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SNL 코리아>의 고경표의 모습이 희미해지고 있다. 여러 모로 좋은 징조다. 현재 상영 중인 장진 감독 <하이힐>을 두고 고경표는 "본격적인 정극 연기의 출발점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을 만큼 그 역시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망을 표했다.

물론 이번 작품으로 <SNL 코리아>를  모두 지울 수는 없다. 연출자도 그렇고, 김민교, 정명옥 등의 출연 배우를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연상될 뿐더러, 그것 역시 고경표의 경력이다. 장진 감독은 케이블 TV 프로에 이어 자신의 영화에 그를 캐스팅했다. 때문에 그를 두고 장진의 페르소나라는 표현도 나온 터였다. 고경표는 "개그 프로이기보다 <SNL 코리아>는 하나의 코믹극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이힐>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진 감독님의 페르소나라는 말은 저는 좋은데 감독님이 절 배려하시느라 다른 작품이 안 올까 무섭다고 부인하셨죠. 그 마음도 전 감사해요. <SNL 코리아> 때와 <하이힐>의 감독님은 작품의 장르가 다른 걸 맡으신 거지. 연출하시는 방향이나 주문하는 모습은 한결 같았거든요. 함께 출연한 민교 선배나 명옥 누나를 봐도 이번 영화로 웃겨야겠다고 생각 안했을 거예요. 영화적 상황이 웃겼던 거지. 딱 전달할 만큼 전달하고 진지하게 임했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하이힐>의 진우...차승원의 100프로 지지자였다

이번 작품에서 고경표는 차승원이 맡은 형사 윤지욱을 존경하고 따르는 후배 형사 진우 역을 맡았다. 터프하고 유능한 형사 윤지욱이 사실은 여성성에 대한 욕망을 느끼고 자신의 성을 버리려 하는 인물이라는 걸 알지만 실망하지 않고 끝까지 신뢰하는 게 진우였다. 어쩔 수 없이 강한 남성성으로 자신을 가리는 게 윤지욱이라면 진우는 "형사라는 직업을 원했고 일에 대한 설렘이 컸던 인물"이라는 게 고경표의 해석이었다. 

"윤지욱을 두고 두 남자가 등장하잖아요. 허곤(오정세 분)도 그를 존경하지만 결국 그게 분노로 바뀌며 적이 되고, 진우는 조력자로 끝까지 남아요. 두 캐릭터가 영화에서 잘 대비됐다고 생각해요. <하이힐>이 표면적으로는 감성 느와르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실제 차승원과의 호흡에서도 고경표는 배우는 바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남다른 표현 방식과 뛰어난 집중력을 보면서 아우라를 느꼈다"던 고경표는 "현장에서는 서로 캐릭터에 몰입하느라 크게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이 바닥에서 차승원이라는 독보적인 길을 유지하는 게 힘들잖아요. 탑에 올라가서 그걸 유지한다는 거요. 선배의 노력하는 모습과 인성을 보면 괜히 차승원 선배가 아니라는 걸 느껴요. 사실 그간 승원 선배를 보면 코믹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더 확실히 연기파 적인 모습이 드러난 거 같아요. 절제의 연기요. 제가 지향하는 연기기도 해요."

연기 넘어 연출 공부도 부지런히..."곧 선보일 것"


그런 의미에서 고경표 본인 역시 연기적 변신을 꾀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배제하는 건 아니란다. "코믹 연기와 더불어 진지한 연기도 잘하는 배우임을 입증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최근 KBS 예능 <해피 투게더>에서 비춰진 모습에 대해 오해하지 말자. 편집상 마치 개그맨이 꿈이었던 것처럼 비춰졌는데 고경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다. 

"사실 그때 무리수가 많았어요. 장진 감독님이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 중에 나온 건데 꿈을 키워 개그맨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썸을 탔다는 말을 했는데 사실 좀 창피해요. 친구들은 제게 왜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냐고 하기도 했죠. 예능에 출연하는 것보단 그냥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원래는 <하이힐>을 끝내고 좀 쉬려고 했어요. 여행도 가고 제가 평소 하고 싶었던 걸로 충전하고 싶었는데 정말 욕심나는 작품이 생겨서 두고 보고 있습니다. 또 단편 영화도 연출하면서 그쪽에 대한 꿈도 시작하려 해요. 물론 학교 수업이라 배워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배우가 연출을 배운다는 게 큰 힘인 거 같아요."


코믹 연기에 대해서도 고경표는 구체적인 생각을 전했다. "배우가 매력적일 때는 여러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때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코믹적인 모습을 버리진 않겠지만 이제는 절 바라봐 주시는 분들에게 다른 재미를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 나이로 스물다섯. 고경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스물일곱엔 군대에 가겠다"며 "군대에서는 연예인 취급 안 받고 어디로 가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그전까지 20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가며 채워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조만간 고경표는 또 다른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것이다. 그것이 그의 연출작이 될지 또 다른 출연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연기와 자신의 삶에 대한 그의 열정이다. 그렇게 고경표는 대중과의 거리를 좀 더 좁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