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도둑들>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한국의 다섯 도둑들이 옛 보스로부터 제안을 받고 중국의 4인조 도둑들과 함께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친다는 내용을 담는다.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 김수현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돌파. 지난해 분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한국영화의 성과 중 하나다.  두 편의 천만 관객 작품을 필두로 여러 편의 상업 영화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1억 명 돌파하면 뭐하나?" 유명 개그맨의 유행어를 빌어 이 시점에서 물어보자. 여기에 "집에서 소고기나 더 묵겠지~!"라고 웃어넘기기엔 우리 영화계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꽤 오래전부터 대기업 중심 제작·배급 문제와 독과점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영화계가 이른바 '규모 싸움'과 '머니 게임'이 된 지 오래라는 말이다.   

1년 만에 전윤찬 피디를 다시 만났다. 2년 전 <풍산개>로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이미 입증했던 사람이었다. '김기덕 사단'의 핵심으로 꼽히며 현장을 누볐던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인터뷰 이후 1년 만에 다시 그를 찾은 건, 규모의 성장에 비해 여전히 한국 영화인들에게 현실은 '시궁창'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촬영 현장을 진두지휘했기에 명분도 섰다. 여전히 저예산 영화의 성장을 강조하던 그에게 키워드 별로 질문을 던졌다. 계사년이 밝았고 올해 초반부터 거대 상업 영화들의 격돌이 예고된 시점이다. 소고기 한 근 사 먹기 전에 전윤찬 피디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대기업의 독과점...문제는 상영관!

- 다시 뵙게 돼 반갑다. <피에타> 수상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김기덕 감독도 그간 여러 번 지적했는데 한국 영화의 시급한 과제는 여전히 대기업의 변화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대기업이 바뀌어야지. 저예산 영화도 영화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상영관을 쥔 CJ나 롯데가 미덕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인 만큼 물론 자율에 맡겨야겠지만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찾을 수 있게 존중도 해야지. 자신의 상업영화를 700개 이상 가는 건 이해하는데 적어도 100개, 200개 정도는 작은 영화에 주는 건 어떨까.

멀티플렉스 극장은 계속 생기고 관 수도 늘어나는 데 저예산이고 예술 영화는 개봉하면 바로 교차 상영인 현실이다. 극장당 6, 7개나 되는 관에서 대부분 같은 영화를 틀고, 나머지 영화를 하루에 두, 세 번 튼다는 게 말이 되나. 아예 한두 개관은 저예산 영화로만 채워서 거는 방법도 있다.

저예산 영화를 하는 사람들도 뛰어야 한다. 지방마다 문화회관, 마을회관이 많지 않나. 그런 데서 상영 지원해주는 문화 정책도 있어야겠지만 영화에 대한 노인분들의 애정도 상당하다. 영화 유출에만 주의한다면 찾아가는 영화관으로 입장료를 조금씩 받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고. 머지않아 지금의 문화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노인이 되지 않나. 장년층의 영화 수요는 갈수록 커질 거다."

 김기덕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온 전윤찬 피디를 <오마이스타>가 다시 만났다.

김기덕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온 전윤찬 피디를 <오마이스타>가 다시 만났다. ⓒ 이선필


여전히 박한 영화 스태프 처우 문제

- 한국 영화의 실질적 재산인 스태프 문제도 여전하지 않나. 저예산 영화를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나 철학이 있나.
"영화는 공동의 작품이다. 공동의 기운이 녹아야 잘 되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영화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지. 영화판 스태프들이 계속 빠져나간다. 힘든 영화판이 아닌 즐거운 영화판이어야 한다. 감독의 독단, 혹은 윗사람 중심의 판은 즐겁지 않다. 몸이 힘들어도 작품이 즐거우면 버틸 수 있는데 그게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우리 스태프들은 적어도 즐겁게 일한다. 그런 촬영현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물론 최선은 작품이 잘 돼서 돈을 챙겨줄 수 있는 경우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작품을 통해 프로필은 쌓을 수 있게 해야지.

작품에 대한 결과 역시 스태프와 같이 나눠야 한다. 영화 제작을 할 때 스태프 몫은 빼두는 게 원칙이다. 그들은 어려운 여건에서 작품을 통해 돈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거의 못하고 일한다. 그러다 함께 챙겨주면 더욱 끈끈해지고 사명감이 생긴다. 고예산 상업영화는 금전 보상을 최대한 해줄 수 있다지만 저예산이라도 챙길 수 있는 걸 챙겨줘야 한다.

지금 준비하는 영화가 있는데 15%는 스태프의 몫이다. 그들과 같이 사는 거다. 혼자서 모든 걸 다 만들 수는 없지 않나. 혼자 하려면 김기덕 감독처럼 <아리랑> 같은 작품을 찍든가. 또 배우들 역시 노력해야 한다. 같이 만들어 간다는 의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배우들의 스타 파워를 인정하지만 바라건대 통상 받는 개런티에서 30%만 양보해도 막내 스태프 임금은 두 배를 올릴 수 있다. 의식이 필요한 지점이다."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 김기덕 필름


저예산 영화의 의미...갈수록 커지는 중

- 꾸준히 저예산 영화의 부흥을 주장한다. 여전히 다양한 저예산 영화의 제작을 지지하는가.
"물론이다. 지금은 한국 영화의 호황이라고 하지만 불황이 온다면 분명 저예산 영화는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다. 10억에서 40억 미만의 제작비, 그러니까 40만, 50만 관객에 손익분기점을 맞춘 작품이 나타나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작품이 더 나올 수 있다. 케이블TV, IPTV 등 소스 제공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다운로드 시장을 포함한다면 절대 손해를 보진 않는다."

- 저예산 영화의 부흥, 한국 영화의 건강을 위해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는가.
"결국 한국식 모델을 만들어야지. 할리우드는 기획영화 형식인데 그들도 기획 단계에서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할리우드의 기획력과 한국 스태프의 장점이 플러스 돼야지. 우리 영화의 기획력이 좋다고 이미 소문은 났다. 판권도 사가지 않나. 이젠 시스템이 있어야지. 각 파트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획은 기획 나름대로 감독은 또 나름대로 말이다. 스태프는 이미 다 준비되어 있다. 우리처럼 헌신적인 스태프가 없다."

- 새롭게 회사를 차렸다. '영화사 통'을 통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일단 창립작품을 준비 중이다. 아마 멜로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 될 거다. 개인적으로 워킹 타이틀사를 좋아한다. 로맨틱 코미디 전문회사지 않나. <금발이 너무해> 같은 이야기가 좋다. 사람과 유머를 다룬 작품을 할 것이다. 지금껏 김기덕 필름에서 해왔던 작품이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었다.

마흔이 되면 꼭 회사를 차리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작년이었다. 가슴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해왔던 길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 따뜻하면서도 메시지가 있는 작품 위주가 될 거 같다. 결국 영화는 예술이기보단 오락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볼 관객을 배제할 수 없다. 관객과 공감할 작품을 만들어 가고 싶다."

전윤찬 한국영화 김기덕 피에타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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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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