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의 열풍이 무섭다. 11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오랜 시간 여의도 정치판에서 현실을 겪은 정현민 작가는 역사 속에서 현실을 발견했고, 그 역사는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치'의 참 의미를 되묻고 있다.

그런 <정도전> 속 인물들이 선거에 나온다면, 어떤 정치인의 모습으로 국민에 다가설까? <오마이스타>의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에 극 중 인물들이 후보로 출마한다는 가상의 '선택 2014', 아니 '선택 14세기' 기획을 마련해 애청자들로부터 지지연설문을 받았다.  

'선택 14세기' 기획을 위해 원안 포스터 사용을 허락해 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정도전 갤러리'의 'HARANG'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격동의 시기를 살았지만, 고려의 백성들은 리더를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오늘은 6월 4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편집자 말>

 KBS 2TV <정도전>을 패러디한 선거 포스터 (원 사진 출처: KBS)

KBS 2TV <정도전>을 패러디한 선거 포스터 (원 사진 출처: KBS) ⓒ 디시인사이드 정도전 갤러리 '하랑'


* <정도전> 애청자 송영석 님의 지지 연설문입니다.

나라의 백년대계와 백성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이번 '선택 14세기' 선거에 명망 높고 경륜 깊은 많은 분들께서 출마하셨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정도전 후보를 비롯하여 이인임 후보, 이성계 후보, 정몽주 후보, 최영 후보 모두 공명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선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정도전 후보를 여러분께 강력 추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정도전일까요? 왜 그만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으며, 쇠잔해가는 한반도의 국운을 다시 융성케 할 수 있는지 많은 유권자들은 궁금해 하실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까닭은 정도전 후보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후보가 '개혁'을 외칩니다. 정몽주 후보는 국정농단의 주범인 권문세족을 견제하겠다고 합니다. 최영 후보는 '위로부터의 개혁'으로 솔선수범하되 아래로부터는 법질서를 바로잡아 국가의 기강을 다시 세우겠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인임 후보마저 '안정 속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본인뿐이라 말합니다.

모두 틀렸습니다. 탁상에서 벌이는 공허한 정치놀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붓 깨나 흘려 쓴 미문일지는 몰라도, 백성들의 암담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꿀 시대정신의 정곡을 찌르지는 못했습니다.

정도전은 다릅니다. 그는 시대정신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가 목청 높여 강조하는 우리 시대의 최대 문제는 바로 '민생'입니다.

농민들이 피땀으로 농사를 지으면 뭐합니까. 탐욕의 발톱을 부라리는 권문세가 앞에 바치는 공물 때문에 백성들의 허리가 휩니다. 수탈도 정도껏이어야지요. 공문서를 위조해가면서까지 나라의 땅을 사전으로 둔갑시켜 이중으로 농민의 알곡을 빼앗는 만행을 저지르는 치들이 권문세족입니다.

일찍이 정도전은 유배 간 나주 거평부곡에서 이와 같이 이 땅의 민초들이 매일 마주하는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고 그들과 함께 어깨를 겯고 같이 울었습니다. 도당의 집정대신들이 탁상에 앉아 나랏일을 왈가왈부할 때, 정도전은 민심대기행 속에서 '민생'이라는 시대정신을 보았습니다. 덧붙여 민본을 추구할 처방전까지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계민수전(計民授田, 백성의 수를 헤아려 땅을 나눠준다)! 즉, 경자유전에 의거하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토지개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밥을 하늘로 삼는 백성들에게 생존의 길을 열어주는 가히 이 시대 개혁의 시금석이라 할 만한 정책입니다. 이는 나라가 부강해지고, 번영과 발전으로 가는 첩경입니다.

<논어>의 '안연' 편을 읽으면,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하고 물어봅니다. 공자는 "백성의 양식이 넉넉하고 국방력이 튼튼하면서 백성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정도전이 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다른 후보들로는 만들 수 없는 나라입니다. 권신들의 우두머리인 이인임이 그들의 탐욕을 해체할 수 있겠습니까? 만무합니다.

정몽주와 최영 또한 이 일을 해내기에 적임자가 아닙니다. 화합과 절충을 정치의 본령으로 삼는 정몽주는 권문세가와 적당히 타협하며 그들의 탐욕을 일부 꺾는 데 그칠 것입니다. 정몽주 치하에서 사대부들의 정치적 자유가 신장될지언정 경제 개혁은 무위로 돌아갈 게 자명합니다. 최영은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로 권신들의 적폐를 도려내는 데는 앞장서겠으나, 정책 능력이 부족하여 단순한 인적 쇄신에 그쳐 개혁이 용두사미가 될 것입니다.

결국 정답은 삼봉 정도전뿐입니다. 그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개혁가입니다. 개혁의 이론가임과 동시에 개혁의 테크노크라트이기도 합니다. 정도전 후보와 함께 백성의 나라, 군자의 나라를 여러분께서 반드시 열어주십시오. 동방에 새로운 아침이 밝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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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이인임 이성계 정몽주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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