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김우리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가수의 꿈을 여전히 꾸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1세대. 정윤기와 더불어 1990년대 엔터테인먼트의 스타일을 모두 책임졌던 사람이 있다. 바로 스타일리스트 김우리(40). 그는 20대 초반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꿈을 키웠지만, 당시 소속된 회사의 좋지 않은 상황들로 인해서 꿈을 접었다. 평소 패션잡지를 꼭꼭 챙겨볼 정도로 스타일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스타일리스트의 길로 자연스럽게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그가 스타일링한 1호 연예인은 가수 신효범. 당시 남자 스타일리스트는 거의 전무했던 상황에서 남자 스타일리스트라는 이색적인 꼬리표는 오히려 그에게 더 잘 해야 한다는 자극이 되었고 3년 동안 가수 신효범에게 올인했다.

"신효범씨가 굉장히 성격이 털털하고 좋아서 저랑도 잘 맞았어요. 신효범씨가 주위에 많은 관계자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했고요. 당시 남자 스타일리스트는 정윤기씨, 가요계 쪽으로는 저 밖에 없었어요."

신효범을 시작으로 그는 태사자·핑클·신화·김완선·엄정화 등 90년대 인기가 있었던 가수들 중에서 H.O.T를 빼고 거의 모든 가수와 함께 작업을 했다. 김우리 이사는 "한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 대부분을 저희가 맡아서 스타일링을 할 정도"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그는 YG 양현석 사장을 만나게 되면서 함께 10년 동안 일을 하게 됐다.

"당시 양현석 사장님이 직접 전화가 오셨어요. 홍대의 조그마한 사무실로 갔는데 양 사장님이 딱 보자마자 '너무 잘 맞는 사람 일 거 같다'고 하셨죠. 저를 보자마자 '우리씨 심상치 않다'고 잘 맞을 것 같다고요. 그때 스위티의 마지막 앨범을 내려고 했을 때인데,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첫 방송 때 'I'll Be There(아 윌 비 데어)'를 보셨는데, 너무 고생했다고 180%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아티스트의 옷을 만드는 또 다른 아티스트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현석이 보여준 비장의 카드 세븐, 무조건 될 줄 알았다"

 김우리 이사가 스타일링한 '출생의 비밀' 성유리 스타일

김우리 이사가 스타일링한 '출생의 비밀' 성유리 스타일 ⓒ 킹콩엔터


이후 양현석 사장이 김우리 이사에게 보여준 비장의 카드는 바로 90년대 비와 함께 많은 인기를 구가했던 세븐이었다. 17살의 세븐을 처음 만난 김우리 이사는 "무조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세븐을 보면서 무조건 될 것 같았고, 입히고 싶은 옷들도 많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세븐은 데뷔하자마자 1위를 했고, 이후 양 사장님과 휘성·거미·렉시 등을 다 같이 했어요. 당시 연습생이었던 권지용(지드래곤)도 있었고요. 지용이는 저를 '장인어른'이라고 할 정도로 아기였고, 태양은 세븐의 백댄서로 활동을 할 때였죠. 그 친구들을 보면서 중학생들이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할까 싶었고 세대가 바뀌는구나 싶었습니다."

당시 김우리 이사는 빅뱅의 초반 콘셉트를 잡다가 양현석 사장과의 협업을 마무리했다. 23살 때부터 YG에 있었던 31살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던 김우리 이사는 "일 외에 다른 무슨 일을 했는지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가수 쪽에서 대부분 일을 했던 김우리 이사는 가수들의 연기자로 데뷔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자들과의 인연도 맺어지게 됐다. 신화의 에릭부터 핑클의 성유리 등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윤은혜, 이효리까지. 자연스럽게 배우와 드라마 쪽으로 저변이 넓혀지게 됐다.  

"당시는 정윤기 형이 연기자 쪽에서 강자였어요. 가요 쪽에서 3분 50초 무대에 서서 대중들을 집중시키는 것이랑, 드라마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보이는 것이랑은 다르더라고요. 가수 쪽 스타일리스트는 그에 맞춰 단기전에 강했는데, 드라마는 장거리에 강하죠. 단거리에서 1등 했던 사람이 장거리를 뛰려고 하니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수들도 마찬가지였겠죠. 단거리에 강했지만 드라마에서 긴 호흡, 촬영장에서의 긴 기다림, 대본 분석 등 가수들도 저도 변화의 과도기에 있었죠."

그런 과도기적인 변화의 시기에도 김우리 이사는 경쟁력을 갖추며 여전히 성유리와 이진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드라마 SBS <출생의 비밀>의 스타일로 다수의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따라 하고 싶은 워너비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성유리와 이진의 스타일링을 책임지고 있다.

모델 출신 배우인 이요원과도 7년째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7월부터 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주연을 맡은 이요원의 극 중 스타일도 책임질 예정이다. 또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이현우와 두 말이 필요 없는 연기파 배우 조민수의 스타일도 책임지고 있다.

"'황금의 제국' 이요원, 화려하면서도 위엄 있는 스타일"

 8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전설의 주먹> 제작보고회에서 거친 남자들을 노련하게 지휘하는 냉철한 PD 홍규민 역의 배우 이요원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우리 이사와 7년 동안 함께 한 배우 이요원. ⓒ 이정민


"성유리와 이진은 10년지기 입니다. 핑클 때도 했고 최근에도 다시 일을 하게 됐죠. 두 사람이 저에게 하는 말이 '안 본 사이에 능력자가 됐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맞춰 보내는 옷들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하고 만족스러워합니다.

이요원씨는 정말 프로예요. 쾌활한 성격이지만 그렇게 수다스럽지도 않고, 드라마 촬영하는 내내 잠을 거의 못 자는데도 탁탁 일어납니다. 깡마른 체구에도 깡이 있는, 정말 프로의 포스를 풍겨요. 이번 <황금의 제국>에서 재벌가의 딸 역할을 맡았는데, 화려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스타일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김우리 이사는 아무리 인간적인 관계가 좋다고 하더라도 일을 기본으로 시작된 인연이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과 일을 다 하지 않고서는 프로로 대접받지 못 한다고 전했다.

"아무리 좋고 인간적으로 친해도 내 옷이 좋지 않으면 같이 오래 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우정과 정이 있겠지만 결국 일을 시작으로 만났기 때문에 그게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적으로 호흡이 완벽해야 관계도 있는 것 같아요."

김우리 이사의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만 2030개. 그 안에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우리나라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의 번호도 빼곡하게 저장돼 있었다. 명품 브랜드 신발·주얼리·시계·가방·옷·선글라스·안경 등 스타일의 모든 것을 망라한 세세한 품목의 번호들이다. 그에게 스타일리스트로 성공하기 위한 비법을 물었다.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은 친구들은 감각은 기본적으로 있겠죠. 인터넷에 정보도 많고 정보는 주위에 널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이 분야에 들어와서 버텨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쪽 분야에 들어와서 3, 4년 동안은 오히려 마이너스였어요. 제가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사가지고 오고, 월급을 못 받기도 하고 그랬죠. 무조건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자기의 경력과 위치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직접 가야합니다. 직접 가서 옷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 보고 눈으로 직접 봐야하는 거죠. 저는 지금도 인터넷으로 하지 않고 직접 다 다녀서 골라 옵니다. 유별나다고 하지만 그래야 좋은 옷과 아이템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거든요. 또, 홍대와 청담동에도 자주 나가서 요즘 사람들의 사는 모습, 트렌드를 계속 확인하고 체크해야 하고요."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 김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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