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응원단 멤버들.

<무한도전> 응원단 멤버들. ⓒ MBC


"<무한도전>이라면 월드컵 특집이라도 뭔가 다른 걸 보여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뭐 20년 전 <이경규가 간다>에서 발전한 게 없네... 쩝." (@ku*****)
"<무도> 월드컵 특집은 MBC 사장이 시켜서 태호 PD가 억지로 만든 느낌이 폴폴~~~~~~" ‏(@on************)
"<무도> 월드컵 특집은 코카콜라와 현대차와 엠병신의 합작."‏ (@_D*****)

MBC <무한도전>이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 갔다. SNS에선 갑론을박이 일었다. 반면 (쉽고 대중적인 월드컵이라는 소재의 효과인지) 시청률은 올랐다.

그런데 자꾸 과거로 회귀한 느낌이다. <이경규가 간다> 말이다. 아니, 과거가 아니다. 지금도 SBS <힐링캠프>는 진행자 이경규를 내세워 과거의 형식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심지어 이경규는 한 포털사이트에 '이경규가 간다'라는 제목의 월드컵 체험기를 연재하고 있을 정도다.

<무한도전>이 그 <이경규가 간다>를 계승하다니, 방심했다. 천하의 김태호 PD도 어쩔 수 없었던 걸까. 20일 방송된 '응원단 두 번째' 편은 근래 들어 혹평을 받았던 '홍철아 장가가자'와는 또 달리 <무한도전> 특유의 활력이 완전히 없어진 분위기였다. 월드컵이란 블랙홀이 <무한도전>을 대혼란에 빠뜨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무한도전>만의 패기 없는 월드컵 특집...도대체 왜? 

 지난 18일 러시아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응원 중인 <무한도전> 응원단.

지난 18일 러시아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응원 중인 <무한도전> 응원단. ⓒ 권우성


이날 방송은 <무한도전>만의 재기나 콘셉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브라질월드컵 응원단을 결정했을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태극전사'를 호명하고 승리를 염원하며, 그리하여 국가와 접속하는 월드컵이란 블랙홀에 기운을 빼앗길 가능성 말이다. 느닷없이 <이경규가 간다>가 호출된 것도 그 때문이다.

노홍철을 비롯해 브라질에 도착한 정형돈과 정준하의 활약도 미미했고,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열린 광화문 광장에서의 공연도 예상 그대로였으며, 김제동의 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응원을 하는 광경도 단순한 리액션 이상은 없었다. 존박, 서장훈, 김범수 등 그 아침에 등장한 연예인도 도대체 왜 불렀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브라질에 간 선발대도 무기력하긴 마찬가지였다. 치안 상태는 물론 방송 환경이 열악하리라는 사실은 이미 예견됐고, 또 이해가 필요한 환경적인 요인이다. 그럼에도 선발대의 여정은 <이경규가 간다>의 20세기 식 그림을 그대로를 답습하며 지루함까지 던져줬다. 브라질 원주민이라는 우무치나 족의 출연 역시 생뚱맞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가 무한 경쟁 중인 월드컵 중계, 그 중심에 있는 방송인 김성주와 안정환, 송종국 해설위원의 출연도 MBC 홍보라는 명분은 이해가 가지만, <무한도전>의 완성도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러시아전을 지켜보는 선발대의 관람기도 <이경규가 간다>와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도대체 <무한도전>은 왜 브라질에 간 걸까.

과도한 간접 광고에 시청자 눈살...'선택 2014' 무색했다

 브라질 최대일간지에 실렸다고 소개된 지면 광고 사진.

브라질 최대일간지에 실렸다고 소개된 지면 광고 사진. ⓒ MBC


지난 2008년, <무한도전>의 북경올림픽 특집을 기억한다. 유재석이 보조 캐스터로 나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환기했던 여자 핸드볼팀 중계만이 아니다. 제작진은 다른 그림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평균 이하 남자들의 무모한 도전'이란 초심과 비교적 가까웠기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했다.(MBC 노조 파업 직후였던 런던 올림픽행이 무산된 것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초심으로 되돌아가기도,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제작진도, 시청자도 잘 알고 있다. <무한도전>은 이제 먼저 나서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고, 응원에 나서서도 노란 리본을 잊지 않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예능이 됐다. 호평 속에서 막을 내린 '선택 2014'의 완성도와 성과는 그 절정과도 같았다.

그리고 '무한도전 응원단'에 이르렀다. 단장 유재석은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시청자들과 선수들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브라질 일간지에 'ENJOY IT, REDS!'란 지면 광고도 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남발해 비판의 표적이 되어 온) 월드컵 응원송을 멤버들이 직접 녹음했다. '꼭짓점 댄스'를 겨냥한 듯, 포털사이트와 연계해 '콕콕 댄스'를 띄우고자 했다.

그런데,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무한도전> 특유의 재기나 아이디어, (김태호 PD가 부재해서인지) 편집의 마법까지 잃어버린 '응원단' 특집은 우리가 여타 예능에서 숱하게 보아오던 '월드컵 원정기'나 '올림픽 응원단'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여기에 과도한 간접광고까지 더해져 이미 잡음이 일었다.

브라질월드컵 공식스폰서인 코카콜라, 현대자동차는 물론 만두, 과자, 음료의 간접광고는 지난주 '응원단' 1편에서 이미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무한도전이 간다'는 내용이 없던 지난주 방송은 철 지난 '동거동락' 방석퀴즈 등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이미 2회 동안 자기 색깔을 상당수 잃어버린 '응원단' 특집을 두고 '광화문 곤장'으로 공약을 실천하라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진 이 쇼의 규모가 이 정도다. 유수의 기업이 스폰서로 줄을 서고, 전화 한 통에 출연을 원하는 연예인이 한달음에 달려오며, 광화문 광장에서 그 어떤 가수들보다 환호를 받는다. <무한도전>의 절대적인 지위는 이미 시청자들의 '선택 2014'의 투표 참여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쇼는 쇼 자체의 완성도로 승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유재석 합류 이후 브라질 편, 조금은 다를까

 '무도' 멤버들이 출연해 '콕콕댄스'를 광고하는 한 음료광고.

'무도' 멤버들이 출연해 '콕콕댄스'를 광고하는 한 음료광고. ⓒ 코카콜라


이미 월드컵과 그 중계 자체는 상업성의 첨병이다. 유감스럽게도 <무한도전>조차 이렇게 MBC의 월드컵 '올인'에 일조하고 있다. MBC가 지상파 3사 중 K리그 중계에 가장 인색해 팬들의 원성을 샀음에도 어느 방송사보다 월드컵 특수에 앞장서는 모습은 특히 꼴사납다. 

그렇게 자본의 논리는 힘이 세다. '세월호 참사' 여파를 월드컵 분위기로 일신하려는 정부가 나서도 소용없었다.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브라질월드컵 재전송료를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지상파 3사와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방송중단 시 행정 제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유료방송에서 러시아전이 전파를 타지 못한 것은 물론 월드컵 경기 장면이 포함된 예능 프로그램의 다시보기도 서비스가 제한되고 있다.

이 와중에 지상파는 경기 중계와 뉴스, 예능 프로그램으로 월드컵에 '올인'하고 있다. 22일 MBC는 <라디오스타> '비나이다 8강 특집'을, SBS는 <힐링캠프 in 브라질>을 특별편성했다. <룸메이트>도 거리응원 모습을 담았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뮤직뱅크>, MBC <아빠! 어디가?>, SBS <힐링캠프>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가 '월드컵 예능'으로 이름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 등으로 실의에 빠졌던 "이럴 때", 시청자와 선수들을 한목소리로 응원해야 한다는 유재석의 목소리는 어찌 됐건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방송사들의 논리를 대변하게 됐다. 그렇게, 월드컵이란 블랙홀이 <무한도전>마저 흔드는 걸 지켜보는 일이란 얼마나 씁쓸한가.

그간 응원단을 위해 땀을 흘린 제작진과 연기자의 노고를 상기한다면 그 결과물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은 뼈 아프다. 팬들이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까지 날아가 다른 그림을 고민하는 <무한도전> 제작진이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방송사의 동원에 휘둘린 것 아느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재석과 본진이 브라질로 향하는 '응원단 3편'은 "과연 <무한도전>"이란 예의 그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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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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