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블로그 '소길댁'의 사진들

이효리의 블로그 '소길댁'의 사진들 ⓒ 이효리 블로그


이게 다 이효리 때문이다. 딸 성추행 스캔들에 재차 휘말렸던 우디 앨런 감독의 1998년 작 <셀러브리티>를 떠올린 것은. <타이타닉> 직후 인기 절정이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망나니 특급스타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 작품은 할리우드를 비롯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면과 인간군상을 우디 앨런 특유의 냉소와 수다로 묘사한 흑백영화였다.

스타 그리고 스타 산업. 명멸하는 스타야말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탱하고 굴러가게 하는 버팀목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순 없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종종 이 스타들을 활용하는 산업이나 그 굴레에서 오만해진 스타들을 비판하곤 한다. 내러티브 자체로 할리우드 영화와 산업을 조목조목 조롱한 고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플레이어>(1992)가 대표적이었다.

올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맵스 투 더 스타즈> 역시 망가져 버린 한 여배우의 삶으로 돌아본 산업 비판기다. 한국 영화로는 배우 박중훈이 만든 <톱스타>(2013)나 김기덕 사단의 <배우는 배우다>(2013)가 정확히 한순간에 '뜨고 지는'데 익숙한 스타란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역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응원가'와도 같았다. 

서설이 길다고? 스타 이효리의 행보는 그만큼 (자극적인 부분만 없을 뿐)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국민 요정에서부터 섹시 가수, 그리고 소셜테이너로 부각되었던 셀러브리티 이효리의 삶의 궤적 말이다. 담백하고 조촐하게 올린 결혼식마저도 반향을 일으켰던 '유부녀 이효리'의 시즌2 역시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현재진행형으로 개척해가는 모습이다.     

"이효리 씨는 달랐어요. 대단한 겁니다" 

 이효리의 6.4 지방선거 투표 인증샷

이효리의 6.4 지방선거 투표 인증샷 ⓒ 이효리 트위터


이제는 친숙해진 연예인들의 투표 인증샷. 이번 6.4 지방선거 '인증샷'의 선두에도 역시 이효리가 있었다. 이효리가 "투표하러 갈 때는 제일 예쁘게~화장도 조금하고 룰루랄라~~ 오늘은 투표하는 내가 짱인날"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셀카는 어김없이 포털 사이트 연예뉴스 메인 면을 장식했다. 

후배 아이돌과 연예인이 이제는 스스럼없이 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이효리의 공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인 김제동과 함께 일찌감치 투표 독려를 한 사람이 이효리 아니었나. 이효리의 트위터를 따르는 팔로워는 현재 100만 명을 넘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상을 줘도 두 번은 줬어야 마땅할 정도다.

그래서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방송인 김미화의 이야기 중 한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이효리가 지난 2월 쌍용자동차를 비롯해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를 후원하는 '노란 봉투' 캠페인에 참가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것에 대해 연예계 선배 김미화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후배들을 좋은 운동에 끌어들이지 말자고 경계했습니다. 저와 같은 꼴을 당할까 두려웠죠. (이)효리 씨는 달랐어요. 대단한 겁니다. 효리 씨가 무슨 진영논리로 행동하는 건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는 연예인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었겠죠. 물론, 예쁘니까 용서받는 것도 있겠지만...(웃음)"

예뻐서 당당할 수는 있지만 당당한 행동으로 더 예뻐 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이효리는 거침없다기보다 솔직해서 용인받는 경우다. 유기견 보호 활동이 그랬고, 채식 선언 이후 어려움을 토로했던 이야기가 그랬으며, 노란봉투 캠페인에 전달한 절절한 마음이 담긴 손편지가 그랬다. 솔직함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매력, 이효리는 그렇게 대한민국의 일원을 자임하고 있다. 그런 모습은 방송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소길댁으로 열어가는 '이효리 시즌2', 잘 생겼다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반향을 일으킨 이효리의 손편지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반향을 일으킨 이효리의 손편지 ⓒ 아름다운재단


지난 5월 13일 방송된 SBS <매직아이>는 결혼해서 돌아온 그녀의 입담으로 정규편성을 확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한 이 프로그램에서 이효리는 문소리, 홍진경, 이적 등과 함께 솔직담백한 발언과 난상토론으로 '역시 이효리'란 찬사를 끌어냈다.

피임기구 사용과 관련해 거침없는 단어 사용으로 "역시 아줌마다"라는 반응을 한몸에 받았던 이효리는 이제 경험과 연륜으로 무장한 30대 중반이 됐다. 완전한 '어른'이기엔 부족하고, 천방지축 20대보다는 완숙해진 청년 '30대' 말이다. 이효리의 활약이 도드라질수록 <매직아이>가 풀어내고자 하는 사회와 일상, 사람의 이야기는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그런 깊이는 이효리가 최근 개설한 블로그 '소길댁'의 글과 사진에서도 잘 드러난다. 제주에서의 일상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맵시 있는 사진과 짤막한 글로 소개하는 이효리의 블로그는 잠시 복잡한 업계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을 영유하는 자의 자부심과 여유가 절로 묻어난다. 즉시 출판이 가능해 보이는 이런 블로그 작업을 시도한 셀러브리티가 누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할 퀄리티까지 자랑하니 여러모로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셀러브리티는 선망과 시기를 동시에 받는 대상이다. <셀러브리티>를 비롯해 스타와 스타 산업의 이면을 그린 영화들도 모두 거기에 집중한다. 더 나아가면 그들의 민낯과 아픔을 폭로한 뒤 인간적인 면모를 내비쳐주며 어루만지는 식이다.

이효리의 행보가 눈부신 것은 그 셀러브리티의 삶에서 스스로 한 발짝 물러선 채 개인의 얼굴로 대중 앞에 서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이다. 포기와 선택은 분명 다르다. 그렇게 얻은 친근함과 이미 가진 명성을 바탕으로 개인 이효리의 행복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물론 대중과의 호흡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좀 더 확고해졌다. 30대를 넘어 40대까지 이어질 '셀러브리티 이효리'의 시즌2, 이 '소길댁'이 치는 색다른 사고(?)를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고대하게 되는 이유다.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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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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