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오넬컴퍼니


뮤지컬 배우 송용진이 장기 원캐스팅을 고사하는 이유는 단지 성대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다. 알고 보면 그는 인디 록 밴드 쿠바의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다. 원캐스팅으로 한 달 이상 공연하면 밴드 활동에 차질이 생기기에 마다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나 더. 송용진은 결혼한 지 석 달도 채 안 되는 새신랑이다. 그런데 공연 일정이 너무 바빠서 아직 변변한 신혼여행도 다녀오지 못했다고 한다. 바쁜 뮤지컬과 밴드 일정 때문에 신혼여행은 대체 언제쯤 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서편제>를 마치면 곧바로 <헤드윅> 무대에 오를 텐데 대체 이 배우, 언제쯤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 초연보다 송용진씨가 연기하는 동호의 이야기가 강화됐다.

"<서편제>는 여주인공 송화가 돋보이는 공연이다. 남자배우가 돋보이는 공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서편제>라는 작품 자체가 좋아서 참여했다. '이번에 동호를 완성할 것이다. 이번에 네가 참여해서 완성품에 힘을 실어 달라'는 연출자의 요청도 무시할 수 없었다. 초연보다 세 명의 균형이 잘 맞는 공연이 됐다.

뮤지컬은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넘버가 중요하다. 음악적인 배치와 이번에 새롭게 들어간 신곡이 뮤지컬의 감동을 크게 만들어주었다. 초연에는 동호의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호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동호와 송화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다. 송화와 동호가 멜로 구도로 갔으면 하는 연출님의 바람이 있어서 멜로의 감정을 건드려야 했다. 처음에는 멜로가 잘 나오지 않아서 연출님에게 혼나기도 했다.(웃음)"

,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오넬컴퍼니


- 답변에 나온 마지막 장면은 관객을 뭉클하게 만든다.

"<서편제>의 반 이상은 마지막 장면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연습할 때에는 북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동호의 감정을 잡는 게 어려웠다. 계속 연습하다 보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다.

아버지가 군 출신이다. 공연 보며 눈물을 흘릴 분이 아니다. 하지만 <서편제>를 관람하시면서 아버지가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심청가를 하면 객석에서도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마지막에 송화와 동호가 심청가를 부를 때에는 분장실에 있는 배우가 아무도 없다. 모두 무대 옆에 나와서 기를 불어준다. 배우가 하나 되어 마지막을 보여주니 관객에게 더욱 파급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 <서편제>는 판소리를 소재로 하면서도 록 음악과 궁합을 이룬다.

"판소리에는 한국인만의 한이 담겨 있다. 판소리를 들을 때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이 나오는 건 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록 음악도 블루스처럼 흑인 영가에서 출발한 노래다. 흑인의 한이 서린 블루스가 빨라지면서 록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판소리와 록에는 한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일맥상통하다."

- <서편제>의 동호처럼 송용진씨에게 한의 정서가 있다면.

"음악을 하다 보니 집이 시끄러울 것을 고려해 젊은 나이에 독립을 일찍 시작했다. 친구들과 지하실을 연습실처럼 마련하고는 거기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돈이 모자라 끼니를 거르던 이십 대 시절이 나름 한과 맞닿는다."

<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오넬컴퍼니


- <셜록 홈스>가 2편이 나온 것처럼 <서편제>도 2편이 나온다면.

"동호와 송화의 관계가 좀 더 멜로의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가만 보면 동호는 유봉과 송화랑 전국을 돌며 유랑한다. 주위에 여자라고는 송화밖에 없다. 배다른 누나지만 여자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 창작뮤지컬의 보증수표라는 수식어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번 타이밍에 공연하면 잘 될 거라는 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극은 대본이 중요하다. 하지만 뮤지컬은 대본보다 중요한 게 노래다. <서편제>의 노래만 해도 히트곡 제조기인 윤일상 작곡가가 만든 노래들이다. 기존의 뮤지컬 작곡가가 만든 노래와는 많이 다르다. 어렵지 않은 대중적인 음악이면서도 좋은 노래를 만들기란 어려운데 윤일상 작곡가의 노래는 대중적이면서도 좋은 노래로 엄선되었다. <서편제>는 '심청가' 하나만으로도 공연이 살아난다."

- 극 중 동호가 송화를 간절하게 찾아가는 것처럼 송용진씨가 간절하게 찾는 게 있다면.

"이십 대만 하더라도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니 부담 없이 음악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예술가로서 사십 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건 배우의 길일 수도, 연출가나 음악가의 길일 수도 있다. 이십 대와 삼십 대에는 '열혈 로커로,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은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다'고 인터뷰 때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술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배우 송용진이 아닌 예술가 송용진이 되어서 음악이면 음악, 뮤지컬 배우면 뮤지컬 배우라는 도구를 때맞춰 쓰고 싶다. 사십 대에 멋진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준비에 대한 고민이 많다. 사십 대 꿈 중 하나가 멋진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 연기한 것처럼 좀 더 영화배우로 얼굴을 선사해도 좋을 듯한데.

"올해의 목표가 스크린에 얼굴을 비치는 거다. 당시 영화 작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대 배우는 팬들의 반응을 객석에서 즉각적으로 받는다. 하지만 기록되어 남지 않는다. 반대로 영화는 영상이라는 기록이 남아서 제 연기를 모니터할 수 있다. 공연을 재미있게 하면 팬들의 반응을 즉각 살필 수 있고, 커튼콜 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찍을 때 잠 못 자고 NG 나는 식으로 재미적인 측면은 공연이 크다. 하지만 하고 나서의 재미는 영화가 공연과 다른 맛이 있다. 올 연말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배우의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서편제> 에서 동호를 연기하는 송용진 ⓒ 오넬컴퍼니


- 지금 한창 신혼이다.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유독 한 아가씨만 눈에 들어오더라. 당시 모임에는 모델이나 연예계 종사자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아내는 당시 모임 자리에서 다른 아가씨들과는 다르게 단아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점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연애를 7년 했다. 결혼하면 달라질 게 있을까 했지만 결혼하고 보니 아내가 여자친구였을 때의 행동과 아내가 되어서의 행동이 다르다. 혼자 살아온 기간이 길어서 외로운 시간이 많았다. 지금의 아내가 저를 챙겨주는 게 너무 감사하다. 아내가 요리를 참 잘한다. 밥을 잘 먹어서 지금은 살이 쪘다.

결혼하고 나니 안정감이 생기고 뭘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 가지 후회가 있다면 연애를 짧게 하고 좀 더 일찍 결혼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아내와 제 나이차가 아홉 살이다. 제가 결혼 적령기일 때에는 아내가 학생이었다. 한 번 결혼 타이밍을 놓치고 나니 결혼이 늦어졌다."

서편제 송용진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쿠바 인디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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