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2 KBS 연예대상> 포토월에서 대상후보인 해피선데이 1박2일과 김승우의 승승장구의 이수근이 웃고 있다.

개그맨 이수근 ⓒ 이정민


'불법 도박'이라는 쓰나미급 태풍이 연예계를 강타했다.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대거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되었고, 대중은 물론 주변 동료들까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수근과 탁재훈, 앤디, 토니안, 붐, 양세형 등이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추가로 조사받고 있는 연예인도 있다고 하니 후폭풍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일명 '맞대기' 방식의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대 명문리그 중 하나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의 승리 팀을 예측해 휴대전화로 수억 원의 돈을 거는 도박을 수개월 동안 해온 것. 얼마 전 방송인 김용만은 이와 유사한 사례로 도박에 가담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외 불법 도박 때문에 연예계에서 방출된 신정환을 지켜봤던 탁재훈마저 언급돼 충격이 더했다. 

연예인들을 파멸의 길로 이끈 불법 도박, 과연 이들은 무엇 때문에 도박에 가담했을까. 인기도 얻고, 돈도 벌 만큼 번 이들은 왜 도박판에 빠져들었을까.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스트레스다. 연예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인간은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 동물이다. 스트레스는 정상적인 뇌 활동을 방해하고, 신체 기능을 저하시켜서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해소할 통로를 찾지 못한다면, 극심한 스트레스는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불법 도박의 세계에서 짜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매 순간 수억 원이 오가는 도박판이 쾌감을 안겼고, 이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자극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파멸로 이끌 것을 알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연예인들에게 도박장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탈출구가 필요한 연예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도박판에 가담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달빛프린스>기자간담회에서 공동MC인 방송인 탁재훈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방송인 탁재훈 ⓒ 이정민


연예인들의 내면 구조는 어떤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연예인들은 행동 하나하나에 흥망이 결정되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다. 따라서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극히 폐쇄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내면을 바라보고 성찰하기보다 휴대전화를 통한 손쉬운 방법의 불법 도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주변의 잦은 유혹도 한몫했다. 도박에 빠진 대부분의 연예인은 동료 연예인 혹은 지인의 소개로 도박을 시작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수근 등에게 불법 도박을 알선한 브로커는 축구 동호회를 통해 만난 지인이라고. 이 브로커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마치 취미 생활인 것처럼 소개했다.

마지막은 불안정한 연예계 생태구조에서 기인한 '한탕주의'이다. 사실상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연예인, 특히 예능인은 대중의 인지도에 가장 민감하다. 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저조할 경우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지위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한탕주의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 언제나 정상의 위치에 있을 수 없기에 일종의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브로커들은 연예인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이들을 불법 도박장으로 안내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파멸의 길로 가는지도 모른 채 도박의 묘미에 흠뻑 빠져 버렸다. 결국 이들은 남아있던 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대중의 신뢰도 잃고 수억 원의 돈도 잃는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되었다.

 붐

ⓒ TN엔터테인먼트


연예인들의 상습적인 불법 도박에 대중은 분노하고,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남들이 보는 데서는 울고 싶어도 억지로 웃는 어려움, 척박한 환경에서 잡초처럼 견뎌낸 근성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불법 도박과 같은 사행성 행위로 대중에게 실망을 안긴다면 우리는 앞으로 연예인들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복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이들이 충분히 반성하고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이들을 반겨주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다. 그저 비난으로만 일관하기엔 이들이 우리에게 보여 준 웃음의 고마움이 너무 크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승민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연예인 도박 이수근 탁재훈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