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영한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에 출연한 박유천

지난 9일 방영한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에 출연한 박유천 ⓒ MBC


지난 9일 방영한 MBC 수목드라마 <보고 싶다>의 주된 갈등과 비극의 시작은 '돈' 때문이었다. 14년 전 한정우(박유천 분) 아버지 한태준(한진희 분)은 아버지 재산을 일정 부분 가져갈 아버지 후처인 강현주(차화연 분)와 이복동생 강형준(유승호 분)의 존재를 못마땅했고, 강현주 모자를 위협한다. 그리고 강현주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절친한 동생을 시켜 한정우 납치를 지시한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고통 받는 것은 온전히 아이들 몫이다.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둔 이복형 한태준에 의해 다리까지 절게 된 강형준은 14년 후 한태준 부자를 향한 복수를 벌이고 이수연은 14년 전 사건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눈앞에서 성폭행 당하는 수연을 지킬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정우는 부유한 아버지 집을 뛰쳐나와 이수연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는 형사가 되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질곡한 트라우마를 벗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과정에 대한 섬세한 터치는 시청률과 별개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인 등 자극적인 요소가 가득한 <보고 싶다> 이긴 하다.

하지만 심도 있는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강자의 폭력에 힘없이 쓰려져야했던 약자들의 눈물을 대변하고자 했던 <보고 싶다>의 진심은 여타 '막장'으로 불리는 드라마와 달랐다.  비현실적이지만 개연성 있게 그려지는 갈등은 극단적인 복수퍼레이드를 이어나가는 강형준의 깊은 아픔을 이해하게 한다.

그러나 18회 동안 거듭 반복되는 복수와 매번 최고조에 달하는 갈등은 사랑과 용서를 암암리에 강조하는 은유적 메시지 전달에도 불구, 시청자들의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다행히, 지난 9일 방영한 18회에 들어서 드라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보고 싶다>는 과거 아버지 악행에 관한 모든 전말을 듣고 나서도 절망하기보다, 과거 악연으로 뒤엉킨 진실을 바로잡겠다는 한정우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서 보다 희망적인 국면 전환을 꽤한다.
 지난 9일 방영한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에 출연한 유승호

지난 9일 방영한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에 출연한 유승호 ⓒ MBC


14년 동안 이수연의 행방을 찾아 다녔음에도 불구, 수연을 소유하려고 하기보다 수연의 있는 그대로를 따스하게 안아 줄 수 있는 한정우는 아버지와 강형준 친모, 자신과 이수연, 강형준까지 얽혀있는 비극의 돌림노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그동안 20대 젊은 배우가 접근하기 어려운 캐릭터임에도 불구, 한정우와 이수연, 강형준이라는 인물이 가진 복잡한 아픔을 대변해준 박유천, 윤은혜, 유승호의 깊이 있는 연기력도 쉽지 않은 드라마 <보고 싶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전형적인 싸이코 패스 연기로 성인 연기자로 입지를 완전히 굳힌 유승호의 존재감. 지독할 정도로 강렬한 강형준에 가려 다소 밋밋하게 보여질 수 있는 한정우 역할에 듬직함을 덧입은 박유천의 팔색조 연기는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이끌어 낸다.

특히나 18회 첫 부분에서 살인자로 몰린 이수연을 지키는 장면과 아버지 악행에 대한 모든 사실을 접하고 눈물을 흘리는 박유천의 감정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한정우가 겪은 아픔을 심도 있게 그려낸다. 매회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 연기로 이수연을 향한 극도의 집착을 보여주는 유승호의 섬뜩한 표정은 <보고 싶다>에서 빠질 수 없는 시청 키워드다.

도저히 끝을 알 수 없었던 비극의 돌림노래로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갈 조짐이다. 매회 거듭되는 날카로운 갈등 답습으로 다소 힘겹게 다가온 드라마였지만, 그럼에도 젊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18회까지 무사히 캐릭터에 감정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보고 싶다>. 그동안 제작진과 배우들이 힘들게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게, 마지막까지 진한 여운이 남는 드라마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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