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훈련을 4개월 넘게 했는데, 처음 한달 동안은 '괜한 짓 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힘들었죠. 근데 두 달 째 접어들면서 몸을 쓰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 CJ 엔터


장동건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대중들은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보낸다.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 24년 동안 장동건은 늘 '도전'하는 배우였다. 2001년에 일본 배우 나카무라 토우루와 <로스트 메모리즈>를 찍으면서 일본 배우·스태프들과의 호흡을 맞추었고, 2002년 청춘스타였던 그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보였다.

도전은 이어졌다. 2003년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에는 첸 카이거 감독의 한중합작 <무극>으로 중화권 영화 출연. 그러더니 장진 감독의 코미디 <굿모닝 프레지던트>,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2010년 <워리어스 웨이>의 주연으로 서부액션판타지물 주연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11년 한중일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마이웨이>에서 오다기리 조와 판빙빙과 나란히 호흡을 맞추고, 2012년에는 한중합작 <위험한 관계>로 장쯔이 장백지와 합을 겨뤘다. 올해는 총격 액션영화 <우는 남자>다.

"'사람 장동건은 오히려 도전을 좋아하는가' 스스로 반문을 하게 되는데요. 오히려 두려움이 많은 쪽에 가까워요. 다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많아요. <태극기 휘날리며>는 당시 남자배우들은 누구나 다 하고 싶어 했던 터라서 간택과 같은 상황으로 출연하게 됐고요. 허진호 감독님은 멜로 장르에 있어서 바이블과 같은 상징성도 있잖아요. 아시아 최고 스타들과 함께 하는 기회라 허 감독님의 <위험한 관계>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한-일, 한-중-일, 한-미 등의 글로벌프로젝트를 하면서 일본어, 중국어, 영어까지 섭렵해야 했던 장동건. 그는 글로벌프로젝트의 힘든 점으로 언어적인 부분보다 "다른 문화와 성향을 가진 각 나라의 관객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점"을 꼽았다.

"제 작품들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단점이라고 한다면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서로 다른 국가의 관객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깊이를 더하지 못하고 보편적인 것들을 선택해서 갈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글로벌 프로젝트 중에 작품성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못 듣는 이야기가 그래서 인 것 같아요.

배우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집을 떠나서 생활하고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점이 스트레스를 받아요. 외롭기도 하고요. 그런데 끝나고 오면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낭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예전에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 유럽 어디를 가든 다 똑같은 건물처럼 보이고 힘들어서 '다시 이런 여행 안 해' 그랬는데 돌아오니 추억이 되고 그리워지더라고요."

"이건 <아저씨>가 아냐"...액션에 배로 공을 들이다

 장동건

"한번쯤은 이런 킬러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는 로망이 어떤 남자들에게나 있는 것 같아요" ⓒ CJ 엔터


그의 신작<우는 남자>는 총격액션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하다.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그 동안 장동건을 향한 이정범 감독의 꾸준한 구애가 결실을 맺었다. 영화 개봉 이후 이야기의 개연성과 내러티브에 대해 안 좋은 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총격액션신에 있어서만큼은 두말할 여지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번쯤은 이런 킬러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는 로망이 어떤 남자들에게나 있는 것 같아요. <아저씨>도 그 이전에 그런 액션영화가 없었듯이 이번 <우는 남자>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런 장르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기 어렵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정범 감독이 만든다고 해서 궁금했어요. 초고 단계에서 감독님과 첫 미팅을 했고 제가 가진 궁금한 지점들을 해소시켜주셨죠."

장동건 원톱 영화라고 할 만큼 2시간 내내 장동건은 어마어마한 액션신을 선보인다. 각종 총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물론 온몸을 내던지는 격투신까지. 20대를 방불케 할 만큼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포탄이 터지는 이곳저곳을 아슬아슬하게 누빈다.

"사실 아쉬움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훈련을 4개월 넘게 했는데 처음 한달 동안은 '괜한 짓 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힘들었죠. 근데 두 달 째 접어들면서 몸을 쓰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체력적인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어요. <마이웨이> 때보다 훨씬 수월했던 것 같아요."

 장동건

영화 <우는 남자> 장동건 ⓒ CJ 엔터


액션을 위한 몸 만들기를 하면서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던 장동건.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처음 2개월 간 액션을 준비하던 장동건의 훈련 모습을 본 이정범 감독이 "내가 생각하는 건 이게 아냐"라고 해 준비한 액션을 전부 다 바꾸었다는 것이다.

"<아저씨>처럼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이정범 감독이 액션스쿨에 한번 오더니 그 콘셉트가 아니라고 '이번 액션에 감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죠. <아저씨>는 장르적으로 죽어 마땅한 악역이 있고 통쾌하게 무찌르는 카타르시스가 있지만 이 영화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같은 액션이라고 했어요. 자기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반성이 있기에, 싸움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거죠. 처절하고, 몸과 몸이 부딪치는 그런 액션을 원해서 2개월째에 다 바꾸었습니다.(웃음)"

극중에서 장동건과 킬러로 함께 일하며 형제 이상의 끈끈한 의리를 자랑하는 브라이언 티를 비롯해 미국에서 건너온 킬러들과의 한판 전쟁을 벌이는 장면은 압권으로 꼽힌다. 할리우드 총격액션신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실제로 외국 배우들 중에 이라크 전에 참전한 군인 출신도 있었어요. 총을 리얼하게 잘 다루는 사람이죠. 그런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서 더 생생하게 액션이 잘 살아나지 않았나 싶어요."

고민하며 찍은 '우는 남자'..."관객의 해석 부분 열려있다"

 장동건

"극 중에서 외국킬러들이 한국에 온 상황이고 그리고 실질적으로 외국 배우들 중에 이라크 전에 실제 참전한 군인 출신인 사람도 있었어요. 실제 총을 리얼하게 잘 다루는 사람이죠" ⓒ CJ 엔터


화려한 액션에 비해 장동건이 맡은 킬러 '곤'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에 있어서는 "어릴 때 장면만 소개가 되고 있고 나중에 어떻게 컸는지에 대한 장면은 없다"라며 "그게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곤이 자신의 감정을 대사로 이야기하는 게 한 장면도 없어요. 저의 연기는 액션이 아니라 대부분이 리액션이고요. 어떤 것을 보고 반응하는 것들이죠. 정보를 모경(김민희 분)에게 전달해주는 정도인데 거기에 뭔가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기도 했습니다.

외형적으로 그런 곤의 내면을 내비칠 수 있는 파격적인 설정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미국에서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란 친구라서 머리도 하얗게 염색해보고, 의상도 더 히피스럽게 해 보고 그랬는데 최종적으로 채택이 안 됐죠. 튀는 외형적인 설정으로 곤의 감정이 묻힐까봐 무난한 스타일로 나오게 됐어요."

극중에서 모경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구해 주는 곤. 킬러로 자란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버려진 모성의 결핍 작용으로 딸을 잃은 모경의 모습에 죄책감과 반성의 마음으로 그녀를 도와준다.

 장동건

"곤은 모경의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죠. 거기에 더해서 모경으로 인해 모성에 대해 발견을 한 겁니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되죠" ⓒ CJ 엔터


"곤은 모경의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어요. 거기에 더해 모경으로 인해 모성을 발견한 겁니다. 그때문에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되죠. 모경과 멜로를 추측하는 분도 있는데 그건 전혀 반영을 안 했어요. 그런 감정을 배제시키자고 싶었죠. 그 감정까지 추가되면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실까봐 뺐다는데 그 부분은 관객들 해석의 몫인 것 같아요."

<우는 남자>를 본 지인들의 의견들 중에 마음을 울렸던 리뷰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대선배인 안성기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전했다.

"평상시에도 영화를 보시고 나서 직접 코멘트를 해주시지는 않은데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영화 재미있게 잘 봤다. 최선을 다 한 거 같다'고. 그 문자 메시지를 받고 많이 힘이 됐어요. 예전에 <태극기 휘날리며>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영화를 보더니 저를 안아주셨죠.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중 그는 송강호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송강호의 몫이 있고, 하정우는 하정우의 몫이 있듯이 장동건 역시 그의 몫이 있다. 24년의 연기 경력을 쌓으며 장동건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끊임없는 도전과 치열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전과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장동건

"<아저씨>도 그 이전에 그런 액션영화가 없었듯이 이번 <우는 남자>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 CJ 엔터



장동건 우는 남자 김민희 이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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