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의 한 장면. 비혼모가 된 여동생과 조카 소울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의 한 장면. 비혼모가 된 여동생과 조카 소울 ⓒ KT&G 상상마당


외국에 공부하러 나갔던 여동생이 임신을 해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비혼모다. 아버지는 벼락에 맞은 줄 알았다며 외국에 가서 사고를 치고 온 여동생을 못마땅해 하고, 어머니는 홀로 낳아 키우겠다는 동생을 감싼다. 오빠 역시 여동생을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를 카메라로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의 이야기가 하나 둘 펼쳐진다.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도 있었기에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하나 둘 꺼내 놓는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흥미로운 것은 보는 사람들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점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외국에 가서 이뤄낸 성공, 성차별 문제, 역이민에 따른 부적응,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혼모, 여기에 민주화 운동이 접속되면서 이 가족의 이야기는 사회적 구조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여동생의 임신과 출산, 육아가 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한 가정에 머물지 않는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 준다. 분명 개인의 가족사인데, 나오는 문제들은 우리가 지금껏 겪어 왔고, 겪고 있는 현안들이라는 데 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가던 여동생의 선택도 영화가 끝날 즈음 심정적으로 동조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영화를 통해 그간의 과정을 어느 정도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알게 해 준 부분이 더 크다.

딸의 선택을 못마땅해 하고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던 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유로 아버지에게 거리를 두고 있던 딸이 아이를 낳은 이후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이 그렇다. 딸의 집을 찾았다가 돌아가면서 배웅 나온 딸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족 간의 애틋함뿐만 아닌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넓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난, 성차별, 역이민, 비혼모, 민주화 운동이 망라된 가족사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 포스터 ⓒ KT&G 상상마당


30일 개봉하는 <마이 플레이스>는 박문칠 감독의 가족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7년이란 꽤 긴 시간 동안 가족들의 모습을 찍었다. 한국과 캐나다, 몽골을 오가며 그려낸 가족들의 모습은 나름의 사연들만큼이나 그 스펙트럼이 넓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캐나다로 향했던 아버지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자수성가했다면 어머니는 대학 졸업 후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경우였다. 그러다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가족들을 염려해 역이민을 선택한 것이었지만,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한국 사회는 적응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특히 여동생의 어려움이 상당히 컸음을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된다. 그리고 미처 몰랐던 아버지와 동생의 불편한 관계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충격이기도 했다. 비혼모가 된 여동생의 선택은 아버지의 표현처럼 사고를 쳤다기보다는 자기 편을 원한 여동생이 스스로 결정한 지점이었다. 한국보다는 캐나다를 편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도 역이민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던 그늘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의 한 장면 ⓒ KT&G 상상마당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아버지의 꿈, 딸과 손자를 돌보기 위해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어머니, 모범생으로 학교 졸업 후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영화를 선택한 감독 등등,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가족들 개인의 선택지는 참 다양하다. 가족 다큐멘터리로 특색있게 보이는 부분으로, 세대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지점 역시 다르게 보인다.

한편으로 감독의 가족사는 70~80년대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 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한 가족의 단면이기도 하다. 오래전 찍은 홈비디오를 자료화면으로 활용한 장면에서는 해외 교포들의 한국 민주화운동 지지 활동과 우리 시대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었던 그의 가족들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홈비디오 화면을 통해 이 땅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었던 감독의 외할아버지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박문칠 감독 "개인적인 숙제로 생각하며 만든 영화"

<마이 플레이스>는 지난해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관객평론가상을 수상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 등 주요 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했다.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부분이 크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다.

캐나다로 이주해 조카 소울이를 홀로 키우는 여동생의 모습을 통해 비혼모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사회 이주민이나 해외에서 역이민 온 가정에 대한 고민도 갖게 해 준다. 문제제기 방식이 세련된 느낌이 들 정도다.

영화가 안겨주는 따스함과 가족애 역시 <마이 플레이스>를 포근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삶에서 닥치는 여러 어려움도 가족 간의 사랑을 통해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역이민을 선택한 것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고, 아버지가 딸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박문칠 감독은 개봉에 앞서 가진 언론시사회에서 "영화가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감정 이입을 하는 캐릭터가 다 다르다"며 "불안정한 일을 하는 분들은 저한테 이입하고, 출산과 결혼을 고민하는 친구들은 동생의 이야기에 공감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영화를 개인적인 숙제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면서 "지난해 다양한 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개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가족과 저에게 큰 위안이 된다, 보신 분들이 좋은 마음과 고민을 안고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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