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한시>에서 김현석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열한시>에서 김현석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과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을 연출하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던 김현석 감독. 그가 생애 처음으로 '타임스릴러'에 도전했다. 바로 정재영·김옥빈·최다니엘 주연의 영화 <열한시>다. 

영화 <열한시>는 자신들의 시간에서 하루가 지난 오전 11시로 시간이동한 연구원들의 이야기다. 미래의 시간에서 자신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는다.

- 주로 멜로 영화를 연출하다가, 어떻게 타임스릴러에 도전하게 됐나요?
"2년 반 전에 이 시나리오를 택했을 때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가 하기 싫었을 때였어요.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를 해야 하는데, 투자사에서 여러 시나리오의 제안을 주었는데 이번 <열한시>는 그동안 제가 연출했던 것이랑 많이 달라서 하고 싶었습니다. <시라노:연애조작단>까지 네 작품을 했을 때, 거의 비슷한 것을 해서 그런 류는 하기 싫었거든요. 이번에 아예 '바꿔보자'고 마음 먹었죠."

- 시간여행을 비롯해 여러 물리학 이론까지, 영상으로 풀어 놓을 때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요?
"초반 20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영화의 진짜 재미는 미래를 알게 된 사람들이 24시간 동안 변해가는 행동을 보는 것인데 그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려면 그 앞부분에서 관객들이 집중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거든요. 앞부분에 설득이 되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삐딱하게 보고 몰입을 못 하는 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앞부분의 수위를 조절하고 맞추는 게 힘들었습니다."

 영화 <열한시>의 한 장면. 우석 역의 정재영.

영화 <열한시>의 한 장면. 우석 역의 정재영. ⓒ CJ E&M


- 천재물리학 박사 우석 역할로 정재영씨를 캐스팅 한 이유가 있나요?
"시나리오를 맨 처음 받았을 때 시나리오 이름이 정재헌이었습니다. 제가 감독을 맡기 전에 제작사 대표님이 접촉을 하셨더라고요. 그 뒤로 제작이 미뤄지다가 제가 맡게 됐는데 새로운 배우를 할 수도 있었지만, 평소에 정재영 선배님 연기를 좋아해서 그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너무 저학력 연기를 많이 하셔서 카이스트 박사에 맞을지, 그거 하나가 마음이 걸렸었거든요. 근데 실제 만나서 첫 미팅을 해보는데, 이런 쪽에 관심이 있더라고요. 집에서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시고, 이쪽에 관심이 많으시고. 말 그대로 두루두루 많이 아시더라고요."

- 영화 촬영에 들어가서 기대보다 그 이상으로 잘 해냈던 배우는 누구일까요?
"옥빈씨요. 원래 이런 장르는 그분도 처음인데, 옥빈씨의 모호한(?) 외모 때문에 캐스팅을 했었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는 비주얼이잖아요. 근데 촬영하면서 그 이상의 연기를 펼쳤어요. 나중에 미래의 영은이랑 현재의 영은이가 만나는 장면이나 미래를 보고 왔을 때 그걸 연구원들에게 말을 못 하고 둘러대는 등의 장면에서의 표정을 보면, 옥빈씨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너무 연기가 좋았어요."

"40대가 되니...20대 때 쓴 시나리오, 다 거짓 같더라"

 영화 <열한시>에서 김현석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에 멜로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20대에 써둔 시나리오는 있었는데 그때는 모든 관심사가 연애였었거든요. 그때 당시에 진실한 감정들이었죠. 하지만 이제 제가 40대가 되니까 그게 다 거짓말 같더라고요." ⓒ 이정민


- 이번 <열한시>는 다른 작가의 시나리오이지만 감독님은 시나리오 작가로도 많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사랑하기 좋은 날> 등의 각본을 맡으셨어요. 시나리오 잘 쓰는 노하우는 뭘까요?
"사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 쓰기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쓴 시나리오의 경우는 촬영에 들어갈 때는 현장을 즐기듯이 합니다. 시나리오 쓸 때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요. 저는 시나리오 쓸 때, 내가 아는 것만 하자는 주의입니다. 이야기를 할 때 감정이든, 이야기든, 주제든 '내가 정말 좋아하고 내가 아는 이야기'만 씁니다. 할 이야기가 없으면 하지 말자.

이번에 멜로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20대에 써둔 시나리오는 있었는데 그때는 모든 관심사가 연애였었거든요. 그때 당시에 진실한 감정들이었죠. 하지만 이제 제가 40대가 되니까 그게 다 거짓말 같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봤을 때 당시의 내가 쓴 게 거짓감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게 진실인 것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작가로서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걸 해보자고 한 거죠. 내 스스로 설득되는 감정만 이야기하자가 답니다."

- 다음 작품은 직접 쓰신 건가요?
"다음 것은 제가 직접 썼습니다. 촬영은 지난해 끝이 났고 올해는 CG 작업하는 것 기다리면서 상반기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요. 다시 멜로입니다. 다른 것 하다보니까 멜로가 또 하고 싶어졌어요. 내년 초에 촬영에 들어 갈 것 같아요."

- 김현석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멜로 영화는 뭔가요?
"홍콩영화 <가을날의 동화>. 올 가을에는 못 봤어요. 주윤발의 전성기 때, 그리고 당시 장만옥과 왕조현보다 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때의 종초홍의 작품입니다. 주윤발이 종초홍의 먼 친척 오빠로 나오는데 두 사람의 멜로를 담은 작품입니다. 너무 좋아해서 해마다 한 번씩 봐요."

 영화 <열한시>에서 김현석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열한시>에서 김현석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감독님의 멜로 영화 주인공들은 특별히 아름답게 나오는 것 같아요. <시라노>에서 이민정씨도 그랬고, <열한시>도 김옥빈씨는 특히 아름답게 나왔습니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티격태격 하다가 정들고 그런 게 아니라, 제 멜로는 처음부터 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런 시선 때문에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고요. 또, <YMCA 야구단> 임재영 조명 감독님한테 배운 게 '무조건 여배우는 예쁘게 나와야 한다'였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어 시대 때도 여배우의 조명은 달랐거든요. 남자는 그냥 보통으로 가다가도 여배우 등장하면 '뽀샤시'. 임재영 조명감독님한테 배웠어요. 늘 여배우를 신경 쓰기는 하지만 촬영 들어가서 한번 더 짚어 주기는 하죠. 배우가 멋있게 나와야 한다고."

- 나중에 꼭 함께 하고 싶은 여배우는?
"아이유요. 최근 아이유의 모습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난 성숙한 느낌을 봤어요. 아이유랑 나중에 함께 작품을 하고 싶어요."

- 감독님이 결혼을 안 하셔서, 영화와 결혼했다고 하는 소문도 났어요.(웃음)
"전혀 아니고요. 하다보니까 이렇게까지 왔네요. 어렸을 때 갈 걸 그랬나 봐요."

 영화 <열한시>에서 김현석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윤발과 종초홍이 주연의 홍콩영화 <가을날의동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 이정민


- 이 영화의 숨은 보석은 누구일까요?
"이병훈 음악감독(<황해><김종욱 찾기><전우치><님은 먼 곳에> 음악감독)이요. 음악 과잉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영화는 음악으로 많이 커버가 된 것 같아요. 저희끼리는 '훈스짐머'라고 별명을 지어줬어요. 영화 장르가 스릴러 장르이다 보니 음악감독 한스짐머와 비교가 되거든요. 이병훈 감독님이랑 네 작품 째 같이 하는 건데 그 동안 서로 잘 하는 장르를 해서 대부분 음악의 방향에 대해 일치했는데 이번에는 좀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이병훈 음악감독이 가져온 가이드랑 내가 생각한 것이랑 다르더라고요. 저는 연출 스타일이 직설이 아니라 우회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는 대놓고 사람 죽이고 그래서 음악은 좀 그것과는 다르길 원했거든요. 근데 음악도 딱 들어도 호러와 스릴러 같은 것을 가져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음악을 중간에 한번 바꿔봤어요. 근데 모니터 시사 하고 결과를 봤는데 제가 원했던 게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다시 이병훈 감독님이 가져오신 것으로 원점으로 돌아가서 많이 죄송했습니다."

- 여행 계획을 잡으셨다고요.   
"다음 주에 갑니다. 개봉 하면 매일매일 스코어 체크할 것 같아서요. 다음 주에 8박9일 동안 유럽으로 여행을 갑니다. 로마로 들어가서 밀라노로 나오는 여정이고요. 물론 거기 가서도 한국에서의 흥행 추이가 궁금해서 체크할 것 같지만요."

열한시 김현석 정재영 김옥빈 이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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