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유도소년>의 한 장면.

연극 <유도소년>의 한 장면.ⓒ 스토리피


연극 <유도소년>은 제목 그대로 유도부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도 실제로 유도를 배워야 한다. 무대 바닥 매트에는 배우들의 땀방울이 이슬처럼 맺혀 있다. 매트에서 흘린 한 방울 한 방울의 땀이 모여야 유도 선수처럼 리얼한 연기를 펼칠 수 있기에 연습 기간 내내 허투로 보내지 않고, 공연하면서도 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절이나 손가락을 다치기가 일쑤다. 파스를 안 붙이는 날이 없을 정도로 몸에 무리가 오지만, 성실한 공연을 위해서라면 오늘도 배우들은 몸이 매트 바닥에 꽂히는 아픔은 언제든지 감수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유도소년>에서 주인공 경찬을 연기하는 홍우진을 만났다.

- 프레스콜에서 "출연하는 배우 중에 몸 상태가 좋은 배우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연극배우들이라 처음에는 몸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첫날에는 낙법과 구르기를 배우는데 할 만했다. 나흘 째 되던 날에 메치기를 처음으로 배웠다. 배우 한 명당 메치기를 50번가량 했다. 연습을 마친 날 밤에 너나할 것 없이 통증이 심했다. 작가가 '약 먹어가며 연습하라'고 할 정도였다.

연습 두 번째 주에 들어가면서부터 점점 고통이 심해졌다. 배우들이 <유도소년>만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 같은 외부 촬영 일정이 있는데, 계속 유도 연습을 해서 피로를 풀 새가 없었다. 새로운 동작을 배우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많이들 다쳤다. 어느 한 배우가 아프고 나으면 다른 배우가 아프기 시작한다."

작가의 실화가 바탕..."1990년대 정서를 리얼하게 반영"

유도소년 에서 경찬을 연기하는 홍우진

▲ 유도소년에서 경찬을 연기하는 홍우진ⓒ 스토리피


- 박경찬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구나 하는 느낌보다는 유쾌하다는 느낌이 컸다. 제가 연기하는 경찬은 아픈 게 싫고 지는 게 싫어서 유도할 때 항상 한판승으로 이기는 선수였다. 경찬은 유도를 배울 때 '조르기는 빠져나올 수 없는 기술'이라고 코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 선수의 조르기에 걸릴 때 못 하겠다고 태그아웃을 하면 코치는 조르기에서 버티지 않았다고 난리를 쳤다. 조르기를 당하면 아프니까 아픈 게 싫어서 빨리 태그한 건데 코치에게 야단을 맞으니 억울해 했다.

경찬이 반한 배드민턴 선수 화영은 권투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좋아해서가 아니라 화영이 남자친구를 무서워해서 사귀었다. 본의 아니게 경찬과 화영, 권투하는 남자친구와 삼각관계가 되어서 경찬과 권투하는 남자친구와 다퉜다. 싸우기는 싫고 해서 경찬이 남자친구를 조르기로 기절시켰다. 그런데 경찬이 후배들도 있는 와중에 뽐내고 싶어서 '찾을 테면 찾아오라'고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은 종이를 기절한 남자친구 옆에 놓고 갔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경찬의 고향 집인 군산까지 정말로 찾아왔다. 당시 경찬은 화영과 연락이 되지 않던 상태였다. 화영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어서 경찬을 이용한 것 같다. 남자친구는 화영이랑 계속 만나는 줄 알고 싸움을 거는데, 경찬은 화영이랑 연락도 안 되어서 싸울 이유가 없다고 설득해서 두 남자가 화해했다고 한다."

- <유도소년>의 배경은 1997년이다. 당시 홍우진씨는 어떻게 1997년을 맞이했는가.
"<유도소년>의 경찬처럼 짝사랑하던 여학생과 인연이 닿지 않아 사랑에 힘들어하던 때였다. 1995년에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부도났다. 부족한 게 없이 살다가 갑자기 생활고를 겪게 되었다.

어머니가 미술을 전공해서 미술에 대한 재능을 물려받았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다. 미술학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집안은 학원비를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미술을 하고는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연기를 시작했다. 미술 외에 잘 할 수 있는 걸 찾게 되니 연기에 재미가 붙었다.

입시도 붙겠다는 마음으로 시험을 친 게 아니다. 테스트해보겠다는 심정으로 입시를 쳤는데 운이 좋아 붙었다. 요즘에야 배우가 되고 싶어서 어릴 적부터 연기 학원에 다니며 트레이닝을 받고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에 비하면 운이 좋았던 거다. 공연이라는 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배우들과 스태프가 어울려야 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작업인데 사람들과 만나는 게 즐거웠다.

1990년대를 관통하지 않은 10대나 20대 관객은 연극 속 이야기가 오글거릴 수 있겠지만, 연극 속 대사나 설정은 1990년대의 정서와 분위기를 리얼하게 반영한다. 공연에서 경찬이 화영에게 노래방에서 거절당하는 장면을 연습할 때마다 (옛 시절이 생각나서) 울컥했다."

- 다른 배우들과 달리 왜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싫어하는가.
"'님' 자 호칭이 들어간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과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형, 누나 하는 성격이다. 그렇다 보니, '배우님' 하는 호칭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배우와 관객 사이가 가까우면 연기하는 배우도 즐겁고 관객도 배우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배우님이라는 호칭을 하는 팬이 있으면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저보다 어리면 배우님이 아니라 무조건 오빠, 형이라고 부르게 한다. 배우와 관객이 격의 없이 지내는 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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