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피파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은 전통적인 축구 명가이기도 하지만 남미의 음악 강국이기도 하다.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빙(Antônio Carlos Jobim),  루이스 봉파(Luiz Bonfá), 세르지우 멘지스(Sérgio Mendes), 밀똥 나쉬멘뚜(Milton Nascimento), 지우베르투 지우 (Gilberto Gil) 등의 뮤지션들은 자국 브라질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로 지금까지 사랑받아왔다. 

특히 보사노바로 대표되는 미국의 재즈와 브라질 전통 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음악은 한층 더 친숙해 질 수 있었다.

지금 소개하는 음반들은 보사노바, 라틴-팝 등을 아우르는 명작부터 마니아들에게만 알려진 숨은 걸작 등 다양한 관점에서 브라질의 영향을 받은, 초보자들도 듣기 편안한 작품들로 꾸며봤다.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 만이라도 이들 음악들과 함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리우데자네이루로 훌쩍 떠나보는, 작은 휴식 같은 여행이 되어보길 희망한다.

(편집 주 : 브라질 출신 뮤지션들의 이름을 포르투갈어 발음에 가깝도록 표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존 우리가 익히 접해왔던 표기와 다소 다른 점 양해 바랍니다.)

 투츠 틸레망 'The Brazil Project'

투츠 틸레망 'The Brazil Project' ⓒ 소니뮤직


◆ 투츠 틸레망(Toots Thielemans) / The Brazil Project Vol.1&2 (1991, 1993)

틸레망은 1922년생.  우리나이로 93살이 된 노장 하모니카 연주가이자 기타리스트이다.  벨기에 태생인 그는 1950년대 이후 미국으로 이주, 본격적인 녹음, 공연 활동을 펼치는데 유럽의 집시 음악, 브라질의 라틴, 미국의 스탠다드 팝 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형식의 연주 음반들로 인기를 얻어왔다. (2014년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 선언)

1991년부터 총 2장으로 발매된 <브라질 프로젝트>(The Brazil Project)는 제목처럼 브라질을 대표하는  지우베르투 지우(보컬), 밀똥 나쉬멘뚜(보컬), 일리안느 엘리아스(피아노), 아이반 린스(보컬) 등과의 협연으로 녹음된 크로스오버 퓨전 재즈의 숨은 명반이다.

남미 특유의 경쾌한 리듬을 녹여냔 연주곡부터 하모니카만이 낼 수 있는 서글픈 감정을 담은 애절한 발라드까지 다채롭게 아우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브라질 음악의 진수를 담아냈다.  

특히 영화 <흑인 올페>의 주제곡으로 널리 잘 알려진 '축제의 아침'(Manhã De Carnaval)을 원작자인 기타리스트 루이스 봉파와의 협연으로 새롭게 해석한 버전은 지금도 FM라디오 등을 통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본작의 대표곡이다.

 리 릿나워 'Festival'

리 릿나워 'Festival' ⓒ 유니버설 뮤직


◆ 리 릿나워(Lee Ritenour) / Festival (1988)

미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세션맨 리 릿나워는 그동안 다양한 솔로 음반, 슈퍼 프로젝트 밴드 포플레이(Fourplay)의 활동으로 국내에서도 적잖은 팬을 보유한 스타 뮤지션이다.

<페스티벌>은 그간 팝, 록, 정통 재즈, 영화음악, 라틴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전방위로 활약한 그의 첫번째 어쿠스틱 기타 연주 앨범으로 미국의 뉴욕, LA 기반의 연주인들과 브라질 출신의 음악인들을 한데 모아 녹음한 라틴 재즈 작품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1980년대 들어 브라질 출신의 음악인들을 자신의 작품에 대거 참여시키며 남미풍의 연주를 들려줬던 릿나워 답게 이 음반에선 그러한 시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보유한 자반, 아이반 린스 등 브라질 음악인들과 데이브 그루신(키보드), 어니 와츠(색소폰), 오마 하킴(드럼) 등 미국 출신  연주인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실력을 200%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봐도 좋을 만큼  <페스티벌>은  그들이 만들어낸 빼어난 멜로디와 연주력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멋진 라틴 팝-재즈 음반으로 구성되었다.    

 앙토니우 카를로스 조빙 'Wave'

앙토니우 카를로스 조빙 'Wave' ⓒ 유니버설 뮤직


◆ 앙토니우 카를로스 조빙(Antônio Carlos Jobim)

보사노바의 걸작 음반 <겟츠/지우베르투>(Getz/Gilberto)의 숨은 공신은 앙토니우 카를로스 조빙(1927~1994)이었다.  명곡 '더 걸 프롬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를 비롯한 주요 수록곡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겟츠에 의해 1960년대 재즈를 넘어 일반 팝 시장에서까지 거대한 영향력을 끼친 보사노바는 어찌보면 조빙이 있었기에 전성기를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1967년에 선보인 <웨이브>는 31분 남짓한 짧은 수록시간의 연주 음반이지만 보사노바의 참맛을 알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걸작이기도 하다. 

타이틀곡은  수많은 재즈 연주인들에 의해 재해석되는 고전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후일 롤링스톤 등 유수의 대중음악지들이 너나할 것 없이 별점 다섯개 부여 + 명반 목록에 포함되는 영광을 얻게 된다.

 세르지우 멘지스 'Celebration'

세르지우 멘지스 'Celebration' ⓒ 유니버설 뮤직


◆ 세르지우 멘지스(Sérgio Mendes) / Celebration : The Musical Journey (2011)

세르지우 멘지스는 브라질 출신 음악인 중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로 평가되는  전설적인 존재다. 1960년대 후반 결성한 그룹 '브라질 66', '브라질 77' 등을 통해 라틴 음악과 영미 팝 음악을 결합시켰던 그의 실험은 그 무렵 미국 음악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마스 케 나다'(Mas Que Nada)를 비롯해서 '스카보로우 페어'(Scarborough Fair), '더 룩 오브 러브'(​The Look of Love) 등의 리메이크 곡들은 원곡 못잖게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인기를 얻었다. 

비록 멘지스에겐 이렇다한 작곡 실력이 없었지만 (그의 히트곡은 대부분 외부 작곡가의 작품 혹은 리메이크다) 대신 신은 그에게 다양한 음악들을 맛깔나게 조합할 수 있는 감각을 부여했다.

1980년대 들어 전형적인 팝 스타일로 선회, '네버 고나 렛 유 고'(​Never Gonna Let You Go)로 또 한번 빌보드 차트를 강타했고 이후 20년 가까운 침체기를 거쳐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 엠과 손잡고 제작한 음반 <타임리스>(2006)를 통해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젠 라틴 팝과 힙합과의 접목을 통해 요즘의 어린 친구들 못잖은 젊은 감각을 선보인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음악인이다. 

<셀러브레이션>은 멘지스 50년 음악인생을 정리한 히트곡 모음집으로 그가 발표한 수많은 명곡들을 모두 아우르기엔 다소 부족함은 있지만 2장의 CD로 간략히 멘지스표 사운드를 만끽하는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브라질 음악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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