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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케이블에서는 가능한 것들은?

<SNL 코리아>같은 노골적인 19금 코미디나, '이런 걸 텔레비전에서 할 수 있어?' 의문이 드는 <세 얼간이><더 지니어스>처럼 독특한 오락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로 들 수 있는 것은 이제는 엄연하게 시즌제로 자리잡아가는 장르물 드라마다.

KBS 2TV <아이리스>가 배우들의 출연 고사로 말미암아 시즌은커녕 속편 제작조차도 용두사미가 되어가던 시점, OCN에서는 법의학을 다룬 <신의 퀴즈>가 시즌3를 순조롭게 끝냈고, <뱀파이어 검사>도 시즌 2를 마쳤으며, 이제 <특수사건전담반 TEN>(이하 <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즌2에 들어섰다.

다른 작품들도 시즌제를 소화해 낼 정도로 스토리와 연출에 있어서 안정적 질을 담보해 내고 있지만, 4월 14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텐2>는 주요 캐릭터별 발전은 물론,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기엔 아까울 정도의 연출력과 카메라 워킹으로, 주인공 여지훈(주상욱 분)의 별명처럼 '괴물' 같은 작품이 되어 돌아왔다.

살인범 쫓는 피로감…'텐2'의 해결 방안은?

<텐>은 미드 <멘탈리스트>와 유사한 스토리 구성을 가진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연쇄 살인범에게 잃은 주인공, <멘탈리스트>의 제인이나 <텐>의 여지훈은 모두 그 수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뿐만 아니라, 여지훈의 별명이 괴물이듯이 태평양이 사이를 가른 두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살인범을 잡기 위해 그 스스로 무엇도 거침이 없는 괴물이 되어간다. 제인이 연쇄 살인범이 누구인가를 알았을 때 법적 정의 대신 자신의 총으로 그를 처단하고자 했듯이, 광역 수사대 팀장이던 여지훈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자 사랑하는 이의 아버지가 건네준 총으로 처단을 하려고 나선다. 단지 제인이 죽인 사람은 범인이 아니었고, 여지훈이 죽이려고 했던 사람은 애초의 연쇄 살인범은 아니었다는 또 다른 여지를 남길 뿐이다.

이렇게 특정한 연쇄 살인범을 쫓는 시리즈는 집요한 그 주제로 말미암아 긴장감을 이어가기 좋은 반면, 역으로 그로 인해 쉬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종종 유사한 다른 사건을 넣는다 해도, 기본적 플롯이 가져오는 싫증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일관된 적을 가진 시리즈의 속편은 더더욱 그 피로도의 하중이 배가되니까. 그래서 <멘탈리스트>는 제인의 주변 인물 중 경악할 만한 대상을 연쇄살인마 레드존의 측근으로 만들어 그와의 숨 막히는 대결을 시리즈별 주요 동인으로 삼고 있다.

<텐>은 그 고민의 시선을 내부로 돌렸다. 아마도 많은 시리즈가 있었지만, <도망자>를 제외하고 주인공이, 그것도 사건 수사의 핵이었던 팀장이 속편에서는 졸지에 사정이 뒤바뀌어, 그가 바로 연쇄 살인범일지도 모르는 설정은 <텐>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너무도 그럴 듯하여, '시즌1에서 고스란히 속은 것인가'라는 생각에 여지훈이 진짜 괴물같이 여겨지게 <텐2>의 도입부는 무시무시했다.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괴물 같은 여지훈의 존재감을 배가시키는 시즌 2라니! 배우 주상욱이 모든 작품을 차치하고 학수고대할 만했다.

시즌1의 캐릭터와 이야기 확장…볼거리 풍성


우여곡절 끝에 겨우 여지훈을 팀장의 자리로 돌려놓더니, 이젠 여지훈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내던 백도식 형사(김상호 분)가 없네? 대뜸 카지노촌 동네 학교 앞을 지키고 선 백형사를 보이는가 싶더니, 그가 한때 인정에 못 이겨 봐준 범죄자가 일가족 살인자가 되어 나타나는 바람에 백형사는 다시 물불을 안 가리고 범인을 쫓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려는 여지훈 팀장과 부딪치게 되고. 한때 모든 것을 던져 범인을 잡으려던 여지훈의 발목을 눈물로 읍소하며 잡던 백형사가 바로 그 여지훈과 가장 첨예한 갈등의 각을 세우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괴물 VS. 독사.

이렇게 <텐2>는 단선적으로 그려지던 시즌1의 캐릭터들을 보다 깊게, 보다 풍부하게 하면서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것으로 볼거리를 전달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즌1보다 더 영화 같은 연출과 깊이가 느껴지는 화면 구성은 캐릭터의 발전을 뒷받침한다. '시즌2 드라마'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시청률의 제왕'을 보면 시청률이 떨어지자 대뜸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이혼을 요구하고, 졸지에 마마보이로 변한 아들은 그런 엄마  말을 듣겠다며 몸을 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웃픈' 건, 웃기자고 만든 코미디가 아니라 실제 공중파 드라마에서 종종 조우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극의 전개를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시청률의 오르내림에 따라 막장식 전개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행하는 공중파 드라마를 보다가, <텐2> 같은 드라마를 보면 이게 우리나라 드라마 맞나 싶을 정도다. 시청률을 담보한다 큰소리치다, 시청률의 노예가 되어 퇴보하는 공중파와 달리, 시청률의 사각지대에서 자유로이 선전하고 있는 시즌제 장르 드라마의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