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향한 아빠의 헌신, 가족의 사랑의 그려지는 <타워>

딸을 향한 아빠의 헌신, 가족의 사랑의 그려지는 <타워> ⓒ 더타워픽쳐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타워>는 작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연말에 개봉한 <나의 PS 파트너> <반창꼬> 등이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대한 만큼의 만족도를 이끌어냈다면 <타워>는 그야말로 재난 수준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영화 자체의 소재가 '재난'을 표방했다는 것인데,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집중도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재난'은 이 영화의 소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드러낸다. 감독의 전작인 <7광구>를 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 영화가 가져오는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물론 <타워>가 가지는 전략이 아예 수포로 돌아간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관객들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주요 캐릭터들은 눈물샘을 자극하고도 남으며 실제로도 적지 않은 관객들의 훌쩍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감동까지 연결되었을 지는 의문이다.

 불속에서라도 들어가서, 소방관들의 위험한 삶

불속에서라도 들어가서, 소방관들의 위험한 삶 ⓒ 더타워픽쳐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대디(김상경)와 그런 아버지를 산타클로스처럼 믿고 따르는 딸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마다 화재 사건 현장을 진압하기 위해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정의로운 소방대장 영기(설경구), 그리고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타워팰리스에서 일하지만 결국 3달치 월급을 가불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한 어머니의 에피소드들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짠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정을 동요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다수의 이야기들이 흐름을 흐트러 놓는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것은 제쳐 놓고 본다고 해도 너무나 산만하게 진행된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생략했을 거라고 짐작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과 장면의 나열들이 딱딱 끊겨 몰입을 방해한다. 중반까지의 1시간은 그야말로 장면과 장면들을 대충 이어붙였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또 한 가지 문제점 역시 그 다수의 캐릭터로 인해서 발생한다. 그것은 영화가 말하는 문제 제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연출자는(이것은 어느 정도 각본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들(보통 수준의 관객들)을 자극할 만한 사항들을 제기한다.

이것은 다분히 서민의 입장에 서 있다. 비싼 대학 등록금, 긴급상황이 닥쳐도 고위층을 먼저 생각하는 상부 관리자들의 파렴치한 모습, 위기 상황에서도 주님만을 부르짖으며 실제 상황대처에는 소홀한 교인들, 너나 나나 할 것없이 자기 먼저 살겠다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는 영화 곳곳에서 배열하면서 직접적으로 꼬집는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가 단발적이고 단선적이어서 그것에 공감된다기보다는 좀 과하게 느껴진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속빈 강정, 팥소 없는 진빵을 먹은 듯한 느낌이랄까?

 거대자본의 올바르지 않은 태도와 닮은 타워팰리스 사장

거대자본의 올바르지 않은 태도와 닮은 타워팰리스 사장 ⓒ 더타워픽쳐스


완전히 다른 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보다 한 주 전에 개봉한 <반창꼬>와 비교하면 이 영화가 가지는 문제점을 더 극명하게 알 수 있다. <반창꼬>는 강일(고수)과 미수(한효주)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는 소방관들의 삶이 내밀하게 그려져 있다. 고난한 소방관들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루하루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위험한 생을 사는데, <반창꼬>는 '강일'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들의 삶을 밀착하여 포착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상 현실의 문제점을 끄집어낸다.

<타워> 역시 강일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소방대장 '영기'가 대표적인 인물인데 그는 거의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로 자신에게 주어진 직업을 남을 위한 삶을 사는 데 집중해서 헌신한다. 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는 소방대원 역시 고난하지만 의무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영화가 더 집중하고 할애했다면 이보다는 더 괜찮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욕심을 조금이라도 버렸어야 했다. 영화가 가지는 이야기의 문제점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과감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한 CG의 기술적 성과가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영화에 쏟아부은 거대 자본은 블럭버스터 영화가 소규모 영화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잡아먹는 형국과 맞물려서, 그 돈이 옳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런 작품을 투자한 대기업에서 1~2억 원짜리 작은 영화에 투자한다면 이보다 더 창의적이고 질 좋은 작품을 관객들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김상경, 손예진, 설경구, 안성기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이런 영화로 인해 그들의 능력이 소비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들 입장에서 작은 규모의 영화보다 거대 자본이 투자된 이러한 상업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인지도 면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애정으로 바라보았던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영화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선택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영화를 연출한 김지훈이라는 감독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 영화에 거대 자본을 투자한 대기업의 선택이 더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분명 관객들은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는 것을 일깨워 줄 것이다.

김지훈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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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 2008 시네마디지털서울 관객심사단 200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심사단 2010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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