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최영도 역의 배우 김우빈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최영도 역의 배우 김우빈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눈떠 보니 12월 중순"이라는 배우 김우빈의 말은 그가 얼마나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는지를 한 번에 느끼게 해 준다. 올해 초 종영한 KBS 2TV <학교 2013>으로 시작, 영화 <친구2>와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까지. 김우빈은 딱 이 세 작품으로 '대세 배우'라는 명칭을 얻었다.

특히 <상속자들>의 공이 컸다. 이 작품에서 호텔 제우스의 상속자로, 어렸을 적 잃은 어머니와 억압적으로 자신을 기른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뚤어진 삶을 사는 최영도 역을 맡은 그는 분노와 냉소 사이 언뜻언뜻 비치는 그늘진 최영도의 속내를 표현하며 호평을 얻었다. <상속자들>이 종영한 지 채 일주일도 안 된 시간, 최영도에서 김우빈으로 돌아온 그는 "끝났다는 느낌이 아직도 들지 않는다. 또 대본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도 "매 장면 '이렇게 할걸'하는 부분이 보여 서운한 감정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처음엔 영도가 너무 악랄하게 나오잖아요. 제가 봐도 영도는 쓰레기였거든요.(웃음) 하지만 후반부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죠. 덕분에 예상치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받았네요. 감사하기도 하지만 당황스럽기도 해요."

"날 믿어주고 다시 불러준 김은숙 작가,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 <신사의 품격> 이후 바로 김은숙 작가와 다시 한 번 작업했다.
"<신사의 품격>에서는 분량도 적고 작은 역할이었지만 작가님이 잘 살려주셨다. 대사도 재밌었고, 선배님들께도 많이 배웠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 성장해서 다시 한 번 김은숙 작가님과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다음 작품에 불러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아직 채 성장하기도 전에 (나를) 믿어주신 것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악착같이 더 고민했고,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노력하려고 했다. 한 신이라도 아쉬움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영화 촬영과 맞물리면서 준비할 시간이 적었을 것 같다. 영도를 연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늘 그 인물의 일대기와 백문백답을 작성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배워서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건데, 이번에도 그랬다. 특히 이번엔 영화를 찍고 바로 <상속자들> 촬영을 시작해서 조금은 시간이 부족했지만, 미국 로케이션 분량도 있고 내 초반 분량이 적어서 그 시간 안에 어느 정도 (캐릭터를) 잡고 갔다."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최영도 역의 배우 김우빈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님이) 아직 채 성장하기도 전에 (나를) 믿어주신 것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악착같이 더 고민했고,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노력하려고 했다. 한 신이라도 아쉬움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 이정민


- 그 백문백답 안엔 어떤 질문이 포함된 건가.
"뻔한 질문이다. 인터넷에서 백문백답이라고 찾아보면 나오는 것도 있고, 내가 지어낸 것도 있다. 영도의 경우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이라는 질문에 '엄마'라고 했는데, 그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이 (대본 속) 인물의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 이번엔 욕심을 좀 더 내서 깊게도 생각해 봤는데, 그런 부분이 대본에도 많이 나왔다. 엄마에 대한 생각도 처음부터 많이 해뒀는데, 다행이었다."

-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대사를 참 잘 살리더라.
"기본적으로 작가님이 잘 써주신 거다. 그대로만 읽어도 재밌는 말을 어떻게 조금 더 재미있게 들리게 할 수 있을까를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많이 고민했다. 멜로가 섞여 있다 보니 아무래도 평소에 안 쓰는 말이 있다. 탄이(이민호 분)가 더 심하긴 하지만….(웃음) (말)하는 나도 오글거리는데 듣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그랬겠나. 그런 걸 최대한 거부감 없이, 그러면서도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을 많이 생각하고 연습했다."

- "눈물 팍!" 하면서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는 거나 영도 특유의 말투도 재밌었다.
"잊고 있었는데….(웃음) 그건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리허설 때 편하게 해 본 거였는데, 주변에서 좋아해 주셨다. PD님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밥을 먹다가 그 부분을 따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또 좋아했던 말투는 '뭘 또 ~해'다. 활용도도 높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서 재미도 줄 수 있고, 여러모로 매력 있는 말투였다. 감사하게도 재밌는 말투를 나에게 몰아 주셔서, 마음껏 할 수 있었다."

- 김우빈 특유의 애드리브는 없었나.
"대사는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처음에 탄, 은상(박신혜 분)과 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게 웬 종합선물세트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잭팟이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휘파람을 부는 건 내 생각이었다. 또 말할 때 '호우~'라고 추임새를 넣는다던가, 학교에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명수(박형식 분)에게 '가자, 명숙아!'라고 하는 장면도 애드리브였고. '많이 먹어 전학생~'이라고 말할 때의 억양도 여러 번 연습 끝에 나온 거다."

- 헤어스타일로 영도의 심리 상태를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극 중반까진 머리를 올렸다가, 후반부 되어서는 내리지 않나. 본인의 생각이 들어간 건가.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 '드라마에서 이렇게 (성격이) 왔다 갔다 하는 인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스타일링과 헤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에 했던 머리는 각이 굉장히 중요한 머리다. 강한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가르마 저 가르마 많이 해 보다가 그렇게 결정됐다. (웃음) 작가님께도 보여드리려도 대본 리딩때 그렇게 머리를 했는데 좋아하시더라."

"영도의 마지막, 엄마라도 만나 다행…안 그러면 너무 슬프잖아"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최영도 역의 배우 김우빈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밴드를 붙이면서 무언가를 털어내는 느낌이었다. 하나 남은 맛있는 걸 먹어버리는 느낌이랄까. 후련하면서도 씁쓸했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 이정민


- 드라마 내용으로 돌아가자. 영도는 은상을 왜 좋아했던 걸까?
"묘한 매력이 있었겠지. 처음부터 여자로 좋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마음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은상은) 탄이를 자극하기 위한 도구였을 거다. 그러다가 점점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헷갈리지 않았을까. 성격상 편의점에서 자는 은상을 보고도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 자체가 영도의 마음에 끌리는 뭔가가 있었을 거라는 뜻이다."

 - 그런데 결국 은상과 탄이 짝이 되었지 않나. 영도의 결말에는 만족했나.
"나는 대본에 불만을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웃음) 마지막에 한 번이라도 엄마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앞으로의 (영도의)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테니까. 영도가 너무 슬프기만 하면 안 되지 않나. 그런 걸 (엄마와의 만남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 은상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사용된 중요한 소품이 바로 일회용 밴드였다. 그거, 촬영마다 쓰던 걸 쓰는 건가. 마지막엔 꼬깃꼬깃하던데.(웃음)
"늘 새 거였다. 그래서 마지막 그 신을 찍을 때 일부러 내가 구겼다.(웃음) 그 밴드를 붙이면서 무언가를 털어내는 느낌이었다. 하나 남은 맛있는 걸 먹어버리는 느낌이랄까. 후련하면서도 씁쓸했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 그러고 보니 은상과 처음 먹은 음식은 짜장면이고,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잔치국수다. 영도가 편의점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는 장면도 나오고. 이렇게 영도가 면식을 자주 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어떻게 보면 슬픈 이야기다. 가족끼리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친구이지 않나. 쉽고 빠르게,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찾다 보니 그런 음식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내용의 대사도 있었고."

- 확실히 영도는 '따뜻한 집'과는 거리가 있는 친구였다. 특히 아버지와의 유도로 승부를 가르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유도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처음 배웠다. 아버지(최진호 분)께서 실제로 선수 생활을 8년 정도 하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첫 유도 신을 촬영하는 날 미리 가서 낙법 같은 것들을 배웠다. 무술팀 형들도 알려 주셨고.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다. 이참에 배워볼까 싶기도 하다."

- 아마 영도가 지닌 '왕관의 무게'도 그런 것이었을 거다.
"맞다. 모든 상속자들…극 중 인물들이 아픔을 갖고 있지만, 영도의 경우 가정사가 큰 문제였을 거다. 그 속에서 꿋꿋이 버티고, 나름대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게 영도가 견뎌야 하는 무게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 회에서 영도가 시체보존선을 그리는 장면이 있었다. 촬영할 땐 어떤 마음이었나.
"영도의 복잡한 마음을 잠깐이나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에 더해서 전체적인 걸 보여주고 싶었다. 모두들 각자 아픔을 갖고 있지만 쉽게 이해받지 못하고, 거기(시체보존선)에 푸는 거지 않나. 그런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했다."

"아직 나는 신인…이것저것 많이 해 보고, 혼나 보고도 싶다"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최영도 역의 배우 김우빈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직 나는 신인이고, 젊고, 경험할 것들이 많다. 내가 미리 뭘 하고 싶다고 정한다는 건 스스로 (가능성을) 닫는다는 느낌이 크다. 이것저것 많이 해 보고, 혼나도 보고 싶다. 영화든 드라마든, 장르가 어떻든,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서 결정하고 싶다." ⓒ 이정민


- 올해에 드라마를 두 개 찍었다. <학교 2013>의 흥수나 <상속자들>의 영도는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인물이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흥수도 김우빈으로, 영도도 김우빈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흥수는 흥수로, 영도는 영도로 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흥수로 살면서는 굉장히 쓸쓸했다. 마음이 아팠고. 삶의 의미도 모르는, 무기력한 친구이지 않았나. 반면 영도는 억지로라도 조금은 밝고 순수한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상속자들>은 촬영하는 동안 슬프고 우울하기보단 웃을 일이 많았다."

- 그래도 올해 작품으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굳은 것 같다.
"보이는 건 그런데 평소 나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눈물도 많고.(웃음) 아, 마음에 걸렸던 게 있다. <상속자들> 촬영 전에 학교폭력 관련 공익광고를 찍었는데, 바로 극 중에서 학교폭력을 저지르려니 마음에 걸리더라. 영도의 모습이 학교폭력을 위한 게 아니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었을 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학교폭력을 절대 모른 체하지 않겠다.(웃음)"

- 이제 다음 작품이 중요한 시기가 왔다. 차기작으로 생각한 건 있나.
"소속사에 미리 '이번 작품 끝나기 전까지 다른 작품의 대본은 안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작가님의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에 집중하고 싶었다. 중간에 다른 걸 보면 마음이 뜰 것 같았고, <상속자들>의 대본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시간에 다른 걸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부터 봐야 한다.

아직 나는 신인이고, 젊고, 경험할 것들이 많다. 내가 미리 뭘 하고 싶다고 정한다는 건 스스로 (가능성을) 닫는다는 느낌이 크다. 이것저것 많이 해 보고, 혼나도 보고 싶다. 영화든 드라마든, 장르가 어떻든, 내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서 결정하고 싶다."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우빈 상속자들 이민호 박신혜 학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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