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 역의 배우 정웅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자신이 맡은 배력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 역의 배우 정웅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자신이 맡은 배력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가 공개되면 정웅인 얘기를 참 많이 하겠다 싶더라. 네 신밖에 안 나오는데 존재감이 엄청나니까. 함께 연기하면서도 흡입력을 확 느꼈다."(유준상)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손진호(정웅인 분)는 한 대기업의 회장님을 연상케 한다. 고등학교 시절 미소년이었던 손진호(이정혁 분)는 20여 년 후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 됐다. 이정혁을 보는 순간 '저 꽃미남과는 반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정웅인은 "<대부>의 말론 브랜도처럼 머리를 넘기고 싶었다"면서 "막상 해보니까 부족한 듯싶어서 (머리카락을) 좀 더 뽑았다"고 털어놨다.

"사진을 찍어서 헤어스타일리스트 분들에게 보냈더니 '이렇게 나와도 되느냐'고 하더군요. (강우석) 감독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저한테 너무 마이너스가 아니냐고요. 사실 숱이 없는 올백 스타일의 머리를 한 번쯤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항간에는 어디 회장님 아니냐고 하시는데 거기서 착안한 설정은 아니에요.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죠.(웃음) 촬영에 앞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했는데 흰머리가 올라오더라고요. '그냥 이렇게 가자' 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감독님도 캐릭터와 잘 맞아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 역의 배우 정웅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강우석 감독, '웅인아, 조금만 기다려라' 하더라"

정웅인이 맡은 손진호는 재벌 3세다. 나이는 중년이지만 술집에서 주먹을 날리며 객기를 부리는가 하면, "너와 임덕규(황정민 분)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궁금하다"면서 친구 이상훈(유준상 분)을 파이트쇼 <전설의 주먹>에 출연하게 만든다.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철이 덜 든 인물이다. 정웅인은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땐, 1~2신 정도 등장하는 카메오라고 해서 실망했다"면서 "그래도 (분량보다) 좋은 인연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강우석 감독님의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배우로서 변신을 하고 싶었거든요. 사극 <근초고왕>에 함께 출연하던 강성진과 강우석 감독님을 찾아갔다가 인연을 맺게 됐죠. 제작 과정이 진행되면서 대본이 보완됐고, 간추려져서 최종 4신이 되었어요. 나중에 이상훈을 가리키며 '돈 때문에 나간 것 같은데 연봉 1억 더 얹어주고 데려와'라고 하는 신은 급조해서 만든 겁니다."

촬영을 준비하며 슬개골이 파열됐고, 수술을 받으면서도 지켜낸 배역이었다. 영화가 개봉한 뒤, 강우석 감독은 정웅인에게 "미안한데 다음엔 긴 것, 많은 것 하자.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얘기했다.

정웅인은 "미안한 마음이었는지, 약속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이 번쩍 나더라. 기분이 좋았다"면서 "다음 작품이 <공공의 적>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라고 하더라. 강 감독님의 작품이면 뭐든지 상관없다"고 무한한 믿음을 드러냈다.

코미디 이미지 벗으려 했다? "한계 느끼기도 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 역의 배우 정웅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자신이 맡은 배력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드라마 <커피하우스>와 사극 <홍국영><선덕여왕> <근초고왕> 등에 출연했고,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섰지만 대중은 아직도 정웅인을 생각하며 '코미디'를 떠올린다. 시트콤 <세 친구>, 영화 <두사부일체> 속 그의 모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웅인은 "한때는 코미디 이미지를 벗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내게 다른 모습을 발견한 분들과 작업해야 하는데, 과감하게 캐스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 것 같아서"라고 했다.

"연극 등에서는 다른 모습을 찾아내면 과감하게 캐스팅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게 힘들잖아요. 제가 벗어나고 싶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한계를 느꼈던 거죠. 그동안 이미지가 많이 노출되어서 영화를 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그러던 중 강우석 감독님을 만났습니다. 강 감독님이 제게 '<두사부일체>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로 가는 모습이 안 좋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올해는 악역 좀 하라시더군요. 그렇게 세심하게 말씀해주시는 감독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독기가 스크린에서 폭발한 순간, 관객은 환호했다. 적은 분량에도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낸 그에게 '신 스틸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옷가게 점원,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주변 사람들도 영화를 보고 열띤 반응을 나타냈다고. 이에 대해 정웅인은 "기분이 좋다"면서도 "주인공은 아무나 못하는 것 같다. 촬영하며 링거를 맞고 그러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겸손을 표했다.

정웅인에게 <전설의 주먹>이란? "10년 바라볼 큰 힘"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 역의 배우 정웅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혹자는 그에게 "당신의 전설은 언제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정웅인은 "나의 전설은 <전설의 주먹> 다음 작품부터"라고 답한다. "정웅인이 이런 것 하겠어?"라고 의심했던 이들에게 분량에 상관없이 빛나는 신 스틸러의 모습을 보여주며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는 꾸준히 영화에 나서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배우는 고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톱 배우들이 존재하고 제가 있어야지, 투톱 이런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인 것 같아요. 전 딱 앞으로 10년을 봅니다. 드라마와 연극도 계속하겠지만, 영화에서 5년 뒤 제 모습은 분명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우석 감독님에게 배운 거예요. 비성수기에도 작품을 걸 수 있는 자신감 말이죠. <전설의 주먹>이 제겐 큰 힘이었거든요. 이 영화를 통해 만들어졌던, 응축됐던 모습이 다음 작품을 통해 나타날 때 비로소 작은 전설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 역의 배우 정웅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전설의 주먹 정웅인 이정혁 유준상 강우석 감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