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달빛 프린스>가 22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KBS 2TV <달빛 프린스>가 22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 KBS


KBS 2TV <달빛 프린스>가 드디어 첫 걸음을 뗐다. '북 토크'라는 생소한 콘셉트를 차용해 시선 몰이에 나선 이 프로그램은 국민 MC 강호동이 복귀 이 후 새롭게 선보이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성공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강호동은 <달빛 프린스>를 통해 방송생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까.

작년 11월, 잠정은퇴 1년 2개월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강호동은 종전에 진행하던 SBS <스타킹>을 시작으로 MBC <무릎팍 도사>에 순차 복귀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로부터 2개월이 흘렀다. <스타킹>은 12%대의 안정적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고, 목요일 심야 시간대에 전진 배치된 <무릎팍 도사>는 강력한 경쟁작들에 맞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이만하면 꽤 준수한 성적표다.

녹슬지 않은 진행 실력 역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특유의 친화력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일반인과 스타들을 아우르는 재능은 강호동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1인 토크쇼든, 패널이 많은 토크쇼든 상관없이 현장의 분위기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면서 프로그램을 힘 있게 견인해 나가는 그의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강호동의 모습에선 1년 2개월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2012년 11월, 잠정은퇴 1년 2개월만에 방송에 복귀한 MC 강호동

2012년 11월, 잠정은퇴 1년 2개월만에 방송에 복귀한 MC 강호동 ⓒ SBS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강호동의 2개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동의 '복귀 후 2개월'은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정은퇴 직전에 강호동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총 4개였다. KBS 2TV <1박2일>, SBS <강심장><스타킹>, MBC <무릎팍 도사>가 그것이다. 이 중 <스타킹>을 제외한 3개의 프로그램이 모두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차지했고, 강호동은 이 기세를 몰아 당대 가장 흥행력 있는 MC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정반대다. <스타킹>은 <무한도전>에 여전히 밀리고 있고, <무릎팍 도사>도 <해피투게더>에 밀려 동시간대 2위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 좋든 싫든 방송은 시청률 싸움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밀리고 있다는 건 매우 치명적인 결격사유다. 특히 강호동 같은 거물급 MC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달빛 프린스>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강호동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 또한 큰 지금, 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가 곧 강호동의 흥행력을 판단할 가늠자가 될 것이란 건 자명한 일이다. 강호동은 물론이고 제작진과 출연진 역시 부담스럽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조금만 삐끗해서도 안 되는 살얼음판 위에 올라서 있는 기분일 것이다. 새로움에 대한 압박과 시청률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누구보다 강호동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매주 왔다 갔다 하는 시청률 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보다 넓고 크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은 언젠가 그 노력에 화답하게 되어 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중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당대를 주름잡고 있는 국민 MC인 것은 사실이지만, 1년 2개월의 공백기를 가지고 이제 막 복귀한 MC라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계의 1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천하의 강호동도 고작 2개월 만에 트렌드를 좇아가면서 자기 페이스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가 예전의 호흡을 되찾을 동안 잠시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한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달빛프린스>기자간담회에서 공동MC인 개그맨 강호동이 천하장사의 모습으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달빛프린스>기자간담회에서 공동MC인 개그맨 강호동이 천하장사의 모습으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달빛 프린스>가 당장 만족할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란 것이다. 우선 첫 방송은 5.7%의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앞으로 '북 토크'라는 소재의 체내화, 정재형·용감한 형제·최강창민 등 예능 초보들의 캐릭터 창조, MC들 간의 팀워크 형성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청률을 절대적인 잣대로 세워놓고 난도질하는 순간, <달빛 프린스>의 성공적 안착은 물 건너가게 된다. 이건 강호동과 대중 모두에게 비극이다.

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처음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고 날개를 펴기까지는 1년 남짓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시간 속에서 문제점을 바로잡고 팀워크를 다지며 프로그램의 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지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신동엽의 <안녕하세요>, 유재석의 <무한도전><런닝맨> 등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방송사와 시청자가 기다려줬기에 성공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아마 <달빛 프린스> 역시 방송 초반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프로그램을 흔들고 생채기를 낼 것이다. 허나 이 또한 성장의 과정일 뿐이다. 비판은 받아들이되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 나가는 뚝심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면 된다. 결국 시청률 싸움의 승패는 시청자와 어떤 유대를 어떻게 쌓느냐에 달려있다.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해볼 만한 승부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알고 있던 강호동은 게으르거나 나태한 MC가 아니었다. 지켜본 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기다려준 만큼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보답하는 MC였다. <달빛 프린스>는 이런 그가 내딛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성공여부도 중요하지만 강호동이 얼마큼 노력하고, 얼마큼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또한 평가해 줘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대중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스튜디오의 탁한 공기를 느끼게 돼서 좋다"던 MC. 죽을 때까지 철들고 싶지 않다는 MC. 유재석, 신동엽 같은 천재를 따라갈 수 없기에 그들보다 100배는 더 노력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MC.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충만한 자의식으로, 꼿꼿한 자존심과 당당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MC 강호동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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