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강신주 박사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강신주 박사 ⓒ SBS


"힐링은 미봉책입니다. 제일 싫어하는 말이 힐링이에요. 자기 맨얼굴을 봐야 해요. 그러기 위해 냉정하게 얘기해 줘야 해요. 어떻게 할래, 라고 깊게 얘기해주는 건 힐링 같은 위로랑 다르죠. 우리 사회가 그런 게 많아요. 본질적인 걸 못 가르치고 미봉하는 게 많죠."

철학박사 강신주의 돌직구가 화제다. SBS <힐링캠프>의 섭외를 거절했다던 그는 언제그랬냐는듯 거침없는 언변으로 '연애 상담'에 이어 '인생 상담'에 나섰다. 기존의 팬들은 "역시 강신주"라는 분위기고, 그를 몰랐던 이들은 "강신주가 누구야?"라는 반응들이다. '강신주 어록'이 인터넷에 회자될 정도였던 그는 3일 방송된 <힐링캠프>에서 확신에 찬 또 다른 '어록'들을 남겼다. 

"'노(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예스(Ye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맨얼굴로 사랑하고 사랑받아야죠. 가면을 쓰는 순간 안전한데 고독할 수도 있어요. 가면을 쓰려면 죽을 때까지 절대 벗지 말고 쓰고 살아야죠."

"영원한 것을 사랑하는 건 아이예요.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게 어른이에요."

"꿈을 갖는다는 건 무서운 저주예요."

"꿈은 두 종류가 있어요. 개꿈, 내 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하는 거. 진짜 좋은 꿈은 실천을 강요해요. 철학자는 그걸 이상이라고 불러요."

빤한 상담도 '철학자' 강신주가 하면 다르다?

 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강신주편.

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강신주편. ⓒ SBS


결혼 못 하는 40대들에게 "사랑하고 있느냐"고, 사랑과 결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범하다. 배우를 꿈꾸는 27살 청년에겐 "꿈을 왜 포기하느냐"며 51번째 오디션을 보라고 한다. 맞는 소리다. 은퇴해서 귀찮아진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렵다는 딸에게는 소처럼 일만했던 아버지의 모습 말고 현재를 이해하라고 말한다.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토픽이다. 

지극히 맞는 말만 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불편하다. 꺼리게 된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진실. 그렇지만 피하고만 싶다. 그래서 멀리 도망가고 싶다. 그걸 강신주는 대놓고 묻고 몰아세운다. 엄마가 하면 빤한 잔소리고, 친구가 하면 "너는 얼마나 잘 하느냐"라고 되돌려 줄 오지랖이다. 

그걸 강신주에게 들으면 다르게 느껴진(다고들 말한)다. 그는 확신에 찬 어조와 단정적인 화법으로 상대를 몰아세운다. 거기에 인문학과 철학에서 길어 온 화두와 예시들을 얹는다. 내 일상의 고민이 일반화되면서 묘한 공감에까지 이른다. 사람들은 그걸 '돌직구'라고 표현한다. 거기에  "좋은 사회는 사랑을 보장하고 나쁜 사회는 경쟁을 부추긴다"와 같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도 빠뜨리지 않으니 더 있어 보인다.

그래서 시청자 강연이란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힐링캠프>는 분명 시청률과는 별개로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기실, 이번 형식이 (강신주 박사가 역시 출연했던) SBS 지식나눔콘서트 <아이러브인>의 예능 버전이라고 해도 말이다. 강한 자극을 앞세운 강신주 박사를 첫 타자로 내세운 것도 효과적이었다. 언제나 독하고 튀는 발언들은 주목을 끌게 마련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강신주 박사의 화법과 처방이 유효하게 수용되는 이 분위기 자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대체하는 강신주의 확신 어법

 <힐링캠프>에 출연한 강신주 박사

<힐링캠프>에 출연한 강신주 박사 ⓒ SBS


"말이 쉽지"란 표현이 떠오른 건 다 이유가 있다. 철학의 본질은 사유라고들 한다. 철학의 동지인 인문학도 다르지 않다. 그 사유와 생각의 확장은 말보다는 글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역사 속에서 증명된)다. 언제나 철학자의 확언도 사유를 넓히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글 속의 확언은 그 사유의 확장과 결부되지만, 말을 통한 확언은 감정에 기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강신주의 직설화법은 종종 그가 드는 직접적인 비유와도 꽤나 닮아 있다.

예컨대, 그는 "사회의 서정성을 높이자"며 분신한 고 이남종씨를 거론한다. 또는 파리의 거지를 인격체로 대했던 <파리의 우울>의 보들레르의 연민을 묘사한다. 한편으론, 현대인들의 "정신적 마비"와 "수치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소환하는 동시에 서울역의 노숙자들을 수치심 없는 자들로 비유하기도 한다. 설악산 대청봉에 케이블을 설치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며 "설악산을 돈 몇 푼으로 쉽게 살 수 있는 매춘부로 만들지 말자"는 문장도 서슴지 않는다.

확신에 찬 이들은 쉬이 지지파와 반대파를 만든다. 그 확신이 글을 통한 철학의 형태일 땐 어떻게든 논리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그러나 휘발성 강한 말이라면, 논리보단 수용자들의 상태나 태도와 결부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강신주의 돌직구에 대한 화답은 철학과 인문학이란 타이틀만 다를 뿐 확신에 찬 선언적 답에 끌린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 시대의 정서와 다를바 없어 보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신드롬의 반대급부로 "(아플 시간도 없는) 청춘이니까 네 민낯을 봐라" 정도랄까.

<힐링캠프>가 증명한 강신주의 확신에 찬 상담의 언어는 그러나 변화무쌍하고 다채롭기 그지없는 사회와 일상과 사람의 결을 배제(하려고)한다. 그리고 일견 폭력적일 수 있는 질문을 통해 강신주식 답을 이끌어낸다. 해답지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겐 시원한 한방 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확신범들에게 감응하는 이들이 대게 그렇듯이.

<힐링캠프> 강신주 편은 분명 작금의 '출판 시장'의 동력이 '강연 시장'일 수밖에 없는 이유의 좋은 예이기도 했다. 책을 팔기 위해 강연에 나선다는 강신주 박사. 정력적으로 저작 활동에 임하는 그가 부디 강연으로, 상담으로, 말로 그를 접한 이들을 좀 더 철학과 사유로 이끌어주기를. 값싼 '힐링'보단 직설의 언어로 무장한 그의 확신이 훨씬 무거운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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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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