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700회 특집에서 자신이 고소했던 개그맨 최효종을 응원 축전에 등장한 강용석

<개그콘서트> 700회 특집에서 자신이 고소했던 개그맨 최효종을 응원 축전에 등장한 강용석 ⓒ KBS


'아나운서 성희롱'하면 떠오르는 단 한 사람, '개그맨 최효종 고소'하면 떠오르는 단 한 사람, '박원순 서울 시장 아들 병역 비리'하면 떠오르는 단 한 사람. 하지만 이제는 '방송가 블루칩'이 된 단 한 사람. 바로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다. 국민 고소남에서 고소한 진행자로 탈바꿈 한 강용석과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알아보자.

장학퀴즈 장학생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강용석은 경기고·서울대 법대·하버드 로스쿨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부족한 게 뭐 있겠냐 하겠지만 학창시절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3 때 장학퀴즈에 나갔고, 거기서 월 장원을 해 서울대를 등록했다. 시간이 흘러 이 장학퀴즈 장학생은 제18대 서울시 마포구(을)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그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후 연이은 폭탄발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끈 뒤 유명세 아닌 유명세만 얻고 정계 은퇴의 길을 밟았다. 그런 그가 2년여 만에 방송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건 '시대'라는 씨줄과 '망가짐'이라는 날줄이 잘 엮여서 가능했다.

 <강용석의 고소한 19>에서 고3 시절 장학퀴즈에 참여했던 모습을 떠올리는 강용석

<강용석의 고소한 19>에서 고3 시절 장학퀴즈에 참여했던 모습을 떠올리는 강용석 ⓒ tvN


진격의 CJ와 강용석

CJ는 음악채널 Mnet을 비롯하여 tvN, Olive, 투니버스, CJ오쇼핑 등 채널 종류를 불문하고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케이블TV 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동시에 요즘 말로 '진격의 CJ'다. 근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기사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영향력에는 크게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이 된 <슈퍼스타K>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최근에는 tvN의 <나인>까지 흥행했다.

강용석은 이런 CJ에 발탁된 폴리테이너로 볼 수 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강용석은 '역폴리테이너', 즉 정치인에서 연예인으로 변모하고 있는 경우라는 점이다. 그는 2011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고소 집착남>을 시작으로 Mnet <슈퍼스타K4> 서울 예선까지 얼굴을 비췄다. 게다가 변호사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자신만의 논리로 방송에 임했고 <슈퍼스타K4>에서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풀어냄으로 TV에 자신을 드러냈다. 2012년에는 <대학토론배틀3>에 출연해 자신을 토론주제로 대학생과 논쟁을 벌이면서도 서글서글한 미소와 방송 흐름을 잃지 않았다. 당시 공격적으로 나오는 대학팀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차분하게 대응했다. 이전까지 언론이 보도하던 '강용석 의원'은 그 자리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강용석 변호사'의 면목과 폴리테이너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

 CJ의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한 강용석(시계방향으로 대학토론배틀3, 슈퍼스타K4, 강용석의 고소한19)

CJ의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한 강용석(시계방향으로 대학토론배틀3, 슈퍼스타K4, 강용석의 고소한19) ⓒ Mnet, tvN


그리고 지난해 10월. 강용석은 tvN에서 <강용석의 고소한 19>(이하 <고소한 19>) 진행자로 발탁됐다. 사실 '중도적 시사 랭킹쇼'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에 보수 성향 전 국회의원이 진행을 맡는다고 하자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고소한 19>는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정보와 미처 몰랐던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랭킹쇼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해당 주제에 따라 분야 전문가나 경험자를 게스트로 섭외하는 전문성도 겸비하고 있어 tvN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종편·대중정치 시대 중심에 선 강용석

하지만 CJ는 안타깝게도 폴리테이너 강용석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고소한 19>도 좋지만 시청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는 프로그램은 JTBC <썰전>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2~3%대의 준수한 시청률을 거두고 있지만 여러모로 회자하는 프로그램은 <썰전>이다. 초반 종편 채널은 이른바 '떼 토크'(집단 토크)말고는 이렇다 할 기획을 하지 못했다. 이때 JTBC는 강용석 전 의원과 시사에 밝은 방송인 김구라, 그리고 이들과 상반되는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을 내세워 시사쇼 <썰전>을 기획했다.

작년 대선을 기점으로 방송가는 오유(오늘의 유머)와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대립하고, SNS 발언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고 대중정치의 시대가 왔음을 간파했다. 이는 '예능의 정치화'를 불러왔고 <썰전>은 tvN <SNL 코리아>와 더불어 가장 빨리 예능과 정치의 융합이 실현된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코미디와 게스트가 중심인 <SNL>과 달리 <썰전>은 주간 이슈를 다루는데 강하다. 물론 <SNL>에도 위캔드 업데이트가 있지만 이는 '분석'보다는 '풍자'에 중심을 두고 있다.

 강용석은 <썰전>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장게 다가가고 있다. 화면 갈무리는 자칭 '안철수 저격수'라 했지만 정작 안철수 의원은 자신에게 관심없다는 말을 전해듣고 멋쩍어하는 장면이다.

강용석은 <썰전>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장게 다가가고 있다. 화면 갈무리는 자칭 '안철수 저격수'라 했지만 정작 안철수 의원은 자신에게 관심없다는 말을 전해듣고 멋쩍어하는 장면이다. ⓒ jtbc


이런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강용석을 투입한 이력이 있다는 것이다. 강용석은 전직 국회의원과 법학 전공이라는 전문성을 살려 큰 담론부터 뒷이야기까지 속속들이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폴리테이너다. 이제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모르는 대중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SNL>은 강용석을 통해 촌철살인의 풍자를 기대했고, <썰전>은 가감 없는 정치 이야기와 보수 대변을 원했다. 결국 <SNL>에는 짧은 직언의 대명사 최일구 앵커가, <썰전>에는 강용석이 자리하게 되었다. 이렇듯 강용석으로 대변되는 대중 정치의 예능화와 전문화는 이제 지상파도 따르고 싶어 하는 주류가 되고 있다.

강용석 전 국회의원? 방송인 강변?

 두 아들과 함께 출연하는 <유자식이 상팔자>. 이제는 '떼 토크'도 가능한 진행자로 거듭나고 있다.

두 아들과 함께 출연하는 <유자식이 상팔자>. 이제는 '떼 토크'도 가능한 진행자로 거듭나고 있다. ⓒ jtbc


강용석은 이제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라는 장황한 이름보다 강변(강용석 변호사)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JTBC <유자식이 상팔자>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두 아들과 방송에 나섰고 <썰전> 2부 '예능 심판자'에서도 방송인의 행보를 가고 있다. 이 기점에 그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그가 다시 정계로 가기 위해 방송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 아니냐 반문한다. 이에 관해 강용석은 <고소한 19> 론칭 때부터 줄곧 "방송인으로 전업할 생각이 없으며 정치에 마음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강용석, 그의 방송 적응기는 끝났다. <썰전>의 시청률을 걱정하는 면모까지 보여준다.

강용석, 그의 방송 적응기는 끝났다. <썰전>의 시청률을 걱정하는 면모까지 보여준다. ⓒ jtbc


강용석은 자신과 관련된 사건들을 희화화하는 것도 마다치 않고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대놓고 자랑스러워하며 스스로 박원순, 안철수 저격수라 일컫는다. 이런 그를 볼 때면 당돌한 방송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본인이 '나는 방송인이 아니다'고 말해도 대중이 '방송인'이라고 여긴다면 그 말 또한 소용없는 일이다.

다시 정치로 돌아갔을 때 그가 방송에서 내뱉은 말들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기에 강용석 본인도 정치를 꿈꾼다면 공인으로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말로 입방아에 오르는 일은 방송가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도 알 것이다. 동시에 시청자 역시 유권자로 강용석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계를 '잠시' 떠나왔다는 강변을 어떻게 볼지는 각자에게 달려있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강용석의 방송가 적응은 끝났다. 그의 행보가 방송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되고 기대된다.

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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