미 "(같은 소속사의) 최민식 선배님은 제게 '위대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거미라는 가수는 특히 존경받아야 한다'고 추켜세워주세요."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씨제스는) 큰 회사고, 가수는 적지만 파트별로 직원이 구성되어 있어요. 해외 활동을 도와줄 회사를 찾았는데 많지 않았어요. 그 중 씨제스에서 (매니지먼트) 의사를 밝혔죠. 무엇보다 회사 분들을 만나고 마음이 많이 결정됐던 것 같아요. 도전이나 시도를 해볼 기회가 많을 것 같았어요. 가수보다 연기자들이 많아서인지 예술적인 면으로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데 거기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최민식 선배님은 제게 '위대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거미라는 가수는 특히 존경받아야 한다'고 추켜세워주세요."

새로운 곳에서, 그것도 오랜만에 발표하는 음반이라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거미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을 늘 잃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힌 거미는 "아직은 신곡을 냈을 때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기에, 그 이름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려고 했다"면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지닌, 진정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앨범이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이선희·이은미에 감동하는 거미..."아이유·에일리 실력 있다"

 거미

▲ 거미 "기회가 된다면 여자 가수들과 함께 공연해보고 싶어요. 여자들끼리 콜라보레이션을 해본 적은 없는데,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분들과 해보고 싶어요."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 시간은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한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가수 거미에게도 시간은 비켜가지 않았다. 11년 전에는 '슬퍼서 죽을 것 같다'는 식으로 목놓아 울부짖었다면, 11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담담하게 노래한다. 감정의 강도야 크게 다르겠느냐마는, 지나면 누그러질 것을 알기에 나오는 목소리다. 거미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쌓인 변화"라면서 "이전에는 감정의 변화에 각박했다면, 이제는 마음을 놓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 앨범에는 제가 작사, 작곡한 곡이 늘 한두 곡씩 실렸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일 많이 주목받는 것 같네요.(거미는 '놀러가자'와 '사랑해주세요'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작사, 작곡은 계속 할 생각이에요. 하지만 굳이 싱어송라이터라고 내세우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또 제 노래로 무조건 활동할 생각도 없고요. 다른 분들께 받는 곡들도 늘 진심으로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해요. 그래야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이선희의 쇼케이스 무대에 서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또 다른 선배 이은미의 삶과 생각을 궁금해하는 거미.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그가 주목하는 후배는 누구일까. 거미는 함께 여자 솔로가수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유와 에일리를 꼽았다.

"아이유가 색깔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영리하고 실력 있는 친구라고 느꼈다"며 "에일리 역시 자신감 있는 모습이 멋지다"고 한 거미는 "기회가 된다면 여자 가수들과 함께 공연해보고 싶다. 여자들끼리 콜라보레이션을 해본 적은 없는데,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분들과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기에도 관심..."진짜 잘해야 음악도 다치지 않겠죠" 

 거미

▲ 거미 "다음 앨범이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겠어요. 좋은 곡을 받아보고, 만들려고요. 시기를 정해놓고 작업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다가 좋은 곡이 나오면 발표하려고요."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목 관리를 위해 노래 전후에 발성을 하고, 평소 말하는 목소리까지 바꾼 거미. "스스로를 혹사하는 편"인 그는 꾸준히 음식 조절을 하며 '평생 다이어트'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의 재킷 사진에서는 한층 여성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던 거미는 "예전에는 아픔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끌렸는데, 이제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면서 "좋은 사람이 생기면 결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거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감성이 긍정적으로 예민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다. 

미니앨범을 냈으니 오는 7월 열릴 어쿠스틱 콘서트도 준비해야 하고, 다음 앨범도 구상해야 하지만, 거미가 하고 싶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진짜 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야 지금까지 쌓아온 음악도 다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속 장진영을 눈여겨봤다는 거미는 "노래도 연기의 일종이고, 연결된 예술 분야인 것 같다"면서 "솔직함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 앨범이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겠어요. 좋은 곡을 받아보고, 만들려고요. 시기를 정해놓고 작업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다가 좋은 곡이 나오면 발표하려고요. 일단 7월 19일에 열리는 콘서트는 단출한 구성의 밴드로 연출하려고 해요. 그래도 전 곡을 발라드로 지루하게 갈 수는 없죠. 제 목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2시간 내내 감동을 받긴 힘드니까요. 예전에 YG 패밀리 콘서트 DVD에 제가 리메이크했던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가 실렸거든요. 그런 식으로 제가 좋아하는 선후배들의 음악을 편곡해서 들려드리고 싶어요."

거미 사랑했으니...됐어 놀러가자 박유천 최민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