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에서 경우진 역의 배우 온주완이 1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인간중독>에서 경우진 역의 배우 온주완이 1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따뜻한 기운으로 사람을 대하고 두루 완성하라', 본명 송정식에서 온주완이라는 이름의 배우로 활동하게 됐을 때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염원을 담아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이름대로 평소의 온주완은 따뜻한 기운으로 사람을 대하며,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다만 작품에서만큼은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영화 <돈의 맛>에서 돈에 중독된 사내를 맡더니, <더 파이브>에서는 살인마로 등장했으며, 최근 개봉한 <인간중독>에서는 철저히 출세지향적인 군인 경우진을 연기했다. 사랑에 눈을 뜨며 강렬하게 사랑하고자 하는 김진평(송승헌 분)과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지닌 인물이다.  

경우진은 비중이나 역할로 봤을 때 주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존재다. 게다가 밉상이기에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얄미움을 얻을 수도 있는 인물. 아내 종가흔(임지연 분)이 김진평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자신의 안위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온주완은 "배우인데 그런 역할이 두렵겠나"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내가 탐내면 안 되는 역할은 No, 지는 게임은 안 한다"


"처음엔 일차원적으로 소화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전체적인 조화 면에서 볼때 제 캐릭터까지 무거우면 관객분들이 감당 못 할 것 같더라고요. 송승헌 형과 임지연씨가 서로 뜨겁고 진지한데, 경우진까지 극단적으로 가면 너무 뻔할 것 같았어요. 남들이 봤을 때 얄미운데, 미워할 수 없을 만큼 표현하고자 했죠.

전 지는 게임에는 들어가지 않아요. 탐내면 안 되거나 지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하면 화면에서 튈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그 안에서 놀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인간중독>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어요. 조여정 누나(김진평의 아내)도 역할로 보면 주요 캐릭터를 받쳐주는 인물이지만, 저도 그렇고 서로 진짜 즐겁게 임했어요."

처음 만난 김대우 감독에 대해서 온주완은 "사실 영화 <방자전> 때 이도령 역할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며 "그때 인연이 안 됐지만, <인간중독>으로 뵐 수 있어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필모그래피 상으로는 온주완이 함께 호흡을 맞춘 송승헌과 임지연보다 출연작이 많기에 영화 경험은 더 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온주완은 "그분들 고생에 비하면 전 고생도 아니다"라며 "이 조합이 낯설지 않았다"고 두 배우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종가흔을 신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노출 연기 등) 겪어야 할 것도 있고, 받아들여야 할 것도 있었거든요. 임지연씨를 보며 제 신인 때를 떠올려봤어요. <발레 교습소>나 <피터팬의 공식>을 할 때 어땠는지 생각해보니 열정이 없다면 종가흔 역은 100프로 불가능할 거 같더라고요. 그걸 해냈다는 점을 높이 치고 싶어요.

승헌 형은 이 작품을 통해 친해졌어요. <인간중독>을 하면서 송승헌이란 배우가 한 꺼풀이 아니라 열 꺼풀은 껍질을 벗은 거 같아요. 형도 스스로 말했지만, 이미지를 깰 기회를 잡은 거죠. 그 기회가 일찍 왔으면 아마 잡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적절한 때였죠. 배울 점도 많고, 앞으로 형이 어떤 연기를 할지 더 궁금해졌어요. 진한 느와르나 코믹도 어울릴 거 같은데."

"나를 연기하게 만드는 힘, '무조건 내 편'인 가족"

 영화 <인간중독>에서 경우진 역의 배우 온주완이 1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 지는 게임에는 들어가지 않아요. 탐내면 안 되거나 지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하면 화면에서 튈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그 안에서 놀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인간중독>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어요.? ⓒ 이정민


'껍질을 깬다'는 표현을 온주완에 빗대려 하니, "전 한 번에 깨는 게 아니라 기회가 올 때 조금씩 깨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마치 알에서 새가 부리로 조금씩 쪼듯 말이다. 이에 더불어 온주완은 "터닝 포인트가 오히려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최근에 출연한 <라디오스타>에서도 저를 '10년 라이징 스타'로 표현했듯이, 인생이 용암과 같다면 전 계속 끓고 있는 상태가 좋아요. 굳어 버리는 건 별로잖아요. 전환점을 맞이하고 굳는 것보다는 화산 안에서 튀어나가고자 하는 열정을 간직한 게 좋아요.

돌아가기보다는 전 직진하는 편이에요. 20대에 할 수 있는 연기에 최선을 다했고, 30대에 들어서 한 <돈의 맛> <더 파이브> <인간중독>도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너무 궁금해요. 그걸 위해 풀가동할 준비도 돼 있어요."

본래 온주완은 무용을 전공하려 했었다. 중학교 때부터 댄스를 접했고, 전미래 재즈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춤 지도를 할 정도로 출중한 실력이었기 때문. 연기를 왜 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직도 모르겠다"며 온주완은 웃어 보였다.

"살다보면 자석에 끌리듯 갈 때가 있잖아요. 정신을 차려보니 논두렁길이고, 또 어떤 때는 산이더라고요. 이걸 택하지 않았으면 뭘 했을까 상상하면 답이 안 나와요. 어릴 때부터 물론 노래나 장기자랑 하는 걸 좋아했고 까불거렸지만, 그렇게 반걸음씩 걸어왔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택했고,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온주완은 "연기 경력 10년 동안 이렇게 힘 낼 수 있는 동력은 가족"이라며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언급했다.

"잘 될 때, 안 될 때 변함없이 무조건 내 편이잖아요. 할머니가 TV에 나오는 손주 볼 수 있게 <내 사랑 내 곁에>라는 드라마를 찍었듯, 그런 가족이 연기하게 하는 동력이에요. 그리고 잘 해야죠. 제대 후에 연기를 진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만큼 연기하고, 생긴 사람들은 너무 많아요. 못하면 도태되고 사라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작품을 하나 하더라도 사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좋아하는 음악이라며 호세 쿠라의 'Como Yo Te Ame'를 들려주었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라는 뜻처럼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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