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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 이보다 현실적인 드라마가 또 있을까? 이 드라마는 한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법조계 안팎을 그야말로 '잘근잘근' 씹어 뱉어내고 있는데, 잠시 한눈이라도 파는 날에는 제대로 내용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치밀함 또한 자랑하고 있다.

웬일인지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남다른 점이 많은 이 드라마, <개과천선>은 과연 '걸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개과천선' 공식 포스터.

▲ '개과천선' 공식 포스터. ⓒ MBC


높지 않은 시청률의 이유, 남다르지만 눈길 사로잡을만한 소재 아냐

좋은 드라마와 그렇지 못한 드라마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언뜻 생각하면 엄청난 것이 그 사이를 가르고 있을 것 같지만, 또 의외로 아주 사소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는가가 큰 관건인 것만은 틀림없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종용한 JTBC <밀회>가 있다. 이 드라마로 말하자면 표면적으로는 19살 차이의 김희애와 유아인의 치명적인 사랑을 내세웠지만, 그 근간에 음악, 예술계 전반의 비리와 권모술수, 거기에 추악한 인간들의 내면까지 골고루 포진해 놓은, 거기에 재미도 놓치지 않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밀회>를 예로 든 것은, <개과천선> 또한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한 법조계 안팎의 비리, 음모 등을 치밀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어서다. 평면적으로만 비교한다면, 두 드라마에서 우리가 느끼는 소회가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도 하다. 그렇다면 <개과천선> 또한 괜찮은 드라마로 불릴 수 있을까?

그러나 <개과천선>은 <밀회>에 비해 여러 면에서 불리해 보인다. 일단, 무조건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설정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철천지원수에게 향하는 일편단심의 '복수'도 없고, 흔하디흔한 '출생의 비밀'도 없으며, 눈물콧물 짜게 만드는 애절한 '멜로' 또한 없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드라마'를 찾기란 당연히 쉽지 않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사건이라면 주인공 김석주(김명민 분)의 기억상실 정도다. 그것으로 인해 그는 파렴치한 능력자에서 최대한의 양심을 지닌 인물로 변화했는데, 그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현실을 벗어나 꿈꾸게 하기는커녕, 지긋지긋한 현실에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만들었다. <개과천선>의 그리 높지 않은 시청률이 수긍이 가는 이유다.

'개과천선' 달라진 김석주는 주변을 차분히 변화시키고 있다.

▲ '개과천선' 달라진 김석주는 주변을 차분히 변화시키고 있다. ⓒ MBC


<개과천선>, 뻥 뚫린 속 시원한 결말 우리에게 줄 수 있을까?

대개 이야기를 '꼬기 위한' 장치의 각종 사건들은 <개과천선>에서는 이야기를 '풀기 위한' 것이 된다. 그러나 꼬인 것이 풀리면 통쾌함을 전하지만, 담담한 현실의 이야기는 오히려 답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눈과 귀, 마음까지 뻥 뚫어 줄 묘약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비법은 바로 사건들의 사통팔달 식의 해결에 있을지 모른다. 개과천선한 김석주, 그는 수임한 모든 사건들에서 승소하며, 따라서 약자들의 가슴 속 한은 모조리 풀리게 되고, 비리의 주범들은 정의의 칼에 응징 당하는 결말, 생각만으로도 통쾌하지 않은가!

하지만 <개과천선>은 아쉽게도 그런 식의 전개와 결말을 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네 삶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 담담히 그려왔는데, 느닷없이 화려하고 창대한 결말이 조신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다만, <밀회>에서 그랬듯, <개과천선>에서 우리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또 우리가 겪어야 할지 모를 많은 것들에 대해 미리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의 불의를 향해 내지르고 싶은 말들을 차분히 대신해 주는 이런 류의 드라마, 생각만큼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 몇 가지의 미덕만으로도 <개과천선>의 '까방권(뛰어난 활약으로 다른 잘못에 대한 비난을 면제받는 권리)'은 이미 보장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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