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린 울타리 밖의 무언가를 동경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취업난에 청년들은 그럴싸한 직장을 동경하며, 말단 직원은 대기업 회장이 되는 막연한 상상을 하고, 큰 가게 사장님은 안정적인 직장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일이 종종 재미가 없을 때, 부쩍 PD라는 직업을 동경했습니다. 같은 언론계라지만 뭔가 재기발랄해 보이거든요. 행복의 파랑새가 결국엔 자기네 창문 앞에 있다고 하지만, 이 기획은 일단 철저히 남 부러운 마음에서 시작됐음을 고백합니다. - 편집자 말

 '손뿌잉'이란 별명이 잘 어울리는 <심심타파> 손한서 PD.

'손뿌잉'이란 별명이 잘 어울리는 <심심타파> 손한서 PD.ⓒ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마른 체형에 패션부터가 남달랐다. PD 인터뷰 릴레이라고 소개하고 첫 인터뷰이로 MBC 라디오국을 찾아 그를 만났을 때, 왜 아이돌 가수들이 그를 '손뿌잉'이라 부르는지 알 것만 같았다. 프린트 후드티에 청바지, 그리고 그의 양쪽 쇄골이 만나는 지점엔 시선을 분산시키는 선글라스 하나가 꽂혀있었다.

4년 연속 동시간대 1위. MBC 표준FM <신동의 심심타파>를 연출하고 있는 손한서 PD였다. 그는 매일 자정의 시간대를 아이돌과 함께 꽉 채워가고 있다. 원더걸스, 카라, 슈퍼주니어, 동방신기에서부터 에이핑크, 엠블랙 등 이름만 들어도 아시아 전역이 흔들릴 아이돌 스타들이 다 그의 스튜디오를 다녀갔다. 가히 아이돌들의 삼촌, 아이돌의 큰 오빠라 할만하다.

부러움과 미움은 비례관계라 그랬던가. 팬들의 입장에서 손한서 PD는 애증의 대상이도 하다. 아이돌 스타가 그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며 인증사진을 올리는 날이면 팬들은 손 PD의 '안구를 빌려가고 싶다'느니, 손 PD의 '팔뚝이 되고 싶다'느니 하는 상당히 '전위적인' 표현을 쓰곤 하니 말이다.

 아이돌 그룹 카라와 함께.

아이돌 그룹 카라와 함께.ⓒ mbc


- 상당히 동안입니다. 역시 아이돌과 함께 하니 노화도 늦어지는 듯 하네요. 본래부터 아이돌 스타와 함께할 '흑심'을 품었나요?
"(웃음) 아닙니다. 원랜 조용한, 남들을 다 잠재워 버릴 그런 음악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이돌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2004년에 입사해서 <지금은 라디오 시대><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옥주현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서 조연출을 맡았고, <김신영의 심심타파>와 <신동의 심심타파>(이하 <심심타파>)를 연출했네요. 그 사이에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현영의 정오의 희망곡><장진의 라디오 북클럽><홍기빈의 손에 잡히는 경제>도 연출했고요."

- 예능에서 시사교양까지 전 방위적이네요. <심심타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건 역시 운명? 
"지난해 파업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게 됐네요. 어쩌다 보니까 신동씨의 DJ 5주년을 함께하게 됐어요. 한 달 전이 5주년이었거든요. 원래 10년이 되면 DJ에게 브론즈 마우스를 주고, 20년이 되면 골드 마우스를 줘요. 특별한 의미로 신동씨에겐 반 브론즈 마우스를 상징적으로 해줬습니다. 작업하신 분이 팬이라고 특별히 동을 많이 섞었대요(웃음)."

"PD의 품위를 버리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최근 DJ 경력 5주년을 맞은 신동을 위해 <심심타파> 제작진이 수여한 '반 브론즈 마우스'

최근 DJ 경력 5주년을 맞은 신동을 위해 <심심타파> 제작진이 수여한 '반 브론즈 마우스'ⓒ mbc



- 모 회사의 카카오 초콜릿처럼 75% 브론즈 마우스가 되겠군요. 신동씨를 바라보는 마음이 남달리 뿌듯하겠어요.

"5년 전엔 신인이었지만 신동씨가 지금은 한류스타잖아요. 그때와 지금이 변함이 없어요. 연예인은 다들 변한다고들 하는데 그런 게 없는 사람이죠. 김신영-신동, 신동-박규리 진행에서 신동 단독 진행으로 변하면서 프로가 토크쇼 형식으로 바뀌었어요. TV 토크쇼와 달리 생방송이라는 점이 특징이죠.

제가 볼 때 요즘의 신동씨의 솜씨는 국내에서 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컬투'가 진행하는 프로가 최고 인기라지만 그분들은 사연을 멋지게 소화하는 게 특징이잖아요. 신동씨는 완전히 아이돌을 편하게 만들면서 '밀당'을 해요. 얘기하지 말아야 할 내용까지 나오곤 해서 가끔 이거 기사로 나가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웃음) 5년 동안 DJ와 진행자의 역량을 키운 거 같아요."

- 전문 DJ와 달리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다소 위험한 시도였을 법도 한데요?
"예전엔 고정된 DJ의 이미지가 있었잖아요. 음악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사연을 읽어주는 존재가 DJ였는데 요즘은 많이 분화되는 거 같아요. 배철수, 성시경이 각각 좋은 DJ라면 신동은 그 중간 정도의 경계에 있는 거 같아요."

- 발랄하다지만 또 동시에 어린 아이돌이기에 예측 불가능한 부분도 클 거 같은데 어떻게 통제하나요?
"사실 그건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PD는 결국 누군가의 장점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능력인 거 같아요. 어린 친구들과 같이할 때는 PD의 품위를 버리면 되게 즐겁게 일할 수 있거든요. (출연자가) PD를 어려워하면 방송이 재미없어져요. 얼어있으면 솔직한 얘기를 못 하거든요. 그래서 방송 전에 아이돌 친구랑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격이 없이 지내려 노력합니다. SNS로 소통하기도 하고요."

<심심타파>, 태연이 벌칙 받고 아이유가 먹방하는 곳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와 손한서 PD. 가히 아이돌의 큰 오빠 포스다.

ⓒ mbc


 아이돌 그룹 B1A4와 함께.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위), 아이돌 그룹 B1A4와 함께 사진을 찍은 손한서 PD.ⓒ mbc



- 음.. 흑심이 아니고요? 농담입니다. 김신영과 1년 반, 신동과 3년 반. 이 정도면 기억에 남는 게스트도 상당히 많을 것 같아요.

"우선 일락씨예요. 라디오 게스트를 많이 하는 친구죠. 신동씨와 5년의 기간 동안 <심심타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같이 프로그램을 만든 친구에요. 가장 기억에 남죠. 일락씨라면 프로그램 걱정이 되지 않아요.

또 우린 매일 방송이 초대석 형식이라 계속 새 게스트가 와요. 당연히 소녀시대, 카라 같은 이들도 참석해주었고요. 적어도 <심심타파>는 한류스타건 그들의 후배건 한 번은 나와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릴 잡았습니다. 고맙게도 우리가 아는 한류스타들은 뜨고 나서도 출연하고 있어요.

동방신기가 랩으로 자기소개를 하질 않나, 태연씨가 옷 10개를 껴입는 벌칙을 받질 않나, 아이유양이 비빔밥을 만들어서 먹방을 하고요. 이런 걸 다하게 하는 프로에요. 박진영씨조차도 랩으로 자길 소개해야 했죠. 카라는 컴백할 때마다 <심심타파>를 첫 방송으로 출연하고 있어요. 2AM, 원더걸스, 샤이니도 우리 방송에서 고정으로 참여했죠. 구하라, 강지영씨의 트위터 계정을 제가 만들어줬습니다. 하하."

- 계속 들으니 자기 자랑 같아요. 어쨌든 아이돌 SNS 산파역할까지 하신 거군요. 내심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다를 거 같습니다.
"한류스타로 성장하는 소식을 들으면서 제가 해준 게 없는데도 마음이 좋더라고요. 애잔하네요. 얼마 전에 5주년 특집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맺은 이들이 다 모였어요. 김신영씨와 카라의 규리씨가 와서 진행도 했고, 슈퍼주니어의 은혁씨도 왔고요.

얼마 전에 B1A4가 앨범을 냈는데 바로군이 고정 게스트였거든요. 앨범 땡스 투(thanks to)에 <심심타파> 이야기를 4줄이나 적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짠했고, 정말 고마웠어요. 또 최근 든 생각인데 이 방송 자체가 신동에겐 5년간의 일기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신인에서 한류스타가 된 과정을 이 프로가 함께 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항상 아찔한 순간들, 하지만 이래서 라디오가 좋아!"

 손한서 PD.

손한서 PD.ⓒ 손한서


- 역시 훈훈하네요. 또 달리 보면 생방이다 보니 아찔했던 상황도 있을 거 같아요.
"아찔한 경우는 항상 존재해요. (웃음) 방송에서 해선 안 될 말들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은 발생합니다. 조용한 음악프로라면 그런 경우가 없지만 우리 프로는 토크가 많고 게스트만 해도 10명씩 나오잖아요. 이젠 익숙합니다. 누구든 실수를 하니까요. 오히려 이젠 마음을 놓는 게, 신동씨가 그런 위험한 순간에도 잘 포장하는 순발력이 생겼어요.

이상한 청취자의 통화나, 게스트의 막말도 부담 없이 웃음으로 승화시키죠. 그래서 이런 부분에는 연출 면에서 부담이 없습니다. 가끔 DJ가 늦을 때 아찔하죠. (웃음) 5년 동안 하면서 세 번인가 있었는데 최근에 늦었던 경우가 차량 사고 때문이었어요.

신동씨가 10분 늦었는데, 하필 박진영씨 방송이었죠. 신동씨도 이제 DJ 5년차라 확인도 안하고 있었는데 방송 3분 전에 실제상황인 걸 알게 된 거예요. 원래 우리끼리 농담을 잘하거든요. 나 좀 늦어! 이러면 스튜디오 앞이거나 그런 식이었는데 그땐 실제였어요. 임기응변으로 박진영씨에게 노래 3곡을 이어서 부르게 했죠. 그 와중에 신동씨가 도착했고요."

- 라디오 PD가 정적인 줄만 알았는데 매번 전쟁일 수도 있겠군요. 그래도 매력 있습니다!
"사고가 많아요. 그래서 라디오 PD라면 임기응변에 강해야 해요. 다른 분야 PD보다 라디오 쪽은 그런 강점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또 라디오 프로라는 게 한 번 인정받기 시작하면 잘 안 바뀌거든요. 그만큼 남의 것을 뺏기도 힘들고요.

아직까지도 4년 반 전의 청취자 분들에게 연락오기도 해요. 파업 때 할 게 없어서 젊은 라디오 PD들끼리 '라디오학개론' 이라는 과목으로 대학에 나가서 강의 겸 수다를 떨기도 했는데 학생들이 <심심타파> 세대더라고요. 우리 땐 <이문세의 별밤>이나 <유희열의 음악도시>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흐른 거예요. 요즘에 연예인 데뷔하는 이들 중에서도 학창시절 <심심타파>에 사연을 보냈다는 친구도 생기더라고요. 그만큼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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