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폐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는 사상 최대 규모 선수인원인 71명이 출전했다. 특히 4년 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설상종목에서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등이 최다인원이 출전해 가능성을 본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올림픽에서 더 화제가 됐던 것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안), 그리고 편파판정 논란으로 들끓고 있는 김연아다.

안현수는 빙상연맹과의 악연, 소속팀 해체 등 최악의 운동 여건으로 결국 러시아로 귀화해 이번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했다. 그가 더 이상 한국 선수가 아닌 러시아 선수로 뛰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 국민들은 한국 선수와 안현수 중 누굴 응원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이번 피겨 여자싱글에서 러시아의 홈텃세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대회를 마무리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판정을 내린 심판들에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빙상연맹은 무대응으로 있거나 미온적인 대처만을 내놓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연맹의 파벌문제와 소속팀 해체 등으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소치올림픽 3관왕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2차 월드컵에서 모습

연맹의 파벌문제와 소속팀 해체 등으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소치올림픽 3관왕을 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2차 월드컵에서 모습 ⓒ 박영진


안현수, 결국 곪아터진 파벌문제... 정부까지 나섰다

안현수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그가 러시아로 귀화한 2011년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안현수는 소치올림픽을 목표로 재활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었고 지난 시즌부터 대표로 참가했다. 올 시즌 들어 한국 선수들과 맞대결에서 거의 모든 종목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그는 결국 올림픽에서도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로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메달리스트이자, 최다 메달자로 영웅 대접을 받게 됐다.

안현수가 귀화한 데는 알려진 대로 과거 비한체대파와 한체대파와의 파벌로 인한 갈등, 그리고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해체가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안현수는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를 당시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지 못하고 여자 선수팀에서 따로 훈련을 해야했다. 또한 올림픽 세레모니에서도 그는 동료 선수들과 떨어져 혼자 축하자리에 낄 수 없었고 급기야는 1년 전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까지 나오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여기에 2008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도중 무릎을 심하게 다쳐 네차례나 수술했지만 연맹에서 어떠한 지원을 받지 못했고, 2010년엔 소속팀 성남시청이 재정문제로 결국 해체되면서 그는 순식간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쇼트트랙의 전설이자 영웅으로 불리는 그가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현재 국민들은 많은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정부에서까지 이 문제를 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계의 부조리로 인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언급부터 시작해, 결국 감사원과 문화체육부 관광부가 이번 올림픽이 끝난 직후 빙상연맹을 특별 감사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더욱 커진 것이다. 스포츠 면에서 시작된 이 문제는 결국 사회와 정치면까지 번져가고 있다.

김연아의 편파판정, 또 미온한 대처 보여준 빙상연맹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에서 감동의 클린연기를 선보였지만, 결국 러시아의 편파판정으로 은메달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아이스쇼에서 모습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에서 감동의 클린연기를 선보였지만, 결국 러시아의 편파판정으로 은메달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아이스쇼에서 모습 ⓒ 박영진


김연아는 지난 21일 새벽(한국시각)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경기에서 마지막 클린연기를 선보였지만,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편파판정으로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다.

김연아는 인터뷰를 통해 "모든 걸 보여드렸기에 아쉬움이나 후회는 전혀 없다. 메달을 따러 소치에 온 것이 아니다. 그냥 홀가분하다"며 웃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는 선수생활 내내 자신과의 싸움뿐만 아니라, 부당한 판정과 억울한 점수와도 싸워야 하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김연아의 경기 직후 여자싱글 경기 심판 구성이 9명 가운데 7명이 유럽심판이었고, 이 가운데는 과거 올림픽에서 짬짜미 판정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이와 현 러시아 피겨연맹 회장의 부인까지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여기에 판정을 봤던 심판 두 명이 김연아의 점수가 발표된 직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와 진한 포옹을 하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포착돼 더욱 분노를 사게끔 하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심판이 경기직후 선수를 껴안고 축하인사를 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미 수많은 외신과 방송사를 비롯해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 미쉘 콴(미국), 커트 브라우닝(캐나다), 제이미 살레 등까지 김연아의 판정이 부당하며 분노를 나타냈지만, 빙상연맹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은 이 경기가 끝난 지 무려 하루가 다 돼서야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빙상연맹은 "국제빙상연맹에 정확한 기준에 의거해 정당한 판정을 내린 것인지 확인요청을 했다"며 뒤늦게 발표했지만 미온한 늑장대처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빙상연맹이 나서서 국가적으로 제소 요청을 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빙상연맹은 단순히 확인만 요청했다고 밝힌 것이다. 심지어 빙상연맹은 대한체육회가 "IOC에 항의서를 전달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고 나서야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김연아의 편파판정에 대해 빙상연맹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자 결국 네티즌들이 빙상연맹 사이트를 해킹해 글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빙상연맹 홈페이지 모습

김연아의 편파판정에 대해 빙상연맹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자 결국 네티즌들이 빙상연맹 사이트를 해킹해 글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빙상연맹 홈페이지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결국 네티즌들은 빙상연맹 사이트를 해킹해, 연맹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는 공지사항에 김연아의 억울한 판정에 대해 적극 대처하라는 글을 남겼다.

심판들에 대한 구성부터 시작해 편파판정, 자격논란, 그리고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어이없는 모습까지 비쳐지면서, 김연아에 대한 억울한 판정문제는 오히려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외신들까지 "동메달보다 더욱 불쾌한 은메달"이라며 김연아의 피해를 대서특필했다.

김연아 자신이 메달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며 즐기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선수의 권익과 피해를 막기 위한 일은 반드시 별도로 진행돼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연맹의 이 같은 태도가 이어지면서 결국 이번 올림픽은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으로만 물들어가고 있다.

빙상연맹에 대한 잡음 문제는 이미 10년이 넘도록 이어져왔다. 안현수 사태부터 시작해 김연아까지. 빙상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비난은 커져가고 있지만, 정작 연맹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사태 수습을 위한 일시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어 답답함만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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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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