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수>에서 창수가 첫눈에 반한 여자 미연 역의 배우 손은서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창수>에서 창수가 첫눈에 반한 여자 미연 역의 배우 손은서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사진 이정민 기자| 영화 <창수>에서 진한 사나이 냄새가 풍긴다고 남자 영화라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겠다. 사실 극 중 갈등은 바로 손은서가 맡았던 미연이로부터 불거진다. 주로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던 손은서가 상업영화에 도전장을 낸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미연이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는 것. 극 중 비중은 그 다음 문제였다.

남의 죄를 대신 짊어지며 생계를 이어가는 징역살이 대행업자 창수(임창정 분)에게 미연은 그간 만났던 여성과 달리 온전한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사랑'을 넘어 '신앙'의 수준까지였다. 미연에게서 창수는 안식을 느꼈다. 손은서가 해석했던 캐릭터도 같은 맥락이었다.

"<창수>의 미연, 관객에게는 감성의 연결고리 같은 존재"

 영화 <창수>에서 창수가 첫눈에 반한 여자 미연 역의 배우 손은서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자 입장에서는 창수 같은 남자를 꿈꾸기도 하잖아요. 창수는 외골수 같아 보이지만 순애보를 갖고 있는 남자예요." ⓒ 이정민


사실 극 중 미연도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여자다. 남자라면 지긋할 만큼 숱한 경험을 했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방관하고픈 벼랑 끝의 인물이었다. 술과 남자는 미연의 삶에서 결국 권태로 남는다.

아무 희망도 없어보였던 미연을 위해 손은서는 못 피우던 담배도 촬영기간 내내 실제로 피웠고, 머리로 이해되지 않던 미연의 감정선을 조용히 따라가기도 했다. 참 촬영이 끝나고 담배는 곧 끊을 수 있었단다. 의지의 배우다.

"영화가 개봉이 좀 밀렸어요. <창수>를 작년에도 봤고 올해도 다시 봤는데 느낌이 달랐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봤던 미연이를 다시 보니까 참 적극적인 인물이더라고요. 물론 논리적으로는 창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해가 안됐어요. 그래도 미연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정도는 아니었기에 쭉 따라갔죠. 

결말도 열린 구조잖아요. 관객 분들 입장에선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라도 감정으로 느낀다면 분명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여자 입장에서는 창수 같은 남자를 꿈꾸기도 하잖아요. 창수는 외골수 같아 보이지만 순애보를 갖고 있는 남자예요. 미연의 존재가 바로 관객들에게 감성의 연결 고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죠."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연기...나는 현재 '계란 반숙'"

 영화 <창수>에서 창수가 첫눈에 반한 여자 미연 역의 배우 손은서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그냥 학교만 다녔어요. 데뷔도 생각 없었는데 2학년 때부터 관계자들을 소개받기 시작했고, 연기에 대해 몸으로 부딪히며 욕심을 갖게 됐어요." ⓒ 이정민


따지고 보면 손은서는 그간 본래 모습보다 강한 캐릭터를 해온 게 사실이다. 도도하거나 악녀이거나, 보다 주장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창수>의 미연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손은서는 나쁜 남자보다는 다정한 사람이 좋고, 무뚝뚝함이 아닌 자주 표현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성격이란다. 한없이 여성스러운 면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서 진한 멜로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케이블 채널의 게임 광고를 통해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손은서는 '도전파'다. 진학에 대해 고민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무작정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넣고 실기 시험을 보러 다니는 '무리수'를 뒀다. 스스로가 말했듯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운 좋게 합격"한 셈이다.

"연기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어요. 그냥 혼자 준비해서 부딪힌 거죠. 입시와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어릴 때 막연한 꿈이었던 배우를 하자고 다짐했어요. 담임선생님이 여러 방면으로 챙겨주셨고, 진학했죠. 연기에 대해 막연한 생각으로 흘러와서 일단 가보자는 생각이 됐어요. 대학교 1학년 때는 그냥 학교만 다녔어요. 데뷔도 생각 없었는데 2학년 때부터 관계자들을 소개받기 시작했고, 연기에 대해 몸으로 부딪히며 욕심을 갖게 됐어요."

 영화 <창수>에서 창수가 첫눈에 반한 여자 미연 역의 배우 손은서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를 보면 계란 반숙 같은 느낌이에요. 완전 날계란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니고, 서서히 익어가는 모습? 사실 아무 것도 모르고 데뷔를 했고, 일을 하기 시작했지만 알아가고 있죠." ⓒ 이정민


군인 출신의 아버지와 엄격한 가정 분위기 아래서 자라 다소 낯가림이 있었던 손은서는 연기를 경험하면서 자신을 발견해가고 있었다. 손은서는 "아직은 선택할 입장이 아닌 선택을 받는 입장이지만 못해본 역할도 많고 작품과 역할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며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저를 보면 계란 반숙 같은 느낌이에요. 완전 날계란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니고, 서서히 익어가는 모습? 사실 아무 것도 모르고 데뷔를 했고, 일을 하기 시작했지만 알아가고 있죠. 사실 조금은 더 익어야 할 그런 모습인 거 같아요."

"조급증 없다"...스스로 다독이며 나아가는 이 배우

서른을 앞둔 손은서는 많은 배우, 특히 여배우들이 겪는 조급증에 대해서 나름의 해결책을 갖고 있었다. 데뷔할 부터 조급함은 있었고,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란다. 엄한 가정환경 역시 한 몫 했을 터고, 손은서 스스로가 이길을 잘 선택했는지, 잘 해나가고 있는지 묻고 답하는 시간이 길었다.

"친구들과 카톡할 때도 요즘 '멜랑콜리하다'는 말을 자주 써요. 일할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으면 생각이 좀 많아지거든요. 조급함에 있어서는 스스로 기대를 크게 하지 말자고 다짐해요. 잘 하면 좋은 결과가 오겠죠. 좋은 생각이 좋은 에너지를 만들잖아요. 어렸을 때는 짜증도 내고 그랬을 텐데, 이젠 그럴 수도 있구나하고 생각해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려 하죠. 혼자 다독여야 할 때가 많아요."

 영화 <창수>에서 창수가 첫눈에 반한 여자 미연 역의 배우 손은서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급함에 있어서는 스스로 기대를 크게 하지 말자고 다짐해요. 잘 하면 좋은 결과가 오겠죠. 좋은 생각이 좋은 에너지를 만들잖아요." ⓒ 이정민


심적으로 힘들 때 물론 지인들의 조언도 좋지만 손은서는 드라이브를 하거나 집에서 멍하니 있기도 한단다. 여행도 좋아하는데 불규칙한 일의 특성상 자주 가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계획을 짜서 떠나보겠다는 꿈도 갖고 있었다. 배우로서의 단기 목표도 물었다. <창수> 이후 사람들이 손은서를 어떻게 알아주기를 그녀는 바라고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요? 그러면 곧 마흔인데(웃음). 그때는 후배들에게 어떤 면에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땐 저도 많이 성장했겠죠?" 

창수 손은서 임창정 우리 결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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