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된 <학교 2013>의 한 장면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 ⓒ KBS


<학교 2013>에 나온 학교를 보면 마치 길거리의 '두더지 잡기' 게임이 연상된다. 열심히 하나를 쳐서 이쪽의 것을 눌러놓으면 저쪽에서 불쑥, 다시 요쪽에서 불쑥, 정신없이 솟아오르는 것들을 쳐 누르다 보면, 종종 헛치게도 된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보기 싫어진다는 그 현실판 두더지들의 반란이 바로 <학교 2013>의 현장이다.

하지만 '너무나 현실 같다'는 그 드라마가 어쩌면 사실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며 낭만적일 수도 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단 드라마 학교 속 2학년 2반의 담임선생님은 두 명이나 된다. 그 선생님들은 늘 언제나 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언제나 문제들은 두 분 선생님이 감당하기엔 벅찰 정도로 터진다. 게다가 그 문제들은 늘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몰아내거나, 죽음의 기로에조차 서게 만드는 막막한 것들 투성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학교 2013>에서 강세찬(최다니엘 분) 선생은 반 아이들이 자신이 도둑이라는 것을 다 알게 되어 절망에 빠진 계나리(전수진 분)와의 상담을 '조금' 미루는 바람에 혹시나 그 아이가 자신의 첫 제자가 선택했던 '자살'의 길로 빠져들까 혼비백산 찾아 헤맨다. 물론 다행히도 계나리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 이전 정인재(장나라 분) 선생이 학교 옥상에서 맞닥뜨렸던 민기(최창엽 분)처럼 그건 어쩌면 '다행'이라는 운명론적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한 끝 차이에 불과한 섬뜩한 순간이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 ⓒ KBS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사랑'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아직 드라마 속 학생들은 최악의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오늘(23일) KBS 2TV를 통해 방영될 학교 폭력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제 네가 말할 차례>나, 이미 'SBS 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특집 <학교의 눈물>에서 보듯이 현실 속 아이들의 결론은 가혹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라는 사후 약방문이거나 그저 상처를 덮어주는 대일밴드 같은 역할 박에는 없다. 그나마 드라마에서는 아직 열의에 가득차거나, 다시금 열정이 되살아나오는 선생님이니 가능한 일이다. 잡무에 시달리며 그런 문제가 상시화 되어버린 현실의 학교에서는 그 '조금 더'라는 것이 역부족일 수도 있는 것이다. 

친구들 간의 관계도 그렇다. 학교 속 아이들은 잔뜩 털을 세운 듯 하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어져 버린다. 고남순(이종석 분)이 반 회비를 횡령한 것도, 민기가 이미 유출된 논술 문제지를 들고 시험에 들어온 것도, 선생님의 몇 마디 말로 풀어지는 게 드라마 속 해법이다.

학교 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릴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끈질긴 관심과 친구들의 우정으로 아직은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 보호받을 여지를 남긴다. 천하에 개망나니 같던 오정호(곽정욱 분)를 돌려 세운 건 그 똘마니였던 친구들이요, '될 대로 되라'였던 박흥수의 마음을 녹인 것도 결국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또 사죄를 거듭한 고남순의 우정이었다.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 폭력 위원회'를 열어 처벌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엄격한 룰만은 가진 시스템에서 아이들을 구원하는 건, 이전의 학교 시리즈와 하나도 변함이 없이 그저 선생님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 뿐이다. 드라마 속 학교가 여전히 낭만적인 것은 아직은 그 누구도 정말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내리지 않았고, 위기 속 아이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그 고비를 넘겨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의 진심이 또 다른 누군가를 구원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속에서 간과되어지는, 그 사랑과 우정의 혜택을 받지 못한 누군가는 결국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나가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반대로 증명해 내고 있다.

학교라는 시스템은 오로지 학생들의 실력 향상만을 위해 경주하고, 그 밖의 것들은 여전히 완고하고 경직돼 있다. 인간의 막연한 사랑과 우정은 돌발 사태에 어쩌면 늘 불가항력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2013년의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이 젊은이들에게 실업과 88만원 세대라는 가혹한 짐을 지어주면서, 한편에서 혼자서 잘 버텨보자고 멘토들이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그저 따스한 몇 마디 말이나 건네주는 현실의 가장 즉자적인 반사판과도 같다. 그렇다면 그 '힐링'의 세례를 받지 못한 이들은 누가 구원해 주어야 할까?

그 이전의 학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랑'과 '우정'에 기대어 문제를 극복할 수밖에 없는 <학교 2013> 시리즈는 회를 거듭하면서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학벌과 학력 중심의 사회, 그것이 제일 목표가 되어버린 학교 현장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학교 2013 최다니엘 장나라 이종석 학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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